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가수 보길 잘 했어요. 지난 주 백두산 떨어진 것 보고 정내미 떨어질 뻔 했는데 오늘은 또 박완규도 나오고 하니까..봤습죠.
이수영, 김건모는 일등 안하려고 작정하신 듯 보였고
이은미님은 잘 불렀으나 역시 일등은 피해가려고 하신 거 보였고
김연우의 무대도 아주 무리하지는 않았으며
김동욱의 무대는 좋았습니다. 진심을 담아 노래한 것 같았어요.
전체적으로 가수들이 힘 빼고 선곡하셨더라고요. 일등 하면 큰일나나....
감동의 포인트는 박완규였어요. 흰자켓에 디자이너 이상봉? 의 한글 써진 옷을 입고 나왔는데 이상봉 디자이너가 이 곡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추천해줬다는 옷과 손목에 흰 천을 너울너울 감고...살풀이 하듯 퍼포먼스.
오늘 부를 노래에 진심을 담아 시 낭송하듯 부르겠으니 관객들이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5월의 아픈 노래라고 결연한 의지를 담은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갈 때만 해도
김광석의 부치지않은 편지를 부를 초반만 해도 잘 몰랐죠.
근데 가사가 구절 구절 노무현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네요.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
갑자기 식은땀 나데요. 정말 모공 속에서 삐질삐질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와 하는 말
오늘 제 노래에 한치의 사심도 없이 불렀습니다.
오오
정말 한치의 사심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일등하면 떨어지는 거고 그래서 일등은 좀 그렇고 어찌 어찌 욕 안먹고 상위권 달릴 계산과 꼼수 전혀 없었단 말로 들었어요. 그냥 아픈 노래 그 자체로 들었어요. 나중에 또 한마디 했죠.
오늘 제가 이 노래로 일등을 못한다고 해도 오월 내내 이 노래가 불려졌으면 좋겠어요.
23일에 신문기사에서 노무현대통령 관련 기사 읽고 사진 보고 눈물 핑....하고선 또 금방 잊고 있었는데 오월이 가려는 이 날 박완규가 가슴을 들었나 놨습니다. 으억으억..
노래좋아하고 노통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친구가 말해줬습니다. 그 노래 노무현대통령추모곡으로 알려졌다고. 전 몰랐어요.친구는 엊그제 서울까지 사진전 보러 갔다왔다고....
난 못봤는데 남편 말이 어쩐지 조명을 노란색만 쏘아대서 왠일인가 했다고..진짜 그랬나요?
남편은 그 노랠 처음 들었대요. 인터넷에서 고 김광석님이 부른 것 찾아 들려줬습니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었는데 망할 엠비씨가 계산 착오로 박완규 노래 초반만 들려주고 광고하느라 노래 다 짤렸습니다. 화면으로 나머지 가수들이 꽃다발 들고 해맑게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에구..
남편이 말합니다. 박완규같은 사람들 때문에 가수들이 밥을 먹고 산다고. 감동의 요소를 주는 가수는 저렇게 한 사람인데 그거 듣고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를 찾아들으니까 나머지 가수들도 먹고산다고. ㅎㅎ 궤변이라도 오늘은 다 좋아좋아 하고 듣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뉴스보니 사람들이 '사심없이 들어주세요'하는데 왜 사심을 넣어서 듣냐고 하는데
남들은 그러든 말든 저한테는 분명히 그렇게 들렸어요. 그가 말하는 사심이란 가수들의 꼼수일 것이라고.
난 노통 때매 울며 불며 한 사람도 아니고 오월만 되면 가슴절절했던 사람도 아니었건만
한곡의 노래로 오월 내내 생각할 것 같아요.
아마 그 분이 살아있어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마다 한마디 해 주셨음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싶네요.
아,,박완규 앞으로 핍박받지말고 진짜 가수로 길이길이 잘 살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