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신앙으로 믿는 집안에 태어나 수십년 간 절에 다니고 불자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물론 아주 신실한 신자는 아니었지만 부모님의 불경 외우는 소리와 스님의 목탁 소리가
늘 귀에 익은 채 그게 진리라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2008년 교회에 오기 전 까지는...
그렇다고 불교 신도로서 연을 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다만...거리를 두었죠.
너무나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일들이 저를 교회에 오게 만들더군요. 원해서 찾아갔습니다.
부모님을 속여가면서 6개월간 주일 예배를 다녔었고, 나중에는 허락을 해주셔서 그후
자유롭게 맘놓고 신앙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갈등이 시작되더군요.
제사 문제...그리고 이런 저런... 교회의 많은 시스템과 신도들 간에 섞이질 못했습니다.
가족 중에 저만 개종을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어서 결국 가족까지는 전도를 못하고
저만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정아버지가 임종하시면서 모든 장례의식을 불교식으로
진행하게 되자 갈등이 심하게 되더군요. 상주라서 절을 안 할 수도 없고, 목탁 소리와 불경 소리,
목탁의 울림이 49재까지 이어지더군요. 처음엔 불교식 화장부터 그랬고 장례절차에 불교식 논리가
너무나 속물적인 면이 참 싫었지만 무조건 따라야했습니다. 그렇게 7제를 매주 지냈던 거지요.
점점 교회와 절을 오가다보니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물론 다시 교회로 와서 예배도 드리고 열심히
간증도 듣고 찬송도 하는데 언젠가 사두었던 108배 CD를 들으며 집에서는 108배를 합니다.
듣다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운동도 되고 하는데 난 기독교 신자인데...지금 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데 절을 운동 삼아 했습니다만 점점 어릴 적부터 익숙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교회를 떠날 생각은 없지만, 108배를 하면서 그렇게 치유되지 않던 마음의 상처가 하나씩 둘씩 아물어가네요.
교회는 나름 좋은 목사님과 구역 식구들...다들 열정적이고 좋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전 전도활동도 너무 부담이
되고 수많은 이들과 함께 본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마다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해져갑니다. 그나마 구역예배는
위안도 되고 현재 안고 있는 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좋은 통로이긴 합니다.
과연 이렇게 신앙생활을 해도 되는 걸까요? 108배를 할때마다 마음 속으로 '난 크리스챤이야' 라고 외쳐보지만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느낌...뭔가 가슴이 정화되는 이 마음의 동요가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의 지혜와 조언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