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부터 사진, 촬영, 모두 안된다, 퇴장된다 하두 하셔서 사진 없어요. 사실 그날 너무 흥분해서 휴대폰도 놓고 갔어요. (소송땜에 그러나? 잠깐 궁금했어요)
캠브리지에서 45분 기차 타고, 또 지하철 타고 가고 하면서, 맨날 비가 구질구질하게 오는 영국에서(올해는 4월 거의 4주 내내 비가 와서 여기서도 이상기후다, 난리났죠) 드물게 쨍하게 볕이 좋았는데 이런 날 모하는 짓이냐,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근데, 공연 끝나고 제일 먼데서 온 분들 선물 나눠주셨는데 스위스, 스페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에서 오신 분들이 있더라는..... 정말 대단하죠 . 전 너무 선물이 받고 싶어 순간 르완다, 할 뻔 했다니까요 ㅋ) 다행히 꼼수 공연하는 동안은 날씨가 쨍이네요.
1시 반 싸인은 교통사정으로 끝나고 하는 걸로 바뀌었고 나꼼수 사진 위주의 동영상 좀 보고 2시간 전 급조된 영국 밴드의 어설픈 기타로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니죠~" 노래를 두, 서 너번 부르니 드뎌 그들이 등장. 완전 흥분의 도가니.
김총수는 역시 검은 넥타이, 용민님은 정장에 보우타이, 그리고 주기자님은 까만색 셔츠로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
(전 이들의 실물을 보고 느끼고야 말았죠. 사실 F4는 키는 좀 작으시지만 패션 감각 뛰어나고 얼굴 잘생긴 정봉주 의원님과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주기자님 아니었다면 가당키나 한 말인가 ㅎㅎ. 총수님이랑 교수님이랑 너무 묻어가시네, 했거든요. 근데 가까이서 보니 나머지 두 분 다 포스가 장난아니라는. 김총수는 그야말로 마초형 양기(향기 아님)가 물씬.(혹자는 자세히 오래보면 잘 생겨 보인다고 하는데 해 봤는데 아님. ㅋㅋ) 하지만 눈이 또롱또롱하고 총기가 넘치죠 . 우리 교수님은 예쁜 볼우물에 마음의 창이라는 눈이 정말 선해요.
저는 여의도 공원에서 저엉말 멀리서 봤었거든요. 이번에도 vip 석, 끝에서 네 번째 줄, 맨 구석에 앉았는데도 약 400명 꽉찬 공연장 분위기 탓도 있지만 정말 가까이서 본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더우기 맨 구석자리였는데 계단이 옆에 있어 두 번이나 F3가 지나갔다는. 주기자님 활짝 웃는 얼굴 보기 좋았어요. 김총수는 그냥 첫인상부터 잔상까지 털. 용민님은 뼈밖에 안남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1부, 2부 순서로 1부는 정봉주 의원 입감직전 격려 동영상, 김미화, 에리카 누나보다 이쁘다는 그 유명한 개고기집 사장님, 문성근, 조국, 공지영, 송호창 님등의 유럽 공연 축하 동영상을 먼저 보았어요. 다 진지했는데 나중에 공지영 작가가 실은 자기에게 예의바르게 대하는 사람은 김용민교수 밖에 없다. 이렇게 디스해서 웃었구요. 조국 교수님 동영상 안구정화 수준이었죠(전 조국 교수를 보면 세상은 어쩔 수없이 불평등한가보다, 이런 생각을 늘 해요. 그에게 모자란 것은 과연 무엇인가? 탁교수는 배바지를 지적 했지만 ㅋㅋ) , 뒤이어 계속 엔지내고 실수하고 편집해달라고 부탁하는 진짜 미편집본이 나와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뒤를 이어 어떻게 총수가 이들을 만났는지 설명하고 , 중간중간 김용민 교수 성대묘사와 주진우 기자의 보충 설명(여기서 자동 음성 지원되지 않나요? 그 꾹꾹 눌러주는 신뢰감 돋는 멘트들.... 백퍼센트입니다. 확실합니다 등등), 그리고 총선후의 이야기들, 2부는 질문-대답 순이었어요. 내용은 사실 나꼼수에서 듣던 이야기, 이전 공연에서 한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총선 후 많이 압력이 들어온다, 야권과 나꼼수 이간질, 나꼼수 인기 식는다는 헛소문(김용민 교수님 한양대 강연 인기 줄었다, 이런 기사가 조선에 났대요. 그런데 김교수님 말씀으로는 처음에 사람 없을 때 자리 빈 것 사진 찍었다고 하고, 총 세 번 간 중에 그때가 제일 사람 많았다는... ㅋㅋ), 미행, 도청, 이런건 일상사다(심지어 벙커도 다 도청되서 중요한 이야기는 운동장 가서 한다, 그러시더라구요), 선관위 특검 조금 있으면 내가 했다, 이러면서 다른 누가 나올거다, 끝까지 버티겠다 등 청중들이 정말 열심히 듣고 박수도 잘 쳐주고 했어요.
총수님은 역시 분위기 메이커. 정리맨. 가끔 용민님이 재미없게 이야기를 하면 총수님이 "오늘 왜그래?" 하기도 하고, "여기 청중은 착하다" "내가 박수 치라고 할 때 박수 치세요." 이러기도 하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웃기기도 하고. 전 사실 내용 하나하나보다 왜 저렇게 사서 고생하나, 그런 동력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찡했습니다.
그리고 주기자님. 정봉주 의원님 잡혀가고 나서 부쩍 주기자님 오버하지않나요? 용민님까지 저리 되시니.... 재밌게 하려고, 남자들에게는 "손 내려" 막 이러시고 천성이 수줍은 분인데 애쓰신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우리 용민님은 여전히 유쾌하고 발랄했지만 멘붕탈출이 아직 다 안되신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말씀이나 이런 것들이 아니라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가.
질문시간이 재미있었는데, 제가 적은 질문이 두 개가 당첨되었어요.ㅋㅋ
하나는 영국에서 제일 많이 먹는 주식 및 간식이 "피쉬 앤 칩스"라고 해서 그냥 대구와 감자 튀김이거든요. 한국하면 불고기, 비빔밥처럼, 영국하면 피쉬 앤 칩스죠. 영국이 워낙 음식 맛없기로 유명해요. 피쉬 앤 칩스가 대표주자죠. 그래서 "총수님, 피쉬 앤 칩스 드셔보셨나요?" 했더니, 총수님. 왈 "먹었어요. 미개한 음식이더군요." 해서 모두들 빵 터졌어요.
그리고 용민님께 "노무현 대통령 성대묘사 해 주세요." 부탁드렸더니 해 주셨는데, 순간 "아, "하는 대중들의 그리움 섞인 탄성이 잠깐 나왔어여. 저도 코 끝이 찡했지요.
아참, 어떤 분이 용민님께 턱수염 총수님 패러디냐? 물었더니, 턱선 어디있는지 알려주려고 해서 다들 많이 웃었어요.
싸인회때 남편이 주기자, 저는 김교수님한테 "주기자" "보수를 팝니다" 각각 싸인 받았어요. 남편이 "주기자, 악수하는데 손 힘이 대단하다," 이러던데요. 아마 옛날 한 주먹 하신 하신 티가 나나봐여. ^^ 여자들은 손이 엄청 따뜻하다, 이러시던데. 저는 용민님 힘 드리고 싶어 지인에게 부탁해 그 전날 받은 "보수를 팝니다" 싸인 부탁드렸거든요. 현장에서 책 판매를 했는데 보수를 팝니단 안 했나봐요. 교수님께서 "아이구, 어디서 이런 좋은 책을 구하셨네요," 이런 농담을 하면서 싸인을 해 주셨어요.
전 사실 용민님 파문때 여행중이라 그 욕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몰라요. 찾아 볼 생각도 없구요. 그런데 정신적 내상이 굉장히 커 보였어요. 남편 말로는, 착해서 그렇다네요. 하지만 관타나모에서 미군들이 한 짓은 조금 아는데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닌거죠. 그걸 비판하는 "표현의 천박함"이 문제가 되더라도, 미군의 성범죄, 인권침해보다 그렇게까지 비판받고 희생양이 되야할 사항인지, 의문이 듭니다. 용민님 국회의원 나간다고 할때 전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안 져도 될 십자가를 지고 가고자 했던 결단에 대한 댓가가 너무 가혹해요.....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있는 영국이 좋다며 본인도 고무되어 보이고, 얼마나 좋은지 처음으로 영국에서 영어를 쓰더라 (Refill 이래요 ㅋㅋ), 이런 총수님의 드립도 듣고, 또 웃고 박수치는 청중을 보면서 힐링이란 개인의 극복의지도 필요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말하자면 그날 공연은 용민님 뿐 아니라 총선 이후 힘들다, 어렵다 하고 토로하는 청중 모두에게 힐링캠프였던 셈이죠.
전 영국에 온 뒤 완전 82쿡 매니아 되었어요. 후두둑 레서피 보고 바로 음식하면, 짱이에요.
한국에서 애 많이 쓰고 계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려요. 사진도, 글도 많이 봅니다.
우리 모두 같이 힘 내서, 12월 대선때 웃어보아요, 어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