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옷장 정리도 했어요.

그래 조회수 : 3,732
작성일 : 2012-06-06 00:04:31

냉장고 정리를 했어요.

친정 엄마가 저 애 둘 키우면서 못 먹고 살까봐 해다주신 이런 저런 묵은 반찬들,

먹기엔 이미 늦었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냉장고 칸 채우고 있던 것들, 다 정리했어요.

음식쓰레기 내다 버리는데 제 몸이 휘청할 정도로 양이 많네요.

어짜피 버릴거 더 일찍 갖다 버릴걸.. 그러면 사료로 만든다 해도 더 먹을만 했겠지.. 싶었어요.

 

내친김에 옷장 정리도 했어요.

결혼 전에 입던 옷, 큰애 임신해서 배 부르기 전에 입던 옷, 둘째 낳고도 미련을 못 버리던 옷들.

그냥 과감히 다 봉투에 넣었어요. 지난 여름에도 못 입던 옷들 다 챙겨 넣었어요.

재활용 함에 들어가면 어짜피 다 풀어지고 구겨질테지만 그 옷을 입었던 날들이 하루하루 떠올라

곱게 곱게 개어서 봉투에 챙겨 넣고 재활용 함에 넣고 왔어요.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요.

그 중에 한 옷은 제 학부모 중에 한 분이 선생님 이 옷 입으시니까 너무 고우세요.. 해서 기억하고 있던 옷도 있었어요.

이제는 살이 쪄서 영영 입지 못할 옷이지만 그날의 기억 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옷이기도 했죠.

 

그랬더니 냉장고도 너무 가뿐해 져서 자꾸 열어보게 되요.

옷장도 공간이 많이 남아서 보기에 훨씬 홀가분하네요.

결국엔 이렇게 버릴걸.. 진작에 다 정리할걸 그랬죠.

 

그리고나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우리 사이도 이제 끝내자.. 나는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

구구절절 보냈지만 남편으로부터의 답은 없어요.

우리 사이도 이렇게 버릴걸 .. 진작에 다 정리했어야 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립니다. 네살 두살이에요.

이혼하면 아이들은 니가 데려가라.. 했던 남편의 말, 제가 녹음해 뒀어요.

네. 아이들이 불쌍하고, 아이들 덕분에 제가 살아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

이혼하면 저는 무직의 이혼녀가 되고 당분간은 남편의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배운게 있고 하던 일이 있으니 어떻게 됐든.. 애들과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제 감정에 빠져 지난 숯한 날들.. 아이들 한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고

큰애한테 화풀이 하듯 지내온 지난 날들.. 이제는 정리해야 되겠어요.

 

결국엔 이렇게 될 걸.. 아이들에게 상처나 남기지 않게 진작에 정리할걸 그랬어요..

IP : 121.147.xxx.5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6.6 12:21 AM (140.247.xxx.36)

    음식과 옷을 정리하시면서 마음을 정리하셨나봐요.

    지금 현재 위치에서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내다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현명하게 해결되시길 바래요.

    건강하세요

  • 2. 힘내요
    '12.6.6 12:23 AM (211.58.xxx.126)

    그저 단순히 살림 정리했다는 글인줄 알았는데 힘든 내용도 있군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것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 3. ...
    '12.6.6 12:24 AM (211.208.xxx.149)

    살다가 고비 없는 인생이 없을거에요
    잘 이겨내시고
    아이들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4. ㅇㅇㅇ
    '12.6.6 12:26 AM (121.130.xxx.7)

    정리를 하다보면 말이죠
    깨끗하게 버릴 게 있고
    다시 고쳐 사용해야 할 게 있고
    그렇더라구요........

    고칠 수 있다면 고쳐서 쓰세요.

    못 고치면 버려야겠지만요.

  • 5. 화이팅
    '12.6.6 12:30 AM (203.226.xxx.88)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 6. 힘내세요
    '12.6.6 12:57 AM (112.154.xxx.153)

    더 좋은날 옵니다

  • 7. 아..
    '12.6.6 1:21 AM (112.150.xxx.40)

    글 쓰시는 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무심한 듯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한편의 시 같아요.
    마음 속의 고통이 제 마음에 와 닿네요.

    어떻게든 원글님의 인생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정리되어가길
    바랄게요.
    지나고 나면 지금의 처절함도 잊혀질 날이 있을 거에요.
    저도 그랬어요.....

  • 8. 아..
    '12.6.6 1:23 AM (112.150.xxx.40)

    선생님이셨군요....

  • 9. 99
    '12.6.6 3:00 AM (92.75.xxx.240)

    남자들은 절대 자기 새끼 안 기르더라구요. 새 장가 가는데 더 골몰하구..

  • 10. 정리
    '12.6.6 3:39 AM (24.103.xxx.168)

    며칠전에 저도 지하실을 정리하면서 7년전에 받은 편지까지.. 도대체 얼마나 정리를 안했으면
    16년전에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준 사은품까지 모조리 갖다 버리고 지하실 바닥을 청소 했습니다.
    참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거 가지고 있어도 골동품 되는 것도 아닌것을 10년이상 정리 하지않고 버리는게 두려워서
    채곡 채곡 쌓아두고 지낸 지난날이 반성이 되더라구요.

    이젠 일주일에 한번씩 마음정리.물건정리,냉장고 정리 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원글님도 더 현명한 쪽으로 방향을 옮겨 보세요.
    글을 읽어 보니 반듯하고 깔끔하신거 같아요.

  • 11. 결과가 어떻게 되든
    '12.6.6 8:49 AM (180.66.xxx.102)

    남편으로부터 어떤 대답이 올지는 모르지만..
    협박용이 아니라 정말 이혼으로 관계를 그만두자 하는 결심과 그 통보 뒤에 고질적인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살게 된지 7년째네요.
    저는 그 경험을 통해서 다 버릴 결심을 해야 하나를 얻는구나 했어요.
    물론 이혼으로 진행이 된다해도 지금 큰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그런 나쁜 행동을 고치는 계기가 될것이고, 진행이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 제 정신 찾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겠지만...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것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이든 잘 정리된 냉장고처럼 ...버릴 것은 버리고 상황을 잘 진행시키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1501 난 안철수 안뽑을랍니다 66 별로 2012/07/24 14,210
131500 팔@ 비빔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라네요~ 7 냠냠 2012/07/24 3,374
131499 이유없이 살이 빠져요 - 갑상선관련질문 5 갑상선 2012/07/24 5,500
131498 임성민 인각극장보신분..냉동피자.. 1 ㅇㅇ 2012/07/24 3,557
131497 서천석샘 '아이 자존감의 비밀' 영상 정리 325 음음 2012/07/24 25,870
131496 우리나라 성폭행범이나 강간, 살인자는 얼굴 공개해야되요 3 진짜 2012/07/24 853
131495 상식이 통하고 소통이 자유로운 세상 1 파사현정 2012/07/24 949
131494 6세딸이랑 데이트.. 베니건스에서 먹을 메뉴추천요!! 오늘이에요.. 5 데이트 2012/07/24 1,300
131493 초4 아들땜에 미치겠어요 21 왜그러니 2012/07/24 4,422
131492 더이상 노무현같은 히든카드는 없을 줄 알았는데 12 힐링감격 2012/07/24 3,096
131491 "불황에 옷 안팔려요" 문닫는 의류업체 참맛 2012/07/24 1,856
131490 초4성교육 1 난감 2012/07/24 1,276
131489 친박 "안철수, 위험한 정치 아마추어" 34 ,,, 2012/07/24 3,214
131488 무릎을 구부렸다 펴면 찍~소리가 나요. 3 ㅡ.ㅡ 2012/07/24 1,913
131487 TV토론에서 안철수와 박근혜 양자 토론 함 보고싶네요 9 .. 2012/07/24 1,353
131486 장녀를 두신 어머니에게 3 .. 2012/07/24 1,718
131485 상한계란을 드렸어요~ 1 사과향 2012/07/24 1,060
131484 8월 1,2,3일에 여수 엑스포 가려는데, 숙박 좀 소개 해 주.. 8 여름휴가 2012/07/24 1,645
131483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쪽눈이 퉁퉁 부었네요 3 피부과 2012/07/24 1,418
131482 엉덩이가 번들거리는 양복바지를 계속 입겠다는 남편 때문에 10 .. 2012/07/24 7,140
131481 7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2/07/24 1,069
131480 와우~대단! 안철수 힐링캠프 박근혜에 비해 더블스코어라네요 17 대단 2012/07/24 3,713
131479 어제 안철수를 보면서 딱 드는생각 15 .. 2012/07/24 3,868
131478 방콕 호텔 추천요. 3 새콤달달 2012/07/24 1,592
131477 근데 왜 집꾸미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을까요! 9 그냥 2012/07/24 2,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