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미작가의 '각시탈'
한국적 히어로물의 가능성을 보여줄까?
가치가 전도된 어두운 시대의 질곡을 담은 캐릭터들
그리고 그 시대는 현대사의 굴절의 시초.
허영만 원작의 만화를 '신의 저울''즐거운 나의집'의 유현미작가가 드라마화한
'각시탈'의 초반은 모든 것이 뒤집혀버린 어두운 시대의 질곡을 담은 캐릭터들이 인상적입니다.
연출은 '카이스트''남자이야기'의 윤성식피디입니다.
아버지는 독립운동하다가 죽음을 당하며 가족들 모두가 하마터면 몰살당할뻔하고 그나마 믿었던 집안의 기둥이었던 형조차 고문 끝에 바보가 되어버린 후
강토의 삶은 어느 순간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갑니다.
참 한심하고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녀석의 삶이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득해져버리고
이제 자신이라도 '정신차려서' 가족을 부양해야한다고 한발 잘못 딛어버린
강토는 어느순간 가족들에게조차 경멸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독립군 장군인 담사리는 그에게 잡혀 조선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매국노들은 애국자로 성대하게 장례가 치러지고 호의호식하며 사회의 지도층이 되어있는 그 암울한 시대.
강토의 어머니의 표현을 빌면
'맨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은
캐릭터들의 삶을 뒤틀어 놓았죠.
목단은 떠돌이신세가 되었고
채홍주는 독립군에게 협조하지않은 죄로 가문이 몰락한 후
조국을 적으로 돌리게 된채
비밀조직의 수장의 수양딸이면서 일제의 암살자 공작원이 됩니다.
반대의 방향으로 의외성을 보여주는
나머지 한 캐릭터가 있으니
일본 사무라이 집안의 남자인 기무라 슌지죠.
그는 아버지가 어저면 형보다 더 탐냈을 무사의 자질과 총명함을 가졌지만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인간적인 소년이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유모를 살리기위해 아버지가 아끼는 보검을 훔치고
그사이 그 병원에서 일하고있던 어린 목단을 마음에 담아버린 슌지.
계기는 나중에 회상장면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강토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 슌지.
'생각나?
마적들한테 쫓길때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이거 말고 더좋은 방법을 모르겠다구
형?
혀~엉?"
이제 강토의 질곡이 곧 폭발할것 같습니다.
자신의 경찰로서의 능력을 입증하기위해 기어이 잡으려던
각시탈의 정체를 알게되고
그를 위해 이용하려던 목단이 어린 시절 마적단에 쫓길때 목숨을 걸고 구한
그녀임을 알아보게 될때
아버지를 죽인 자들의 정체를 진실을 깨닫게 될때
그렇게 시대는 영웅을 만들겠지요.
다만 그 과정은 충분히 무르익어야 할것입니다.
강토가 형이 쓰던 각시탈을 제손으로 움켜쥐기 까지가 말입니다.
슌지의 여린 소년의 얼굴이 어떻게 변해갈지
홍주의 굳게 닫힌 마음이 사랑을 통해 어떻게 변하고 열리게될지
캐릭터들의 전개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어두운 과거가
그저 과거가 아닌 것은
그 뒤집힌 세상은 현대사의 굴절의 시작이어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동화속에서는 이야기속에서는 신화처럼 자리잡은 권선징악이
신기루 같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그 슬프고 왜곡된 역사.
친일파의 후손들은 그리 얻었다 몰수당한 땅을 소송으로 다시 찾으려 하고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빈한하고 불우하며
친일파들은 분단시기를 거치며 반공주의자로 변신해
이땅의 기득권자로 여전히 위세등등한 그 역사 말입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독재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평가를 받거나 심지어 향수로 불리는 그 대통령도 자신의 친일경력에 대해서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반성한 바가 없는 걸로 알고있죠. 가장 유력한 다음 대권후보라는 그 딸 역시 그렇구요 그 딸은 아버지의 유산만을 손쉽게 물려받은 셈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자연스레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경성스캔들'이 생각났습니다.
이강토를 보면서는 이강구도 생각났고 선우완이나 이수현과도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죠. 목단에게서는 조금은 나여경이 보이고
채홍주가 그 절망의 순간 이수현 같은 이를 만났다면 그리 살지 않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슬픔도 들더군요. 너무도 아름답고 화려했던 차송주와 비교하면요, 가장 사랑하는 히로인 중 하나인 그녀,
3회에 등장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각시탈의 액션은 조명 덕분인지 비쥬얼이 좋더군요, 이공의 장례행렬의 깃발을 잘라내며 공중제비를 넘던 장면은 꽤 근사하더군요.
처음에는 음감이 안티가 아닌가 할 정도였지만
3회쯤 되자 그 비쥐엠이 중독성이 느껴지네요.
각시탈이 출현할 때 깔리던 음악
과연 이 드라마
한국적인 정서와 액션스타일로 승화시킨 히어로물의 가능성을
보여줄수 있을까요
어느날 형이 바보로 돌아온후
강토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할지 이젠 모르겠다고
그저 절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찌 저리 살수있는지 이해가 안갈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그시절은 순간의 선택이 삶을 좌우해버릴수 있는 그런 시대였죠
헐리우드 슈퍼히어로물에서 본듯하기도 한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 영웅에게 설레기 시작하는 로맨스.
그리고 그 감정선은 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럽습니다
오래지않아 그 탈속의 남자는 바뀌어있겠죠. 형에서 동생으로,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채홍주 그리고 한채아
확실히 여주인공 캐스팅이 좀 모험이었다는 아쉬움을 주는 진세연과 달리
한채아는 나름 배우느낌이 묻어납니다.
분량이 늘면 또 실망할지 모르지만,
드라마가 더 살기위해 그녀의 캐릭터와 로맨스도 존재감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