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AS 기사분들에게도 좀 친절했으면

배려 조회수 : 2,037
작성일 : 2012-06-16 23:37:53

여름이 돌아오면서 이것저것 고장난 것들 AS기사분 부르면서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재작년쯤, 제 컴퓨터는 조립제품이고 모니터만 LG 것인데

모니터가 좀 이상해서 AS 신청을 했어요.

당시 평일이지만 제가 휴가중이라 집에 있었거든요.

삼복더위가 너무 심해서 기사분이 오전 11시에 오신다고 하기에

에어컨도 틀어놓고, 차가운 병음료도 준비해놓고 있었어요.

 

조금 있다 기사분이 오셨는데

제 방에 들어가시더니 너무 시원하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모니터 봐주시고 나셔서 가시면서 에어컨 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거에요.

아니, 더운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기사분 말씀이 여름에 AS 다니면

켜 놓고 있다가도 기사가 기기 손보기 시작하면

에어컨을 싹 끄고 다른 방으로 가셔서 에어컨 켜놓고 계시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찬 물 한 잔만 달라고 하니까 수돗물 받아다 주시는 분도 계셨다고 해요.

 

가면 오는 게 있다고, 시원하게 해 드리고 병음료까지 드리니까

제 모니터만이 아니라 컴퓨터까지 싹 손봐주시고,

카드나 파워는 뭘로 교체하는 게 모니터와 더 잘 맞는다고 이야기해주시고...

 

------------------------

예전에 출판쪽 일을 할 때 우리나라 여류 수필가 두 분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하청업체, 그러니까 '을' 중에서도 '을'인 회사였거든요.

그리고 저는 하청업체의 '말단하급직원'이었구요.

그런데 두 선생님은 말단하급직원인 제가 그분들 사무실을 가도 꼭 일어나서 인사를 해주셨어요.

일 말씀드리려고 하면 추울땐 먼저 따뜻한 차라도 하라고 하시고

더울 땐 시원한 음료수 한 잔 하고 일하라고 하시고....

점심시간 직전에 가면 제 일 끝나고 나면 같이 밥 먹고 가라고 하시고.

그리고 일 마치고 나올 때면 꼭 일어나서 인사하시고

제 담당이었던 과장님 보고 건물 앞까지 나가서

안 보일 때까지 인사하라고 시키셨어요.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하청업체의 한 부속품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분들이 하지 못하는 기술을 가지고 그분들의 일을 빨리 도와주는 사람으로 대우해주셨어요.

두 분중 어느 분 어머니인지 기억 안 나지만

옛날에 집에 거지가 와서 밥동냥을 해도

꼭 작은 소반에라도 밥을 차려서 주고

다 먹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면 대문 앞에 서서 거지가 멀리 갈 때까지 배웅하셨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 듣고, 또 두 분 하시는 거 보면서 참 많이 배웠답니다.

IP : 58.124.xxx.1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12.6.16 11:42 PM (58.230.xxx.113)

    저도 여름에 땀흘리며 고치시는 모습 보기 그래서, 일부러 방에 없는 에어콘을 켜드리진 못하지만 선풍기 갖다 드리고, 얼음띄운 찬 음료 드려요.
    무척 기뻐하시더군요.
    더 잘 고쳐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 2. ㅇㅇ
    '12.6.16 11:47 PM (110.14.xxx.91)

    저도 원글님처럼 해요. 에어컨 켜놓고 선풍기도 그쪽 방향으로 돌려놓구요.
    찬 음료수는 기본이구요.
    우리는 부속이 아니라 인간이죠....

  • 3. 전..
    '12.6.16 11:52 PM (39.121.xxx.58)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참 인색한 사람들 많군요..
    하긴 AS기사..택배기사..경비분들 등등을 자신이 무신 하인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긴하더군요.
    정말 좀 둥글둥글 인간답게 좀 살았으면 좋겠어요.
    뭐가 그리 힘들고 뭐가 그리 아깝다고..

  • 4. 스뎅
    '12.6.16 11:55 PM (112.144.xxx.68)

    아오 간만에 글다운 글,아름다운 글을 보네요 원글님 감사요^^마음이 이쁘셔서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 5. ᆢᆢ
    '12.6.17 12:35 AM (175.118.xxx.206)

    근데 이렇게 상대를 배려 해주면요ᆞ내자신이 더 기분좋더라고요ᆞ수필가 분 존경스럽네요 ᆞ어떤 분인지 궁금 하기도 하고요ᆞ

  • 6.  
    '12.6.17 2:30 AM (58.124.xxx.10)

    수필가분들 성함만 알려드리면
    전숙희 선생님과 이경희 선생님이셨어요.
    그분들은 시간 지나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저절로 생각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9878 40대 후반남편벨트 선물해주려구여,,,추천좀 9 남성밸트 2012/09/05 1,765
149877 예전에 비해 더 먹었는데 체중계 숫자가 내려갈 경우, 어떻게 해.. 1 초절식하다가.. 2012/09/05 1,360
149876 식기세척기 고인물 어떻게 하세요? 9 ㅎㅎ 2012/09/05 8,203
149875 미용실에 머리하러 갔는데... 6 파마 2012/09/05 2,699
149874 5년간 못잡은 성폭행범 9천여명 거리 활보 세우실 2012/09/05 1,068
149873 결혼을 정말 사랑해서 하는거 맞나요? 22 . 2012/09/05 4,033
149872 고구마에 싹이 났는데요 3 호박고구마 2012/09/05 1,697
149871 제가 봐도 예전보다 82에 남자가 많이 온 거 같습니다. 11 남자 2012/09/05 1,790
149870 감자칩 어디꺼 좋아하세요? 16 tkfWlf.. 2012/09/05 2,952
149869 남편 생일 깜빡하신분 계세요? 7 .. 2012/09/05 1,435
149868 인테넷도 스마트폰도 바꾸기 힘드네요.ㅠㅠ 1 고민시려 2012/09/05 1,136
149867 에어컨 구입하실분 5 julia 2012/09/05 1,799
149866 19금) 남편이 자꾸 요구 하는데... 11 묻다 2012/09/05 9,613
149865 문과 이과..선택 13 고민 2012/09/05 2,805
149864 응답하라 1997 13화 다시보기 방송 10 achita.. 2012/09/05 12,593
149863 82 게시판 보면 결혼한 여자분들은 다 후회하실듯 8 오글오글 2012/09/05 2,395
149862 업소 다니는 여자도 문제가 많죠 8 ㅎㅎ 2012/09/05 3,667
149861 성시원인 시집살이도 안해~~~ 5 1997 2012/09/05 2,633
149860 윤선생 영어나 튼튼영어 5 궁금해요 2012/09/05 2,881
149859 점심 뭐 드세요??? 19 맛있따~~~.. 2012/09/05 2,734
149858 열많은 아기는 홍삼 먹이면 안되나요? 7 흥흥흥흥 2012/09/05 7,670
149857 응답하라 어제 키스신, '리얼한 판타지'인 게... 8 깍뚜기 2012/09/05 3,307
149856 가정용 헬쓰사이클과 주무르는 마사지기 추천좀 해주세요. 2 블루 2012/09/05 1,582
149855 카드 몇 장이 적당한가요.. 2 음.. 2012/09/05 1,051
149854 응답하라 갈수록 판타지스러워요 22 2012/09/05 3,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