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래서 풍족하게 산 편이었죠..
사고 싶은거 있으면 빡시게 과외해서 사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살다보니.. 삶이 재미없는거예요.. 뭔가에 열심히 매달리지도 않고.. 사실 제 인생이 그랬어요..
특출나게 부잣집도 아니고 그랬지만.. 아쉬운건 없이 살았죠.. 공부도 그랬구요.. 대학도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노력없이 인서울했구요.. 자랑하려 쓴 글은 아니고..
그러다보니 뭔가 고마움이란걸 몰랐어요..
그러다 27살때인가... 취미모임에서 누가 그러더라구요.. 재미없냐고 묻더군요... 재미없어 보인다고.. 자긴 이거 오려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그래서 와서 시간 가는게 너무 아깝다고 했어요..
그 취미는 보드였는데.. 저는 당시 스키장 앞에 아파트를 얻어서 살고 있었고 그녀는 월차와 휴가를 동원해서 와 있었거든요..
그때 저스스로를 돌아봤어요.. 물론 남들 눈이 다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 당시 제모습은 고마움을 모르는 모습이었죠..
또.. 저는 면허따고 다음날부터 차가 있어서 차의 고마움을 몰랐는데.. 사촌언니는 서른이 넘어서 첫 차를 샀어요.. SM3였는데요.. 그 차를 사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이해 못했어요..
또하나는 제 친구가 결혼하면서 백화점에서 옷 한 벌 사고 세상을 다 얻은것처럼 행복해 하던 모습.. 백화점 옷이라고해서 좋은 옷도 아니었구요.. enc정도 되는 브랜드 였어요..
이 사건들이 제가 27살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정말 별거 아닌데..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고.. 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그후로 조금씩 바꿨어요.. 뭐하나 살 때도 바로 지르지 않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사고.. 고민했다 사구요.. 그런데 그 전에 사고싶은거 다 살 때보다 만족감이 더 높더라구요.. 그러고 십여년이 흘렀네요..
며칠.. 아니 아이패드 2가 나올 때부터 이거 살까 말까 무지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며칠 전 여기에 고민글도 올리고.. 이걸 살까 말까 고민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결제하고 좀 전에 배달 받았는데요.. 저 그렇게 IT기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저 아이패드 저에게는 책으로 사용될 건데도 막 떨려요.. 그래서 포장 못 뜯었어요..
남편에게 전화해서 저녁때 같이 뜯자고 했네요.. 남편이... 이 새가슴 하고 놀렸어요..
저 아이패드가 뭐라고.. 그래야 돈 팔십인데... 그걸 못뜯고 이러고 있나하는 마음에 저 스스로가 웃기네요.. 사실 나쁘게 웃긴거 아니고 행복하게 웃겨요..
저거 뜯어서 빨리 보고 싶기도 한데 안 뜯고 설레는게 더 좋네요..
저는 재택근무자이고 프리랜서에요.. 가끔 강의도 나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일하는데 보내지요.. 내가 팔십만원 벌려면 며칠을 일해야 하나?? 생각하니 일하는 재미도 있고 좋으네요..
눈 딱감고 6월에 번 돈은 다 여행가려고 생각했는데... 여행 예산+아이패드이 6월에 해야할 일에 해당하는 급여와 정확히 일치해요.. ㅎㅎㅎㅎ 철 없죠??
저 아이패드 샀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데.. 너무 주책맞아보일까봐.. 그냥 여기에 써봅니다.. 여기서 주책맞다 소리 들어도 아는 사람에게 듣는거 보다는 낫을거 같아서요....
저.... 아 이 패 드 샀 어 요!! 근데 아직 뜯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어요.. 저 바보같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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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놓고 보니.. 제가 꼭 부자여자 같은데요.. 저 부자여자 아니예요.. 원래는 저 번돈으로 빚갚느라 허덕대는 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