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 이야기입니다.
남자 치고는 작은 키, 흰 피부, 작은 체구, 작은 얼굴, 온화한 성격
저는 여자치고는 큰 키, 까만 피부, 큰 체격, 활동적인 성격
남편은 술도 안 좋아하고 채식 좋아하고요, 저는 술 세고 고기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다 보니 매력을 느껴 어찌어찌 결혼은 했는데
살아보니 너~무 지루하네요 ㅠㅠ
저는 처녀 시절에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니 이삼주에 한번 정도 꼭 술자리를 가졌는데
남편은 결혼하고 단! 한번도! 친구를 만나러 나가질 않습니다.
친구가 없는 편은 아닌데, 그냥 정기적인 모임만 나가요.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워낙 술자리를 안 좋아하고
8시에 출근해 8시면 칼퇴근해 들어오는 바른생활 사나입니다.
거의 매일 글요.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레 모임을 줄이고, 친구들도 자주 안 만나게 되어 이삼개월에 한번 만날까 하고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남편... 착하죠.
많이 먹지도 잘 먹지도 않아서, 하루 한두끼만 챙겨주면 되고, 잔소리도 없고, 집안일도 잘 해주고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ㅠㅠ
아직 아기도 없는 결혼 1년 반차 부부이고,
서울에서 떨어진 외곽에 시집오다 보니 근처에 지인도 없어서
저는 남편과 좀 즐겁게 보내고 싶은데
말수도 없고, 그냥 일찍 들어와 티비나 보고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다 일찍 잠드니
저랑 취미도, 교류도 없어요.
그러다 결국 어제 크게 싸웠는데요.
남편이 쇼핑 같은 거 싫어하는 줄 알기 때문에 평소엔 혼자 다 알아서 남편 옷이며, 반찬거리 다 사다 나른답니다.
그런데 어젠 쇼핑몰로 데리러 오더라구요. (또 혼자 텅 빈 집에 들어가는 건 안 좋아해요. 제가 기다리는 걸 좋아하죠.)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저녁 먹고 들어가자 했더니(남편이 별로 안 좋아해 외식을 거의 안 해요)
자긴 회사에서 벌써 밥 먹었대요. 생각 없대요.
시무룩해서 그럼 그냥 집에 가자고 했더니
그럼 맥주 한잔 가볍게 하자고 하더라고요. 와 마누라 좋아하는 맥주 먹자니, 이 사람도 나한테 맞춰주는구나 하고 신나서 갔는데
한잔 딱 먹고, 제가 수박을 같이 가서 사자고 했어요.
평소엔 무거워서 혼자 못 사오니까.
근데 딱 잘라서 싫대요. 술 먹었더니 피곤하다고 집에 빨리 가재요.
저녁 여덟시 간신히 넘었는데... 전 이제 맥주 겨우 한잔 먹었고, 남편이랑 쇼핑하며 좀 걷다 들어가고 싶은데...시골이라 쇼핑몰까지 버스 타고 나가야 하거든요. 화장까지 하고 나온 건데.
평소에도 쇼핑 싫다며 안 가주니, 맨날 혼자 집에 두고 저만 다녔는데
그거 한번 못 맞춰주나...
결국 싸우다 싸우다 제가 펑펑 울고, 짐을 싸네마네, 왜 나만 맞춰줘야 하느냐고
그러다 남편이 사과하고, 다음부턴 안 그런다고 하고, 맞춰준다고는 하지만
이건 그냥 천성인 거 같아요.
외출 싫어, 쇼핑 싫어, 술 싫어, 시끌벅적한 거 싫어... 그냥 집에 있으면서 집밥 먹는 게 좋은 남편. 5일 연휴라도 있으면 5일 내내 집에서 꼼짝도 않습니다. 저를 딱히 귀찮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갑갑해요. 은퇴라도 하면 더 그럴 텐데, 정말 곰국 끓여놓고 놀러간다는 옛날 엄마들 마음 이해가 가고요.
그럼 부부가 둘이 같이 오붓이 놀러 다니고, 산책도 하고, 맛난 거 사먹으러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그냥 마누라는 집에 같이 있으면서 밥 해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이 남편을 어쩌면 좋을까요.
집돌이 남편과 사시는 분들, 방법이 있나요?
아기가 생기면 놀러도 다니고 할까요? 그때도 저 혼자 아기 안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ㅠㅠ?
남편이 이러니 저는 자꾸 외롭고, 친구들 한번 만나면 집에 오기 싫고... 밖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이러다 부부 사이 멀어질까 두렵고, 그렇네요.
초식남 집돌이와 살아가는 언니들의 현명한 조언을 기다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