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의 첫 사회생활

민이네집 조회수 : 1,659
작성일 : 2012-06-05 23:02:49

4살 여자아이 엄마입니다.

지난 3월부터 구립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나름 이동네에선 알아주는 규모있는 구립이고

선생님들도 오래 계셨던분들이 많다고..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첫달엔 함께 지내셨던 이모가 등하원 시켜주셨고

두번째달부터 제가 출근전에 데려다주고 가까이 사는 엄마가 하원시켜 데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첫달에 어느정도 적응했다 싶었는데,

4월... 잊혀지지 않네요.

투표 전날 제가 휴가였는데,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었습니다.

아이가 놀랐습니다.. 제가 오후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왔으니까요.

회사에 간 엄마인데 말이죠.. 깜깜해져야 오는 엄마인데...

 

그 후로 어린이집 등원거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좀 나아질때도 있긴 했는데, 10일 중 하루 이틀정도만 괜찮고 나머지는 울음바다였습니다.

점점심해지더니 주말만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싶다 등등...

새벽4-5시에 잠도 못자고 일어나선 웁니다... 어린이집 안간다고.. 엄마 회사가지 말라고..

왜 싫은지 물었더니 친구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엄마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모랑 단둘이 있다가 20명이 넘는 반 인원에 선생님 3명인지라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는 못하겠지요)

 

어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무표정의 아이가 저를 보더니 엉엉 웁니다.

적응할 땐 다 그런거지 뭐. 하며 넘기시던 저희 엄마도

어린이집 거부가 너무 심한 아이를 보며 할말을 잃었습니다.

 

최근 들어선 어린이집에선 거의 말을 안하는 것 같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여쭈어봤어요)

어제 데리러 갔더니 기운빠진 모습으로 나와선 최소한의 말.. 어디가? 이정도만 하고

조카랑 함께 있으면서 내내 울더랍니다... 먹을 것을 주면 조금 먹기만 하구요...

 

사실 구립어린이집 전에 놀이학교를 알아보았습니다.

맘에 들었는데,2월 중순쯤 구립에서 연락이 와서 방향을 바꾸었죠.

무상보육에 혹하고, 구립어린이집은 바로 집앞이었거든요.

 

오늘 아침... 어제 아이상태의 심각성을 보시고는 엄마가 달려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놀이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TO가 있다고 합니다.

놀이학교는 반 인원이 5명정도이고 선생님은 1명.

그외에도 원장선생님과 기타 보조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함께 케어해주십니다.

 

오후에 할머니와 함께 놀이학교에 가본 아이가 좋다고. 여기 다니겠다고 합니다.

재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놀이학교에 가도 엄마아빠는 없다는 얘길 했더니 아이가 돌변합니다....

주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잠도 못자고 흐느낍니다.

 

회사를 관두고 아이 옆에 있어야 하나 고민도 하지만..

사실 전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안생겨 회사를 관두고는 2년 반을 쉬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도 갖고, 낳고.. 그리고 18개월을 키웠습니다.

아이를 제가 직접 키우면서 몸으로나 맘으로나 너무 힘들었습니다.

잠도 길게 푹 자는 것이 아니라 2-3시간씩.. 심할 땐 1시간씩 끊어자고

어쩔땐 자다가 우는데, 그게 한시간씩 이어지기도 합니다..

 

너무 예민한 아이여서.. 저만보면 유난히 보채는 아이여서

위경련도 몇번이나 나고... 안아달라고만 해서 제 무릎이 말이 아닙니다..

지금도 자세를 좀 잘못해서 자면 어쩔땐 걷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전 제가 하는 일이 좋습니다.

하는 일도 좋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전 너무 좋습니다.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있고, 저도 재미가 있습니다..

예전에 관둘때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했는데,

쉬다가 다시 일해보니 일하는 재미가 어떤것인지 알것 같습니다....

 

아이가 힘든것도 싫고,

제 일을 잃고 싶지도 않고.

제가 너무 욕심을 내는 건 아닌지...정말...맘이 복잡합니다.

 

아이 특성을 말씀드리자면...

거의 18개월 넘도록 화장실, 베란다, 현관 등등을 제 발로 내려가보지 않았습니다.

조심성이 많은건지 두려움이 많은 건지...

그리고 소리에 민감해서 현관 키 누르는 소리에 놀라 웁니다. 이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울지 않게 하려면 현관문을 두드리고 천천히 눌러야합니다.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어떻게하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사회생활을 잘 시작해나갈 수 있을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5.186.xxx.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6.5 11:18 PM (210.121.xxx.147)

    벌써 6월인데 그러는거라면 걱정이네요...
    우선은 퇴근 후에 신나게 놀아주시는걸 한번 해보시라고 하고싶네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잘놀고있으면 반드시 엄마가 돌아와 신나게 놀아줄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좋지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주중에 어린이집에서 잘지내면 주말엔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린다는것도 알려주시구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뭔가 흥미가 있으면 좋을텐데요...
    제 아이는 어린이집 버스를 좋아해서 버스타는 재미로 다녀요...
    올해 5세가 되니 작년보다 훨씬좋구요...
    아이에겐 지금 엄마... 엄마가 문제거든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거니 원을 옮기는건 해결법이 아닌거 같아요...
    놀아주시면서 와...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다오니 엄마랑도 이렇게 놀 수있네... 내일은 더 재밌게 놀자.. 이런식으루요...
    제 아이도 오늘 엄마 회사 안가면 좋겠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사람은 아침에 눈뜨면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어야 행복한 거라고 말해줬네요.. 다섯살에겐 넘 심오하죠??
    아이가 많이 불안할거예요... 불안하지 않게 잘 설명해주세요..

  • 2. 저도
    '12.6.5 11:32 PM (122.35.xxx.36)

    미친듯이 달려가 아이 데리고 집에 오곤 했어요
    솔직히 지금 아이는 하루하루가 지옥일거예요
    물론 시간지나면 나아지겠죠. 근데 좋아서가 아니라 체념해서일거예요. 커서도 그 함들었던걸 기억하더군요 담담하게 이야기 한번씩 하더군요 지금 초딩4학년. 상처가 남았고 컸어요. 님 아이는 더 예민하네요. 만약 가능하다면 잠시 아이옆에 더 있어주는건 어떨까요. 전 후회됩니다 제 경우에요 ㅠㅠ

  • 3. 인생의회전목마
    '12.6.6 12:03 AM (116.41.xxx.45)

    안타깝습니다만 엄마가 다시 아이키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예민한 아이라면 엄마가 키우지 않으면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서
    아이가 초등학교가서도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뒤늦게 후회하시지 않으려면 신중한 선택하셔야 할 것 같아요..

  • 4. Reality
    '12.6.6 12:35 AM (218.52.xxx.33)

    앞부분.. 처음 한달 적응 잘 한것같다가 자기는 안간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 우는건 제 딸과 비슷해서 ..
    처음에 적응 잘한 아이들은 원에도 적응하고나면 안간다고 떼쓰기도 하고, 그래도 계속 꾸준히 보내야 '아.. 매일 가야하는 곳이구나' 알고, 자기 기분에 따라 안간다는 말 안하게 된다고 쓰려고 했는데 .....
    많이 예민한 아이 .. 제가 본 얘기 중에 가장 강도 높네요..
    베란다도 자기 발로 딛지 않고, 도어락 키 누르는 소리에도 운다니..,
    아이에게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같아요..
    엄마에게 유난히 보채는건 당연한거잖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있는 사람이 엄마인데..
    안정이니 애착이니 하는 것도 엄마와의 관계에 기인한 얘기들이고요.
    아이가 .. 내가 뭘해도 엄마는 내 편이다, 내 옆에 (물리적 거리가 아니더라도) 꼭 있다고 느껴야 세상을 향해 탐험하는 것도 겁내지 않는다고 하고요.
    님의 사회 생활도 개인적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아이는 아직 독립..이라고 말할만한 것도 없이 엄마와 연결된 개월수니까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는 아이를 키우시는게 나을 것같아요...
    그 아이 평생의 기초가 되는 때잖아요.
    불안감은 느끼지 않을 수있게 님이 애쓰셔야겠어요...

  • 5. dd
    '12.6.6 1:07 AM (211.246.xxx.161)

    제가 어렸을때 따님이랑 비슷했어요
    유치원을 가긴 갔는데 교실 문 앞에서 삼십분이고 한시간이고 그냥 멀뚱멀뚱 서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유치원 식당에서 일하셔서 아침에 우유 가지러 오셨다가
    너 왜 여깄냐고 대신 문열어주시면 그때서야 들어가고 했던 기억이 나요
    좀 더 커서도 엄마한테 많이 의지했고 어른들이 제가 엄마랑 많이 다니니까
    다른 애들은 다컸다고 귀찮아하는데 너는 엄마랑 잘다닌다 이런식으로 말하기도 했구요

    저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서 엄마랑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또 제가 외동딸이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제 주위 사람은 엄마일 수 밖에 없었어요
    혼자 있다보니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또 혼자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렀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으니까요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든건가봐요
    성인이 된 지금도 그때 제 정서가 어땠는지 사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 관심 이해 이런것들이 필요했던거 같아요
    엊그저껜가 빅뱅이 나온 토크쇼를 보는데 거기서 탑이 자기 어릴때 얘길 하더라구요
    자기는 유치원만 보내면 그렇게 혼자 집에 왔다고...신발을 없애고 양말을 없애도요
    왜 그랬냐 했더니 자기가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모든걸 다 받아줬다고...
    지금도 다른 멤버들 숙소 생활하는데 혼자 엄마랑 같이 산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의사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미 아시다시피 아이한텐 엄마가 필요한 거 같아요
    아니 사실은 엄마로 대변되는 사랑이나 관심이 필요한거겠지요
    당장 회사를 그만두거나 하는게 힘드시면 윗분 말씀대로 정서적 교감을 최대한 많이 해보세요
    아이를 보채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시구요 너 왜이러니, 이러면 안된다는 식으로
    나는 너를 이해하고 무한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늘 보내주세요
    좀 더 실행적인건 엄마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거 같아요
    엄마들 모이는 자리에서 아이들끼리 만나게 한다거나하면서 친구를 만들어주세요
    저는 학교 다닐때 그렇게 만난 동네 친구들이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제 경험상 한번...지금의 고비 그 딱 한번만 넘기면 그 다음부턴 많이 수월해지실거예요
    힘내시구요 따님과 많이 많이많이 사랑하며 사세요 Good luck to you

  • 6. 음..
    '12.6.6 2:04 AM (124.197.xxx.31)

    지금도 무서움이 많나요.. 감각통합 그런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닐까요?
    예민한 것도 맞고 발달센터 같은 데서 한 번 검사해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신체 운동성이 좀 떨어지면 거기에서 오는 예민함이나 어려움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기관은.. 아이가 그렇게 싫어한다면 안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가더라도 오전만 가고 할머니나 다른 분이 개인보육을 해 주신다던지...
    기관에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으면 하네요. 아침에 가서 점심 먹고 온다던지..
    저희 애도 기관을 일찍 보냈더니 배변활동에 문제가 왔어요. 예민한 아이라...
    상담할 때마다 저보고 일찍 보냈다고(27개월 4살) 그 점을 지적하시네요. 몇 군데 상담해봤는데도..

  • 7. MyLife
    '12.6.6 10:07 AM (75.92.xxx.228)

    에고... 댓글쓰려고 눈팅만 하던 제가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저두 그런 아이를 길렀어서...
    어떻게든 좀 떼어놓고 일 좀 해보려다가 끝내는 못하고 다 접었지요.
    지금은 아홉살 됐는데요.

    말좀 하기 시작하면서 얘기를 시켜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더군요.
    귀가 너무 예민하다보니까, 소리가 조금만 크면 머리 속에서 너무 크게 울렸대요.
    왜 우리도 너무 큰 소리들으면 골이 흔들린다 그러잖아요.
    아이가 느끼기에도 그랬나보더라구요. 화장실 자동 물내림 소리에 운 적도 많았고,
    아이 세살 때에는 놀이방 선생님이 음악 틀어준 게 소리가 너무 컸는데,
    아이는 그걸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그냥 울기만 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 맞겨두고도 너무 울어서 불려가기도 수차례 했지요.
    원래 아이들 귀가 아기적에 제일 좋고, 커갈수록 점점 무뎌진대요. 지금은 훨 나아요.
    일찍 알았으면, 아이한테 나름 배려를 해줬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함 느끼기도 하지요.
    큰소리가 날 것 같으면, 소리난다 경고 하시구 아이한테 귀를 손으로 막으라고 한번 해보세요.
    어디에 맡기든, 아이 귀가 예민하다는 거 꼭 선생님들에게 알리시구요.
    아이한테도 "소리가 너무 커요."라고 꼭 말하는 연습을 시키시구요.

    이런 아이들일 수록, 다른 아이들 같으면 그냥 좀 놀라고 말 것을 공포에 질리기 때문에
    의사표현을 더 잘 못하는 거 같더군요. 아이가 울면, 표현을 해야하니까, 아이가 이렇게 느끼냐
    저렇게 느끼냐 물어봐주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음으로 해서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잠을 잘 못자면 더 예민해지고, 예민하니 더 잠을 못자고 하는 악순환 같은 게 생기더군요.
    그래서, 잠을 많이 재워야했어요. 우리 아이는 그 나이때 12시간 넘게 잤어요. 놀이방 세시간 가구요.
    너무 피곤한 날은 잠 든 후 한시간 정도 되면 여지 없이 깨서 엄청나게 울곤 했지요.
    제가 잠 좀 잘재우려고 육아서적을 대여섯개를 읽었어요.
    근데, 어떤 책에 다섯시간 내리 자는 게 그래도 안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도 만 다섯살 넘으면 잘 잔다. 시간만이 약이다... 그런 말이 있었는데, 울 아이가 그런 아이. -.-

    그런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한 옆집 아줌마 덕에 아이가 심한 꽃가루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아이 여섯살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 아줌마가 잠못이룬 시간대가 우리 아이 잠 설치던 시간대랑 완전 똑같더군요. 새벽에 일어나서 한시간 간격으로 깨던게 꽃가루 날리는 시간이었던 거지요. 아이는 자기가 왜 잠을 깨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깼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원래도 방이 밝으면 잠 못드는 아이였는데, 새벽녘 어슴푸레한 빛에 더 잠을 다시 드는게 어렵고, 잠들어도 꽃가루 날리는 시간대에 또 금방 깨구요.

    그래서 온갖 알러지 약이랑 공기청정기 섭렵을 하고, 암막 커텐도 설치하고, 청소, 이불 빨래도 엄청나게 하면서 지내다가, 작년에야 드디어 한방으로 다스릴 수가 있게 되었어요.
    저두 덩달아 잠을 잘 못자다보니, 갑상선 이상이 와서 고생 엄청했지요.

    제 아이 경우는 애착형성에 문제라기 보다, 아이가 anxiety(이게 공황장애인가요?)가 있는 거 같아요. 아이 아빠가 좀 그렇거든요.
    자다가 이빨도 갈 때도 많구요. 그런 애들은 환경이 바뀌면 정말 힘들어해요.
    잠들 때에도 좋은 얘기만 해야지, 내일 엄마가 없을꺼야. 이런 얘기하면 안되구요.
    잠들기 직전에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트집잡는 말도 많이 하고 그래요. 그러니, 좋고 재밌는 얘기만
    하는게 좋아요.

    그리고, 또 시간표가 흐트러지면, 그것 또한 못견뎌하더라구요. 뭔가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기대와 다른 일이 벌어지면 또 자지러지구요. 예를 들자면, 엄마가 만두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그 냄새가 짜장면 냄새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만두를 내어왔다. 이러면 막 울어요. 안먹는다고 막 기분 나뻐하구요. 그래서, 아이한테 예상치못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미리미리 설명을 해주던지,
    아니면 저녁메뉴같은 건 요리하기 전에 꼭 뭐가 먹고 싶은지, 아니면 엄마가 뭘 요리할 건데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서 알려줍니다.

    아이가 한번 울면 정말로 공포에 질려서 우는 게 보여요. 그래서, 제대로 울리지도 못하고 키웠어요.
    만 세살이 되도록, 변기에 빠질까봐 변기에 앉는 걸 무서워해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유아용 변기 시트에 끼우는 걸로 사다가 배변훈련도 겨우 시켰구요. 계단 내려오는 것도 또래보다 엄청 느렸고, 뒷마당에 벌레 때문에 대여섯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안나가려 했던 아이였어요.

    예민하다보니 영리한 거 같긴 한데, 불편한 게 많아요. 모든 감정을 중간 정도 느끼는 게 없고 맥스로 느끼는 거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웃고 재밌는 거 할 때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행복한 아이처럼 보이거든요. 근데,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이러면... 에효... 그런 감정을 지가 컨트롤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엄마가 잘 지도를 해줘야 하는 거 같아요. 그냥 내버려두면, 사춘기 가서 엄청 삐뚤어질까봐 아주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많이 하면서 키웠더니 지금은 살만해요. 제 커리어는 애저녁에 물건너갔지만요.

    지금도 뭐 하나 새로운 걸 가르치려해도 참 힘들때가 많아요. 수영 가르치려고 세살때 아이 데리고 수영장 같다가 애가 수영장 떠나가라 울어대는 바람에 수강료 다 날리고 나온 적도 있고, 여섯살때 동네 작은 수영장에서 다시 시도했을 때에도 차 문고리 붙잡고 안간다고 울고불고... (그래도 일단 시작하는 게 무섭지, 한번 시작해서 재미붙이면 또 잘 해요.) 태권도 기합소리 무서워서, 관심은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는데 3년을 주저하다가 제가 거의 속여서 데려가서 한번 해본 후에 시작했고... 에효... 그래도 꾸준히 새로운 걸 시키는 이유는 아이가 겁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그래도 엄마한테 질질 끌려서라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되지만, 좀만 크면 그게 안될 꺼고, 그러면 너무 소극적이고 주어진 환경안에서만 살게 될 것 같아서예요. 너무 어렸을 땐 말도 안통하고, 말로 설득해서 그 공포감이 이겨지지 않는 거 같더군요. 하지만, 요즘은 그게 되어서 훨 나아요.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아이가 왜 잠을 못자는지를 알아내서 그것부터 해결을 하셔요. 잠만 잘 자도 훨 나아요. 제 아이같은 경우는 눈이 가렵고 콧물도 조금 밖에 안나오는데 그게 기도쪽으로 뒤로 흘렀기 때문에 겉보기엔 표도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예민한 애들은 피곤함도 더 빨리 느끼기 때문에, 너무 긴 시간을 보육시설에 두는 건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정말 지루하게도 긴 시간 고생 징하게 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쉽고 후회되는 점이 참 많아요. 아이가 학교가기 전까지는 파트타임으로 돌려서 할 수 있으면 그렇게 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돈버는 건 차치하고, 그냥 감만 이어간다는 식으로 생각하구 말이예요. 저는 아이가 많이 늦된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웠어요. 이런 아이한테 너무 스트레스 줘 봐야, 나중에 사춘기 되면 스트레스 다~ 엄마한테 돌아올꺼라 생각하고, 그냥 지금 한꺼번에 신경 다 써준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 어려도 어른처럼 아이 의사를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삽니다. 그게 제가 편한 길이기도 하구요.

    길게도 썼는데, 도움이 되셨음 좋겠네요.

  • 8. MyLife
    '12.6.6 10:24 AM (75.92.xxx.228)

    아 그리고, 우리애도 어린이집 딱 한달 지나면서 울기 시작했었어요. 한달동안은 그냥 마냥 신기하고 재밌어서 엄마가 없다는 걸 몰랐던 거 같더라구요. 포기하고 일년있다 다른 곳을 보내도 한달만 괜찮고 한달 뒤부터 또 울더군요.

  • 9. ...
    '12.6.6 1:36 PM (110.11.xxx.89)

    저희 아이도 엄청나게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네살때 어린이집을 보냈다가 이런 저런 문제가 많이 와서 할수 없이 다시 할머니 댁에 맡겼다가, 다섯살에 선생님 한분당 6명인 놀이학교로 적응을 서서히 하니 웬만큼 적응을 하지만, 예민한 기질은 많이 바뀌진 않더군요.

    지금 상황에서는 솔직히 엄마가 그만두고 아이와 있어주는게 제일 좋습니다. 더 지내면 아이가 적응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적응이 아니라 체념이고 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그게 불가한 상황이라면 어린이집 말고 봐주시던 이모님이 계시다 하니 개인 탁아를 1년 정도 더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 10. 민이네집
    '12.6.7 11:47 PM (125.186.xxx.4)

    답글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많은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가 모자라 모든게 참..쉽지않네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3401 필립스 아쿠아트리오 사용해 보신분~ 2 청소기 2012/07/29 1,852
133400 전주 광장식당 근처 사시는 부우우우우운~~ 10 미오 2012/07/29 2,075
133399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힘들어요.. 11 ,,, 2012/07/29 6,184
133398 부부문제 상담좀 부탁드릴게요..깁니다 미리죄송.. 32 힘들어 2012/07/29 5,671
133397 영국이 꼼수 부리다가 1 파사현정 2012/07/29 1,673
133396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선생님은 자기팬티,러닝,,씼어달라고 하던데,.. 3 ,, 2012/07/29 2,982
133395 1박2일로 서울가는데..조언부탁합니다 (몇군데 구경할곳!) 1 서울구경 2012/07/29 1,299
133394 오늘 좀 시원한거 같아요 (나만 그런가??) 8 흰구름 2012/07/29 1,873
133393 거미들.... 4 ... 2012/07/29 1,354
133392 일찍 흰머리가 나신 분들 정말 건강하신지... 16 통계 2012/07/29 7,511
133391 서울시 상반기 채무 1조 2000억 원 감축 3 샬랄라 2012/07/29 1,157
133390 전세권이랑 확정일자 동시에 되나요..? 2 전세연장 2012/07/29 1,384
133389 동대문 2 중학생 옷 2012/07/29 999
133388 박태환 실격 판정 심판, 중국인 아닌 캐나다인 17 샬랄라 2012/07/29 2,434
133387 어떤 사람이 왕따당하는 타겟이 되나요? 가해자들이 왕따시키는 심.. 26 하늘꽃 2012/07/29 19,649
133386 더운 날씨 우리집 강아지.. 4 ㅇㅇ 2012/07/29 2,169
133385 미국에서 사올 만 한 것들 머가 있을까요? 21 언니귀국 2012/07/29 6,133
133384 이런 마음은 뭔가요? 3 사라지고 싶.. 2012/07/29 1,302
133383 색이 변하고 맛도 시큼해져버린 열무물김치.. 8 한번더 2012/07/29 1,716
133382 63시티 아이들 데리고 가기 괜찮나요? 4 바다 2012/07/29 958
133381 박태환선수 실격정청 정확한 과정설명이 있었나요 ... 2012/07/29 1,102
133380 지들은 섹스안하고 사나, 한성주 섹스동영상을 왜 이시점에.. 2 여론몰이 2012/07/29 9,052
133379 햄 냉동해도 되나요? 2 싸길래 2012/07/29 1,502
133378 에어컨 가동중 건조함? 2 하루8컵 2012/07/29 1,751
133377 아이허브 첫구매 할인이요 1 궁금해요 2012/07/29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