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년만에 중학교 동문회를 처음 갔어요.
동문체육대회가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지요.
저는 남자들은 별로 안좋아했던 스타일이어서 남자들 생각나는애는 없었고
순전히 여자 동창들 보고 싶은 마음에 나간건데 생각보다 많이 안나와서 아쉽더라구요.
남자들은 한 40여명, 여자는 10명남짓.
아무튼 뒷풀이를 갔는데
제가 처음 나가기도 했고 여자가 많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애들이 동창회에 꼭 나오라고 그러던 와중에...
총무인가 뭐를 맡은 친구가 갑자기 저에게
누구야...니 남편 돈 많이 버냐?
어?
니 남편 돈 많이 버냐구...
왜?
아 글쎄 니 남편 돈 많이 벌어?
갑자기 당황스러웠지만 다들 저녁먹으면서 술 몇잔씩 했기 때문에 술취했나부다 했지요.
그러더니....너는 그냥 나오기만 해라......누구누구가 니 회비는 내줄거니까 그냥 나오기만 해...
이러는거에요.
저는 술김에 한소리인데다 제가 꼭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다고 생각하고
그냥 웃으면서..대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어제 너한테 실수를 한것 같다.
미안하다...자기는 그냥 반가운 마음에 그렇게 한건데 아무튼 실수한것 같다고요...
처음엔 뭔소린지 몰라서 뭐? 그랬다가는 남편얘기가 떠올라서..
뭐? 남편얘기? 그러니까....그래..미안하다..이러더라구요.
누가 뭐라하던? 그러니...나 애들한테 엄청 혼났다 그러더군요.
그니까 그 친구도 아무 뜻 없이 얘기했듯이 저도 아무뜻 없이 받은건데
다른 친구가 듣기에는 제가 거북했을거라도 느낀거지요.
막상 전화를 끊고나니 기분이 안좋은겁니다.
물론 이해를 했지만...다른 친구들이 그런 기분을 느낄때 당사자인 저는
속도 없이 헤헤거리기만 했나 싶어서 제가 바보같이도 느껴지고.
잠시나마 남편이 능력없는 사람으로 평가되었다는것도 별로더군요.
그래서 오후 내내 기분이 다운됐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 허허거린 제가 둔한건가요?^^
이걸 친구의 실수로 봐야 할까요....농담으로 봐야할까요?
(심각하게 묻는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