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안 좋아요.
시작은 남편이 외아들이고 딸을 키워보신 경험이 없는데다 시아버지와 사이도 안 좋고 주변 친구들도 없으신 어머님이
저를 며느리로 맞고 나서 급기대를 하신거죠.
나의 외로움, 나의 결핍을 채워줄 딸과 같은 며느리가 나타났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에게 외식과 공연을 보여주고 여행을 모시고 갈 며느리!!!
처음에는 저도 잘했어요.
근데 어머님이 저를 베프로 여기기 시작하셨고, 어느 순간부터 매일 전화해서 어머님의 어린 시절의 서운함, 아버님과의 문제, 남한테 할수 없는 자랑 (난 사실 몸매가 좋다 류의...), 너에게 바라는 바, 같은걸 한시간씩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저는 감당할 수 없어서 전화 안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아들이 저를 감싸고
엄청난 분노의 대상이 되었지요.
심한 취급을 받고나서는, 저는 시댁에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어요.
어머님이야 멘탈이 약하시다 해도 시아버님도 저한테 바라는건 그냥 사과하고 무마하고 엎드려 있어라, 였어요.
그 이후 저는 생신, 명절, 어버이날, 남편 생일, 딸 생일, 제 생일만 뵙겠다. 했고
남편은 제가 없을때 부모님을 초대하거나 본인 혼자 가거나 했어요.
사실은 저도 그렇게 말해놓고 한달에 한번은 같이 만날 일이 생기더라고요.
시어머니는 저희 애 보는 아주머니를 급점검 하신다는 명목이 있으셔서 2-3일에 한번씩 급습하세요.
제가 5월에 두번 월차를 썼는데 그때마다 현관키 누르고 들어오셔서 깜놀...
솔직히 저는 그때마다 식사시간을 안 피해 오시는 것도 곱게 안 보일 정도로 아직 감정이 좋지가 않아요.
암튼 그런데
시아버지가 저희 애를 보고 싶어서 저희 가족을 만나고 싶어하신대요.
그리고 남편은 우리집에 초대하는거보다 돌사진 찍으러 이번 주말에 갈때 거기로 오시라고 할까? 하네요.
아마 돌잔치때 시아버지가 출장이라 못 오시니까 사진찍는거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요.
근데 제가 참 못된 것이,
그러면 나한테 뭘 해줄거냐 물었어요.
이번에 만나뵈면 6월달은 이번 한번으로 끝내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남편은 그 얘기 듣고 멘붕이 오는거 같아 보였고
저는 어제 남편한테 부모님 초대에 대한 허락을 해주고 나서 잠이 안왔어요.
적어도 2-3시간, 보채는 아이를 달래서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고 중간중간 물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면서
그러면서 지금의 제 마음을 숨긴채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으로 어머 어머님 우리 아기랑 사진 찍으세요. 아버님 저희 이따가 뭐 먹으러 갈까요?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호호호 할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마음을 좋게 먹어야 할까요? 저도 제가 못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