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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다른 사람 비난을 자기가 못참는 남편

... 조회수 : 2,022
작성일 : 2012-06-15 10:37:37

새벽에 남편이 잠시 나갔다가 누군가 만나고 돌아왔었어요. 지금은 다시 나갔구요.

가죽으로 만든 서류케이스 같은걸 만난 사람이 줬다고 들고 왔더라구요.

저는 "이거 매장에선 정말 비싸게 파는 것일텐데.." 하고 받아들었다가 잠시 후

"근데 정말 이거 무용지물이네.. 어디 쓰라고 만든거지?" 했어요.

근데 남편이 저에게 말투를 고쳐야 한다고 그러네요.

전에도 회사에서 명절에 보낸 화장품 세트를 보고 "뭐 이런걸 보내냐~ " 하면서 투덜댔었다고 하면서..

(그 회사에서 예전엔 자기 회사에서 만드는 홍삼 음료 이런걸 보내다가 사정이 어려워진건지 보낸 화장품세트는 회사랑도 관련이 없는 정말이지 처음 보는 케이스도 너무 구린 싸구려 세트를 보냈더라구요.) 

 

저는 남편이 나간 후 갑자기 너무 억울한거예요..

정말 표현도 못하고 사는 저인데.. (남편이 백수생활 몇년째인데 기죽이지 말아야지..하고 비난 한번 안했어요)

남편은 제 삼자에 대한 아주 약간의 부정적인 표현도 자기와 동일시해서 저를 오히려 비난하는거예요.

 

전에는 외국사는 시누이가 잠시 들어와서 우리 부부와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시누이가 식당의 반찬을 맛없다고 뭐라 했거든요. 그랬더니 엄청 화를 내며 시누와 크게 싸워서 며칠동안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다시 외국으로 보낸 일도 있었어요. 그 뒤 시누이는 한번도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사는데..

어쩌면 그랬을까 싶었었는데 아침의 일로 그때 생각이 나면서 남편이 제 삼자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하나보다 싶어요.

저 사람 왜 저럴까요?

아침에 그냥 나간 남편에게 전화해서 뭐라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누군가 조언을 해주실까 싶어 여기다 올려보네요.

저 또한 평소에 너무 참고 살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되게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

평소에 말조심하면서 사느라 엄청 신경쓰는데 말투를 고치라니!!!!!!

 

IP : 121.142.xxx.22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45
    '12.6.15 10:42 AM (59.1.xxx.91)

    혹시 예전에 시누분이랑 식사할 때도 바깥분께서 직업이 없으셨나요?
    직업이 있을 때는 안그러다가 직업이 없고서부터 저러신다면 이해가 가네요.
    집에 뭐 갖다줄 수 있는게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자기 인맥으로 뭔가 들고왔다면
    아마도 남편분은 무의식 속에서 그 물건과 자기의 위상(본인이 갖다 주는 생활비조로)을 동일시하시겠죠.
    아내가 그걸 쓸데없다 형편없다고 하신다면, 본인에게 넌 쓸모없고 쓸데없는 것만 갖다주고 생활비는 못벌어오는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끼실 확률이 높지요.

    직업이 있으실 때도 저러셨다면, 그냥 맘이 선량해서 누굴 비난하거나 품질을 비판하거나 하는 걸 못견뎌 하시는 거구요. 다 불쌍하고 다 측은해서 비판을 못하시고 비판 받는것도 못참으시는 거죠.

  • 2. ..
    '12.6.15 10:42 AM (211.104.xxx.166)

    다른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본인에 대한 비난을 못참으시는것같은데요
    누구한테 받아왔건 남편분이 원글님께 전해주는거니까요
    아마 시누와 식당에서도 그런경우였을듯싶구요.. 원글님댁에서 밥 사시는거였죠?

  • 3.
    '12.6.15 10:48 AM (1.236.xxx.72)

    우리집도 남편이 공부하느라 벌이가 없었던적이 있어요.
    한번은 예전 얘기를 하는데 남편친구가 제게 말실수했던 얘기가 나와서
    "그 친구는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해서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했더니 벌컥 화를 내더라구요.
    자기친구를 욕하는건 자기를 욕하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요.
    스스로 위축되다보니 무슨 말을 들어도 다 자기를 탓하는 것처럼 들리나봐요.
    남편이 직장생활시작하고부터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어찌보면 남편도 피해의식이 강했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당시 저도 이래저래 조심스럽고 신경쓴다고 써도 늘 꼬투리잡히는 식이라 좀 힘들었어요.

  • 4. 아..
    '12.6.15 10:51 AM (121.142.xxx.228)

    345님 댓글을 보니 이해가 가네요. 남편이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는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라서 수입이 들쭉날쭉 하거든요.
    왜 제3자에게 감정이입을 심하게 할까 싶었는데.. 자기의 위상으로 생각할수도 있었겠네요.
    마음이 약해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하는걸 잘 못견디기도 하구요.

    저도 한때는 천상여자다 어쩜 저리 여리여리하냐는 말을 듣는 여자였었는데 맘 약한 남편과 살다보니 내가 알아서 돈도 벌고 살림도 하고.. 힘드네요.
    남편이 저보다 강해져야 하는데..
    저 양반 어떻게 강하게 만들수 있을까요...ㅠㅠ

  • 5. 그렇군요.
    '12.6.15 10:59 AM (121.142.xxx.228)

    여러 댓글들 보니 남편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가죽가방은 빈폴거였고 주신 분은 남편의 형님이셨어요.
    지금 형님의 부인..(그러니까 저의 형님) 이 시댁에 발을 끊는다고 가족들을 아이들까지 전혀 만나지 못하게 해서 둘이 몰래 만나고 온거구요.(어처구니없게도 종교문제예요)
    빈폴에서 사은품같은걸로 만든거라고 매장에서 파는건 아니라고 그러더라구요.

    남편이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위축되고 힘든 상황이라 저도 항상 조심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왜 저럴까 못나보이게.. 싶었는데..
    현명한 조언들 감사합니다.

  • 6. 345
    '12.6.15 11:01 AM (59.1.xxx.91)

    저도 사실 원글님과 같은 입장이라 아마 남편분과 원글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ㅠ.ㅠ
    저같은 경우는... 시누가 보내온 물건에 대해 심하게 감정이입을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시누는 좋은사람)
    저 산달이 다 되어갈 때 시누가 엄청 거대한 늙은호박(붓기 빠지라고 호박을 중탕해서 먹는다는 그거요)을 택배로 보냈어요. 물론 너무 고마웠죠. 근데 그걸 요리하기가 ㅡ,.ㅡ 경험도 없고 당시 요리의 요자의 이응자도 몰랐던 저는 호박요리를 망쳐버렸는데... 정말 불같이 화를 냈던 아픈 기억이 ... ㅠ.ㅠ
    전 그냥 호박 받고서 "고맙다"는 전화 시누한테 하고 끝냈고, 호박 요리의 실패는 그저 호박 요리의 실패일 뿐이었는데... 남편에게는 그게 마치 시누(=남편가족=남편자신)가 보낸 귀하디 귀한 호박을 망쳐놓고서도 전혀 맘의 동요가 없는 마누라의 모습에서 '마누라가 시누=시댁=남편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거죠.
    아... 힘들어요. 어찌어찌해서 풀긴 했지만...

    원글님.
    남편분을 강하게 바꿀 생각은 일단 접어두시구요, 남편분의 맘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셔요
    외부적인 환경(=프리랜서인 현상태)때문에 갖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본인이 깨닫고 노력하든가, 아니면 그 외부적인 환경이 개선되든가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냥 남편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칭찬해 주시고, 대견한 듯 바라봐 주시고, 남편이 나의 든든하고 커다란 울타리이자 기둥인 점을 자주 어필해 주세요. 그러다보면 나아질 거예요.

    그리고, 당장은... 일단 남편분 손에서 건너오는 모든 물건들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담아 받으세요. 설령 쓸모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일단 재물이 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거니까 나쁜 게 아니랍니다.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바래요. ㅠ.ㅠ

  • 7. 흑흑
    '12.6.15 11:15 AM (121.142.xxx.228)

    345님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좋은 일 가득한 하루 되세요~

  • 8.  
    '12.6.15 11:18 AM (183.102.xxx.179)

    누군가 뭘 가져왔는데 트집을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있어요.
    원글님도 그런 스타일인 듯....... 정말 사람 짜증나요.

    남편분이 화장품 받아왔을 때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하시면
    남편분을 싸구려나 받아가지고 다니는 팔푼이라고 하는 게 됩니다.
    근데 한 번이 아니라 가방에서도 그런 말을 하셨었다면
    님은 은연중에 남편을 무시하고 계시는 것이에요.
    게다가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이구요.
    꼭 긍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누가 뭘 하면 꼭 트집을 잡고
    부정적인 부분을 캐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러지 마세요.

  • 9. 그게
    '12.6.15 12:11 PM (211.207.xxx.157)

    글만 보면 남편이 과민한데요,
    아내들도 나이들고 일상에 시달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점점 말투가 변하긴 해요.
    토끼같던 제 동생도 요즘 부정적인 어조로 리액션을 하는데, 지적하면 본인은 잘 몰라요.
    지적하면 사이만 나빠질 거 같아서, 차라리 제가 반대로 기어 내려서 더 조곤조곤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의 즐겁고 완벽한 소통은 포기한지 오래고요.

  • 10. ...
    '12.6.15 12:54 PM (121.142.xxx.228)

    다른 댓글이 있을까 싶어 들어왔는데 평소 부정적이고 투덜대는 경향이 있을거라고 하셔서..
    저 평소에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하고 많이 웃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매사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183님의 댓글 보니 속상해서요.
    82에도 악플은 절대 달지 않구요..ㅡㅡ;;

    화장품 사건은 3년전 일이에요. 저는 남편의 노력이나 선함을 존중하기땜에 가급적 부정적인 표현은 안하고 삽니다. 제가 평소에 투덜대는 사람이면 이런 일로 속상할 자격도 없죠.

  • 11.  
    '12.6.15 1:27 PM (183.102.xxx.179)

    긍정적으로 사신다는 분이
    남편이 가방 가지고 오면 쓸모없다,
    화장품 가져 오면 싸구려다 하시나요.
    아무리 님 보기에 그래도 가져온 사람 앞에선 그러지 않는 게 예의죠.
    님이 뭘 샀는데 옆사람이 '싸구려네, 쓸모도 없는 걸 왜 그리 비싸게 샀어?'
    이러면 기분 좋으실까요?

    "저 평소에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하고 많이 웃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급적 부정적인 표현은 안하고 삽니다. "
    라고 하셨는데

    ""근데 정말 이거 무용지물이네.. 어디 쓰라고 만든거지?" 했어요"
    "회사에서 명절에 보낸 화장품 세트를 보고 "뭐 이런걸 보내냐~ " 하면서 투덜댔었다고"

    이게 바로 '부정적인 표현'이거든요.

    남편과의 사이에도 예의 지키세요.
    그 사람이 밖에서 받아온 거 투덜거리며 부정적으로 깎아내리는 거 예의 아니에요.
    원글님도 답정녀처럼 원하는 답만 나오길 기다리신 것 같은데
    님이 하신 저 두마디, '부정적인태도' 맞습니다.

  • 12. ...
    '12.6.15 1:43 PM (121.142.xxx.228)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정답만 맞추고 살까요. 님 댓글 살벌하네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지. 저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살 정도로 편하지 않습니다.
    집안 경제부터 살림까지 제가 안하면 답이 없고요.
    그래도 남편에게 불평불만하지 않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구요.

    183님.. 님의 댓글 정말 속상하네요.
    2,3년에 한번 있었던 부정적인 말투 가지고 저를 손가락질하신다면 그대는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인가보군요.
    저는 스스로 남편에게 예의을 지키지 않는 사람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속에 있는 얘기를 할줄 모르는 것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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