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살아서 오며가며 인사하는 이웃엄마가 있어요.
처음 봤을때 인상도 좋고 먼저 인사도 건네며 적극적이어서 잠깐 어울렸는데
이 엄마는 말로 다 까먹는 스타일이더라구요.
커피며 간식이며 바리바리 싸와서 돌리기도 잘 해요.
싫컷 돈쓰고도 오히려 욕먹을 말을 합니다.
한번은 커피 받은 엄마가
"고마워.잘 마실께.다음번엔 내가 살께."했더니
"자기네는 사는 게 힘들잖아.자기네집이 여기 있는 사람중에 제일 작은 평수 맞지?"
라고 대뜸 얘기하는데 제가 다 황당하더라구요.
솔직히 캔커피가 뭐 얼마나 비싸다고 사는게 힘들다는 소리까지 하고 평수얘기까지
나오는지 이해가 안갔어요.
또 한번은 어떤 엄마가 주먹밥 만들어서 갖고왔어요.
다들 맛있다며 먹는데
"이런건 그냥 휘리릭 만들면 기본적으로 다 이런 맛이잖아."라고 말하구요.
오늘도 놀이터 지나가는데 혼자 멍하니 앉아있길래 인사만 하고 지나왔어요.
저보다도 훨씬 이동네 오래 살아 아는 사람이 많았는데
해가 가면 갈수록 곁에 사람이 없어지는게 보여요.
재작년만 해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 이젠 다들 곁에 있으려고 하지 않네요.
말로 다 까먹는다는 말을 이리 실감해보기는 처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