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근무 하던 회사에서 제가 이직을 결심할 때 즈음에 어떤 한 남자가 그 회사에 조인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manage 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회사에 사장님은 계시지만 그 남자가 실질적으로 사장님 이하 모든 영업및 마케팅 조직을 관할하게 되는 입장, 미국 본사에서 왔습니다.)
저는 막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측에 한달이후 퇴사시점을 통보한 참이였구요.
사실 제 이직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기대로 연애쪽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한 그 사람이 배경이나 소문등이 워낙 대단해서 저랑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관심도 없었구요.
그러다 그 사람 집과 방향이 같아 퇴근을 같이 하면서 저녁도 먹고 조금 친근해지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약 3주간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생각보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사람은 저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퇴사도 만류하더라구요. 저는 제 커리어를 위해 타 회사의 매니저 자리로 갈 예정이였거든요. 저에게 이곳에서도 제가 이루고자 하는 걸 충분히 써포트 해줄수 있으며, 원하는 자리를 말하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퇴사를 결정했고 번복하는것도 우스운 사람이 될것 같았고
게다가 30대의중 후반의 여자 남자가 식사와 차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로 그사람의 나의 능력을 얼마나 잘 알수 있을까 싶은데다
혹여라도 제가 그 사람의 제의를 받아들여 남는다 하더라도
분명 저에게 안 좋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왠지 모를 스캔들의 대상이 될것 같아 무서웠고, 혹시라도 오히려 그사람에게 안좋은 소문이 돌아 평판이 좋지 않을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은 저에게 이직 이후에도 꾸준히 구애를 했고
저도 오히려 사내커플이 아닌데다 직위를 떠나 데이트를 할수 있으니 부담이 한결 덜했습니다.
퇴사 이후 전 직장 사람들을 종종 만났는데 그분들은 제가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한지 몰랐습니다.
왜냐면 왠지 꺼리게 되더라구요. 퇴사전에 그사람이 저에게 너무 티나게 잘 대해줘서 질투한 직원들도 있었고, 본사에서 나와 사장님 및 모든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이다보니 아무래도 좋은 관계가 될수 없었나보더라구요.
만날떄 마다 저에게 그 사람에 대한 험담및 불평을 늘어놓는 분들이다보니 연애중이라고 쉽게 밝힐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분이 사장님 및 다른 직원분들 보다 어린 분이였거든요.
그러던중 그 사람에 대한 소문들, 즉 스캔들을 여러모로 듣게 되었습니다.
돌싱인데다가 ( 저에게는 연애 시작 처음부터 밝혔던 사항입니다) 이전 와이프가 어떤 사람인지.. 사진도 보게되고 직업도 전문직인데다 아무래도 제가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외모도 그렇고 젊은 나이에 고속승진을 하다보니 주위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라는 소문까지요.
점점 위축되었던지라 그사람을 멀리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또한 본사와의 출장이 잦아 연애 6개월이후가 지나자 거의 한달에 2주꼴은 미국에 들어가더라구요.
해외출장도 많아서 결국 저도 출장을 갈때마다 그사람과 일정을 조율해서 같이 해외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제가 휴가를 내서 제 자비로 그가 출장가는 지역을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그사람은 저에게 비용을 주려고 하는데, 제가 너무 싫었어요. 안그래도 내가 그사람보다 많이 딸린다는 느낌도 많았고 왠지 비행기값정도는 제가 낼 능력이 되는데 남자한테 기대려고 하는 것 같아 거절했지요.
그렇지만 저도 새로운 직장에서 매니저의 타이틀로 처음 일하게 되다보니 고군분투하느라 처음처럼 그사람과의 연애가 알콩달콩하지는 않게 되고, 그사람이 미국에 있을때 시차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힘든점이 더 많았습니다.
현재 그사람과 만나기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지난 4개월부터 그사람과 연락도 잘 되지 않고
한국에 들어오는 일정을 만들기도 어렵다 하더라구요. 여자의 직감이 무서운지라.. 그사람이 저에게 정을 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끝낼꺼면 확실하게 말해달라. 미적지근하게 구는게 싫다. 이렇게 말하면 저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저를 다른사람에게 잃어버릴수 없다면 조금만 더 기달려 달라고 계속 애원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너무나 지쳐갔고 더이상 그사람과의 관계에 어떤 진도가 나갈것 같지 않았지만 제가 먼저 중간에 헤어지자고 했던 적이 있어 그사람이 이 관계를 끝내주기만 기다리는.. 아주 이상한 관계가 되었지요.
마지막으로 만난것은 지난 4월 말입니다. 그것도 한국에 잠깐 왔을때 공항가서 만난게 다였어요.
그때만 해도 저에게 금방 돌아올거다. 정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다른 회사 인터뷰도 많이 봤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고속승진을 한터라 눈에 차는 직장이 한국에 없는것 같아 안타까운 그 사람 마음도 이해하면서 보냈는데...
.. 주말에 만난 전직장 동료의 결혼식에서 그사람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미국에 있다고..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지난 주 여자친구가 아이를 낳아 현재 같이 있다고 합니다.
눈앞이 하얘지는게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간신히 그자리에 서있다가 어찌 집에와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까지 그사람에게 연락이 없네요. 주말이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화 / 메신저 모두 되지 않네요. 전화를 해보았지만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였어요. 몇번 울리고 바로 안내멘트 나오는..
메신저로 이야기좀 하자고 몇번 남겨보았지만 읽지조차 않았습니다.
이런식으로 당하는 느낌이라니... 저는 그동안 꿈을 꾼건지 너무나 황당하여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수요일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정말 할수가 없어 회사도 가지 못하고 정말 멍한채.. 있다가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순진했던 걸까요.. 사랑한다 그립다 돌아가겠다 다른 남자와 있는 저를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던 그 사람
제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짐을 싸서 나가던 그 호텔방문을 가로막고 무릎꿇고 오열하며 저를 붙잡던 그사람이였는데
하지만 그사람의 진실은 바로 지금 이순간이겠지요.
정신 차려야 하는데.... 아직도 꿈인것만 같아 어지럽기만 합니다.
복수라고 하고 싶어 그 사람 커리어에 약영향이라도 줄수 없을지 어찌라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부질없는것 같고
그 여자친구와 태어난 아기를 생각하면 제가 복수한다고 하여 뭐가 달라지겠냐 싶어 하염없이 이러고만 앉아있네요.
그래도..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털고 나니... 조금이나마.. 살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