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옷장 정리도 했어요.

그래 조회수 : 3,797
작성일 : 2012-06-06 00:04:31

냉장고 정리를 했어요.

친정 엄마가 저 애 둘 키우면서 못 먹고 살까봐 해다주신 이런 저런 묵은 반찬들,

먹기엔 이미 늦었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냉장고 칸 채우고 있던 것들, 다 정리했어요.

음식쓰레기 내다 버리는데 제 몸이 휘청할 정도로 양이 많네요.

어짜피 버릴거 더 일찍 갖다 버릴걸.. 그러면 사료로 만든다 해도 더 먹을만 했겠지.. 싶었어요.

 

내친김에 옷장 정리도 했어요.

결혼 전에 입던 옷, 큰애 임신해서 배 부르기 전에 입던 옷, 둘째 낳고도 미련을 못 버리던 옷들.

그냥 과감히 다 봉투에 넣었어요. 지난 여름에도 못 입던 옷들 다 챙겨 넣었어요.

재활용 함에 들어가면 어짜피 다 풀어지고 구겨질테지만 그 옷을 입었던 날들이 하루하루 떠올라

곱게 곱게 개어서 봉투에 챙겨 넣고 재활용 함에 넣고 왔어요.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요.

그 중에 한 옷은 제 학부모 중에 한 분이 선생님 이 옷 입으시니까 너무 고우세요.. 해서 기억하고 있던 옷도 있었어요.

이제는 살이 쪄서 영영 입지 못할 옷이지만 그날의 기억 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옷이기도 했죠.

 

그랬더니 냉장고도 너무 가뿐해 져서 자꾸 열어보게 되요.

옷장도 공간이 많이 남아서 보기에 훨씬 홀가분하네요.

결국엔 이렇게 버릴걸.. 진작에 다 정리할걸 그랬죠.

 

그리고나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우리 사이도 이제 끝내자.. 나는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

구구절절 보냈지만 남편으로부터의 답은 없어요.

우리 사이도 이렇게 버릴걸 .. 진작에 다 정리했어야 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립니다. 네살 두살이에요.

이혼하면 아이들은 니가 데려가라.. 했던 남편의 말, 제가 녹음해 뒀어요.

네. 아이들이 불쌍하고, 아이들 덕분에 제가 살아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

이혼하면 저는 무직의 이혼녀가 되고 당분간은 남편의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배운게 있고 하던 일이 있으니 어떻게 됐든.. 애들과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제 감정에 빠져 지난 숯한 날들.. 아이들 한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고

큰애한테 화풀이 하듯 지내온 지난 날들.. 이제는 정리해야 되겠어요.

 

결국엔 이렇게 될 걸.. 아이들에게 상처나 남기지 않게 진작에 정리할걸 그랬어요..

IP : 121.147.xxx.5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6.6 12:21 AM (140.247.xxx.36)

    음식과 옷을 정리하시면서 마음을 정리하셨나봐요.

    지금 현재 위치에서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내다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현명하게 해결되시길 바래요.

    건강하세요

  • 2. 힘내요
    '12.6.6 12:23 AM (211.58.xxx.126)

    그저 단순히 살림 정리했다는 글인줄 알았는데 힘든 내용도 있군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것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 3. ...
    '12.6.6 12:24 AM (211.208.xxx.149)

    살다가 고비 없는 인생이 없을거에요
    잘 이겨내시고
    아이들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4. ㅇㅇㅇ
    '12.6.6 12:26 AM (121.130.xxx.7)

    정리를 하다보면 말이죠
    깨끗하게 버릴 게 있고
    다시 고쳐 사용해야 할 게 있고
    그렇더라구요........

    고칠 수 있다면 고쳐서 쓰세요.

    못 고치면 버려야겠지만요.

  • 5. 화이팅
    '12.6.6 12:30 AM (203.226.xxx.88)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 6. 힘내세요
    '12.6.6 12:57 AM (112.154.xxx.153)

    더 좋은날 옵니다

  • 7. 아..
    '12.6.6 1:21 AM (112.150.xxx.40)

    글 쓰시는 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무심한 듯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한편의 시 같아요.
    마음 속의 고통이 제 마음에 와 닿네요.

    어떻게든 원글님의 인생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정리되어가길
    바랄게요.
    지나고 나면 지금의 처절함도 잊혀질 날이 있을 거에요.
    저도 그랬어요.....

  • 8. 아..
    '12.6.6 1:23 AM (112.150.xxx.40)

    선생님이셨군요....

  • 9. 99
    '12.6.6 3:00 AM (92.75.xxx.240)

    남자들은 절대 자기 새끼 안 기르더라구요. 새 장가 가는데 더 골몰하구..

  • 10. 정리
    '12.6.6 3:39 AM (24.103.xxx.168)

    며칠전에 저도 지하실을 정리하면서 7년전에 받은 편지까지.. 도대체 얼마나 정리를 안했으면
    16년전에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준 사은품까지 모조리 갖다 버리고 지하실 바닥을 청소 했습니다.
    참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거 가지고 있어도 골동품 되는 것도 아닌것을 10년이상 정리 하지않고 버리는게 두려워서
    채곡 채곡 쌓아두고 지낸 지난날이 반성이 되더라구요.

    이젠 일주일에 한번씩 마음정리.물건정리,냉장고 정리 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원글님도 더 현명한 쪽으로 방향을 옮겨 보세요.
    글을 읽어 보니 반듯하고 깔끔하신거 같아요.

  • 11. 결과가 어떻게 되든
    '12.6.6 8:49 AM (180.66.xxx.102)

    남편으로부터 어떤 대답이 올지는 모르지만..
    협박용이 아니라 정말 이혼으로 관계를 그만두자 하는 결심과 그 통보 뒤에 고질적인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살게 된지 7년째네요.
    저는 그 경험을 통해서 다 버릴 결심을 해야 하나를 얻는구나 했어요.
    물론 이혼으로 진행이 된다해도 지금 큰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그런 나쁜 행동을 고치는 계기가 될것이고, 진행이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 제 정신 찾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겠지만...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이든 잘 정리된 냉장고처럼 ...버릴 것은 버리고 상황을 잘 진행시키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5606 나이스 가계부 어플 쓰시는분 4 정보사냥 2012/06/06 1,524
115605 한식조리사 실기 어케 따나요? 5 주부10년차.. 2012/06/06 2,908
115604 레베카 밍코프 모닝애프터 백, 아는분? 4 가방질문 2012/06/06 2,746
115603 공부는 못시켰지만, 태극기 소중히여겼던 울어머니 8 오늘 2012/06/06 1,613
115602 '답사' 대상 문의드립니다.(초등 사회 과제) 6 .... 2012/06/06 902
115601 밥통에 밥이 산처럼 있는데요.. 6 .. 2012/06/06 2,323
115600 불타는 산불속에서 할머니를 안고 내려오는 김상봉 경사의 모습 4 참맛 2012/06/06 1,710
115599 아내가 의심스럽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84 akakak.. 2012/06/06 33,214
115598 편두통이 심하면서 속이 안 좋으면 8 두통 2012/06/06 3,045
115597 민사고 거쳐 서울대 가기?? 4 민사고 2012/06/06 5,080
115596 "나는 의사다" 재밌네요. 추천 2012/06/06 2,120
115595 전세나 매매냐..어렵네요; 7 마이홈 2012/06/06 1,974
115594 좋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공유해주실 수 있으세요?^^ 42 스마트하고싶.. 2012/06/06 5,055
115593 6,8세 인라인.. 그냥 놀리듯 타게 하면 배우게 돼요? 3 인라인 2012/06/06 1,496
115592 호텔에서 1박하려고 합니다 6 .. 2012/06/06 2,165
115591 정리가 잘 안되는 저.. 심각한거 같아요. 정리법좀... 33 문제 2012/06/06 10,915
115590 18개월 아기있는 지인께 내일 과일선물하려는데요 6 선물 2012/06/06 1,178
115589 재밌는 글을 봐도..영화를 봐도 웃기지가 않아요. 3 ,,, 2012/06/06 1,109
115588 양준일 좋아했던 분 계신가요? 19 ..... 2012/06/06 11,619
115587 우유 배달 이따위로 해도 되나요? 5 모제약회사우.. 2012/06/06 2,150
115586 생리때 유난히 얼굴이 못생겨 보여요ㅡㅜ 11 ? 2012/06/06 17,193
115585 지펠 탑클래스...불량품입니다 2 짱구 2012/06/06 1,200
115584 그냥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세요 8 인생선배님들.. 2012/06/06 1,837
115583 돌 이하 아가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책 이름이 뭔가요? 42 돌이하 2012/06/06 4,330
115582 날은 더워 죽겠는데, ㅅㅂ 남친은 차가 없네! 7 2012/06/06 3,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