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뻐꾸기가 이리 지척에서 울다니...
어딘가 솔새 둥지에,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 낳아놓고 가슴 졸이며 뻐꾹거리는 거겠죠?
구성진 뻐꾸기 울음소리에, 커피도 한 잔 준비되었겠다... 뻘글 한번 풀어보려구요.
다름아니라, 저의 다이어트 잔혹사랍니다. ㅠ.ㅠ
다이어트... 어딜 가든지 먹어주는 화두죠.
우리의 주변 여자분들 중 99%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울러 엄청난 요요의 경험도 있으시겠죠?
저도 바로 그중 하나.
제 스무살을 대머리(?)에 가까운 상태로 보내게 해 준, 엄청난 다이어트 경험입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제가 좀 머랄까... 고도비만은 아닌데 살집좀 있고 키 작은 스타일이예요.
키는 작은 대신 다행히 골격이 이뻐서--뭐래?ㅋㅋ-- 옷은 좀 받아주는 편이고.
대학 2학년 봄,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정장 하나 사러 엄마랑 백화점엘 갔어요.
혹시 '앙스모드'라고 아시나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디자이너 안윤정씨가 운영하는 마담 정장 브랜드였어요.
20대용 브랜드를 다니다 다니다 적당한 걸 못찾고서는, 세상에, 엄마가 앙스모드에서 하나 골라 드시면서
종업원들에게 "이거 사이즈 있나요? 얘 입힐 건데, 얘, 너 허리 32면 되지?" 라고 큰 소리로 고함을 ㅠ.ㅠ
우어어어어어~~~~~~~~~~~~~~ 절대 32 아니었거든요.
어무이 ㅠ.ㅠ
저는 엄청나게 짜증을 부린 후 옷 안산다고 지롤^^; 을 떤 후 나와버렸고, 그날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 저에게 엄마는 "얘, 잘됐지, 너 내덕에 살뺀 줄 알아라, 그렇게 충격좀 받아야 다이어트를 하지."라는 말씀을...
근데 절대로 아니거든요 엄니.
여러분들도 아시죠? 충격 줘야 맘 독하게 먹고 OO한다는 건 다 뻥이라는 거요.
"이 바보 천치 꼴찌 병신아, 너 그러다가 인생 말아먹기 전에 공부좀 해라."라고 하거나
"이 뚱땡아, 돼지 같은게 어디서 공공장소를 다녀? 집구석에나 박혀 있어." 라거나
"어머 언니, 머리결이 왜이리 푸석거려요? 관리좀 받으셔야겠네~"라고 한들
그게 자극이 되어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맘이 드는 이유는, 자발적이고, 스스로 깨닫고, 절실한 이유가 생겼을 때지요.
같은 이유로, 흡연자들한테 "아니 그까짓 담배 하나 못끊고 사람이 왜그렇게 물러 터졌어?"라는 류의 질타는
금연욕구를 불러 일으키기는 커녕 열받는 김에 담배나 더 피고 보자...가 되는 거죠.
암튼...
어무이는 어디선가 일본에서 건너온 "야채효소 다이어트"라는 게 있다고 듣고선
무려 30만원돈을 들여 야리꾸리한 청주병같이 생긴 거 세 병을 들고 오셨습니다.
거기엔 일본어로 뫄라뫄라 라벨이 붙어 있는데 못 읽으므로 패스 ㅡ,.ㅡ
납작한 100원동전 세 개 붙여놓은 두께의 점박이 알약같은 게 또 박스로 들어있었죠.
해보신 분들 계시려나요?
밥/고기/우유/채소... 모든 음식물을 끊!고!
오로지 저 청주병 안에 든 야채효소국물 적량과 알약처럼 생긴 거 한 알을 하루 5번인가 먹으며 14일을 버티라는 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미친 짓인데, 그땐 어 한번 해보자 싶었죠. (물은 많이 먹으래요)
아... 저 그리 독한사람 아닌데... 그땐 그게 되더라구요. 앙스모드의 충격 때문이었을까요? ㅎㅎ
처음 1일은 어리버리하다가 넘어갔고
이틀째는 뭔가 먹고싶어서 아주 죽는줄 알았고
3일째부터는 견딜만 하더군요.
강의도 듣고 학교도 다녔고 잠도 잤는데...
일주일이 되었어요.
7키로가 빠졌답니다. ㅋㅋㅋㅋ
늘 입던 청바지가 허리가 어찌나 커졌는지 벨트를 매면 고무줄바지 허리처럼 조글조글한 허리가 되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엘 들어갔더니 애들이 못알아 보는 사태가;;;
더구나 헤어스타일도 바꿨거든요.
신났죠.
지하철에서 거울을 보면 웬 낯선 여학생이 서있는데, 분위기가 남달라 ㅡ,.,ㅡ 아싸구리~~~~
게스(당시 유행하던 브랜드죠? 아... 연식 나온다...) 레깅스에 청자켓 입었는데 김완선만큼 날씬해~~~~ ㅡ,.ㅡ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걍 반바지 입던거 입고 나가도 괜츈해~ 괜츈해~~~ ㅡ,.ㅡ
그렇게 열흘이 지났어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빗는데, 어디선가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 비슷한 게 나는 거예요.
뭐지? 하면서 밖을 보니 햇빛이 쨍쨍~
뭐야? 하면서 무심코 본 방바닥엔...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환자분들의 머리빠지기 신공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제 머리카락은 돼지털이거든요.
고딩때 머리카락 싸움 할 땐 애들이 다 달려들어 제 머리카락 하나씩 뽑아가곤 했던 전설의 나뭇가지 머리카락 -_-;V
그 나뭇가지같은 머리카락들이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수북~~~~~~~~~~하게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거예요.
브러쉬엔 또 한웅큼의 머리털들이 엉켜 있고...
전 기절하기 직전이 되어 그 효소 판매업체에 전화했어요.
지금 열흘짼데 머리가 암환자처럼 빠져요!!!!!!
평생 체중관리 해준다던 그 업체는 담당자를 바꿔가며 전화를 돌려댔고,
결국 저는 어떤 아저씨로부터 "아니, 진짜로 열흘을 아무것도 안먹고 효소만 먹었단 말이예요?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라는
얼토당토 않은 응대를 받고서는 기가 막혀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태가 왔지요.
어쨌든 그러고서도 저는 14일을 버텼어요.
머리카락은 계속 빠졌죠. ㅋㅋ 미친거죠. 정말 미쳤다고밖엔...
15일째부터는 보식기간이라고 해서 미음부터 시작하라고 했어요.
하라는 대로, 미음부터 시작했고, 암튼 체중은 15키로 정도 빠진 상태였어요.
만족했죠.
머리숱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원하던 몸매가 나왔으니까요.
저는 과외 알바 해서 번 돈 모두를 옷 사는 데에 버렸어요. ㅋㅋㅋ
아아...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아무 옷이나 free 사이즈라고 되어 있는 걸 사도 다 맞거나 헐렁한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옷가게 들어가서 옷 하나 들고선 "언니, 이거 26사이즈 있어요?"라고 큰 소리로!!! 물어볼 때의 그 쾌감!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치킨, 피자, 맵고 짠 국물요리를 즐기던 저의 식생활은 어쩌지 못했고
운동좀 할라 치면 어찌나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는지 그것도 못했던 저는
겨우 2년만에 예전의 체중과 예전의 몸매로 회복하고 말았답니다.
저의 첫 번째 다이어트에서 저는 엄마돈 30만원과 건강, 머리숱, 그리고 피같은 내 알바비를 잃게 되었죠.
다시 살이 찌니까 그때 엄청 사들인 옷들이 다 무용지물이 되었으니까요.
그때 샀던 크레송(이 브랜드 아시려나요? ㅠ.ㅠ)의 실크 투피스,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아... 지금은 저 옷이 헐렁해서 못입는다는... 쿨럭~
저 미친 야채효소 다이어트를 시작으로, 저의 다이어트 흑역사는 계속 전개되지요.
호응이 단 한분이라도 있으시면, 다음번 뻐꾸기 울 때 두 번째 다이어트 뻘글 들어갈께요.
아... 부끄럽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