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넘쳤으나 아직 미혼인 처잡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요 남의 부부싸움은 끼는게 아니라는 진리를 몸으로
경험해보지 못하고 지내던 찰라..
며칠전, 근처에 살아서 친히게 지내는 사촌 새언니가 부부싸움을 해서 기분이
별로라고 술자리를 하자고 해서 저, 제 남동생, 사촌 새언니, 둘째 사촌오빠..(새언니가 둘째오빠의 친형수님입니다.)
이렇게 넷이 술자리를 했습니다.
일잔을 하면서 열심히 큰오빠를 나무래주고, 새언니의 편을 들어주면서 새언니 기분을 풀어주려고
다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중 제 베프부부가 와서 합석을 하게 되었고,
6명이 2차를 가려던중, 큰오빠도 따로 동네에서 큰오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어서
큰오빠 친구부인들께서 새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쪽으로 오라고 하더군요..
큰오빠가 술을 마시면 목소리가 커지는 편이라
새언니가 저희보고 다함께 그쪽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
저희가 있으면 체면상 목소리가 좀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새언니 혼자 가면 뻘쭘하고 좀 무안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저희가 같이 갔습니다.
다 같이 가서 인사하고 새언니는 그쪽으로 합석하고 저희는 저희끼리 구석에서 일잔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큰소리가 들리고 .. 안좋은 말들이 오가고.. 저희는 계속 그쪽 눈치 보면서 걱정과 좌불안석속에 있다가
그냥 먼저 일어나자고 하던 찰라..
큰오빠가 와장창 상을 뒤집고 이혼하자고 하면서 새언니에게 x욕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새언니도 울면서 큰오빠에게 같이 x욕을 하고 ....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저희는 순간 어찌할바를 모르겠고..
저는 솔직히 그런 부부싸움은 처음 봤습니다.... 제 부모님도 조곤조곤? 싸우는 스타일이고..
주위에서도 그런 과격한 싸움은 TV에서밖에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제 친구 부부도 당황하고, 제 동생도 당황하고...
둘째 사촌오빠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부부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합니다...
새언니는 울고 큰오빠 친구 부인들이 달래주고 있고..
저는 당황하고.. 또 짧은 생각에 어떤 행동을 취하면 새언니가 나중에 저희를 보기가
너무 무안하고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장 바꿔서 저라면... 저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정말 자존심이 상할꺼 같거든요)... 나중에 무안하고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고
그럴거 같은 생각에 어떻게 행동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얼음이 되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
이삼일 지나니 대충 화해가 됐다는 얘기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멤버들끼리 저녁자리가 마련이 되었는데, 새언니가 참석을 하지 않더군요.
큰오빠랑 같이 퇴근하고 오다가 저희 눈앞에서 다른곳으로 발길을 돌려 버리고
큰오빠가 제게 새언니를 쫒아가지도, 전화도 못하게 하더군요.
새언니가 그렇게 눈앞에서 발길을 돌린
이유는 그때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 시동생들에게 섭섭해서 다시는 같이 자리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정확하게는 '제게' 너무 섭섭해서 자리하기 싫다고 오지 않았습니다...
큰오빠가 그러더군요.. 타겟은 저라고..
둘째 오빠는 원래 무뚝뚝한 시동생이니까.. 제 동생은 남자니까... 그럴수 있는데
저는 여자면서 이런저런 상황 다 봤으면서 어떻게 그상황을 방관하고 새언니를 그냥 방치 하냐고
제게 너무 섭섭하고 배신감 들어서 다시는 같이 자리하지 않겠다고 한답니다....
옆에 있던 큰오빠친구 부인들께서 더욱 그랬답니다. 저런 시동생들이 어디 있냐고..
....
우리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생각을 달리 해보니 새언니가 충분히 섭섭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우리 생각은 새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방관이나 방치는 아니었는데, 새언니가 보자면 생각이 어떻든
의도가 어떻든 방관이고 방치일수 있겠다 생각이 들고, 섭섭한 생각이 당연히 들거 같습니다.
저와 동생, 둘째 오빠가 생각이 짧았던거 같습니다....
특히 제 생각이 짧았던거 같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 끼여들어서 큰오빠를 말리고, 새언니를 위로하고.. 그런게 참 어려웠고,
또 새언니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결과적으론 방치가 되버린거니 행동이 틀렸던거 같습니다.
.....
그런데..... 다 알겠는데 마음은...
쫌 억울한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친한 친구가 남편하고 싸우고 와서 거기에 공감해줬더니 나중에 남편하고 다시 화해하고선
남편에게 내친구가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라고 하면서 기분 나빠하는..
머 그런 상황에 놓인 기분이랄까요?...
제가 당황도 스러웠고, 또 새언니 자존심 지킨다는 짧은 생각에 새언니에게 섭섭한 행동을 해서
새언니가 서운하고 그런건 알겠는데, 같은자리에 있었던 둘째오빠나 제 동생은 그런가보다 하고
저만 딱꼬집어서 배신감 들어서 다시는 자리 안하겠다고 하니.. 머.. 기대치가 두 남자들보다 제게
높았던 만큼 섭섭한 맘이 더 드는건 알겠는데.. 제 입장에선 독박쓴 기분도 드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새언니가 저녁 자리에 와서 많이 서운하고 배신감 든다고 말을 했으면 설명이라도 할텐데
친척이라 다시 안보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그런게 아니었다 설명할 기회도 안주고...
새언니를 나름 위하는 마음으로 따라갔다가 (별 도움도 안되고 새언니 기분만 더 악화시켰지만)
저만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제가 손아래인지라... 또 새언니는 남편한테 충격받고, 시동생들의 지각없는? 행동에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제가 새언니에게 먼저 연락해서 죄송하다고 해야 하겠지만...
제 .. 새우등 터진 마음은 누가 알아줄까요?...
새언니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저도 또 제 나름은 섭섭하고..
이래저래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번에 이건 확실히 배웠습니다.
절대 부부싸움에 끼어서는 안된다는 것... 만고의 진립니다....
.....
한 가지만,
결혼하신 분들께 정말 여쭙고 싶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상을 뒤엎고 쌍욕을 남발한 남편보다
위로하지 않은 사촌시누이가 죄가 더 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