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떡 때문에 엄마에게...

죠니김 조회수 : 1,605
작성일 : 2012-05-22 16:21:18

올해 76살이신 친정엄마

언니와 저 이렇게 둘만 낳으신 친정엄마는 작년 겨울까지 혼자 지내셨습니다.

18평 작은 아파트에 30년 사셨던 엄마는 저희가 시집가고 혼자 지내셨습니다.

그곳에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는 말수도 적고 얌전하시고 대체적으로 그곳 아파트에서는 다들 엄마를 좋아하셨습니다.

18평 작은아파트라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많으셔서 그곳 경노당에 항상 모여 노시곤 했었지요.

작년 겨울에 혼자 지내시는 엄마에게 그곳 아파트를 처분하게 하시고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혼자 계시니 먹는거나 여러가지로 걱정되는게 많아 논의 끝에 모시게 된 것입니다.

우리집에 온지 6개월. 그곳 친구분들이 생각나면 한달에 한번정도 그곳에 가셔서 경노당에서 주무시고 다음날 아니면 또 다음날까지 지내시고 오시곤 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떡을 가지고 오십니다.

평소 떡을 좋아하시는 엄마. 그것을 아시는 아파트 친구분들이 떡이 생기면 냉동실에 모아두었다가 엄마가 오시면 다 챙겨서 보내십니다. 올 때마다 떡이 한아름. 그러나 저와 아이들은 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냉동실에 이젠 떡이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떡이 많습니다. 날마다 떡을 먹는것도 아니고 생각날때마다 떡을 데워 주지만 아직도 떡이 냉장고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음식이라는것이 그때 바로 먹을 땐 맛있지만 냉동실에 오래 보관하면 맛이 변하기 마련. 아파트 할머니들께서 보관을 어떻게 하셨는지 가져온 떡을 찜통에 쪄 주면 냉장고 냄새도 많이 나고 이상하게 상한 것은 아닌데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도 가져오긴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냥 드셨다고 합니다.) 잘 드시질 않고 항상 데운것은 조금 드시고 버리시곤 합니다. 그래도 냉동실에 있는 떡은 나중에 당신이 쪄 드신다고 버리지 못하게 하셔서 현재 냉동실에도 떡이 아주 많이 있지요.

참다 못해 제가 이젠 제발 떡을 가져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냉동실에 더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고 버리는것도 지쳤으니 제발 이젠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교회를 마치고 엄마는 아파트 경노당을 가셨고 그곳에서 하룻밤 보내신 엄마는 어제 오셨습니다.

양손 한아름 상추와 또 떡을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어제는 몸이 안좋아 말하기도 귀찮아 들어가지 않는 떡을 억지로 냉동실에 밀어넣고 오늘 엄마께서 어제 가져온 떡 좀 쪄달라고 해서 아무말 않고 찜통에 져 드렸습니다. 그런데 냄새가 이상하고 엄마도 드시면서 조금 상한 것 같다고 버려야 될 것 같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정말 속상하고 신경질이 나서 엄마에게  큰 소리를 쳤습니다. "오늘 버릴 떡 엄마가 다 치우고 음식 쓰레기통이 넘치니 다른 곳에 다 버려. 그리고  다음부터 떡을 가져오면 그자리에서 다 엎어버릴테니 알아서 해..." 그리곤 냉동실에 있는 떡들을 모두 비닐에 쌓아 밖에 버려놓고 들어왔습니다.

우리엄마 아무말 못하고 방에 계십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정으로 엄마 생각해서 주시는 떡을 사양 못하고 가져오시는 엄마의 심정을...

그러나 냉동실에 넘쳐나는 떡들... 먹을 때마다 조금의 이상함을 감수하고 드시는 엄마...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큰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만 힘없이 앉아 계시는 엄마에게 미안함이 밀려오네요.

떡을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

얼른 옷입고 나가 엄마가 좋아하시는 따뜻한 인절미를 사다드리면서 죄송하다고 해야 겠습니다.

그러나 엄마! 떡은 이젠 제발 가져오지 마세요. 제가 금방 한 맛있는 떡 사드릴께요. 제발~

 

 

IP : 119.75.xxx.10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5.22 4:43 PM (211.237.xxx.224)

    저희집도 과거에 제사를 한달에 한두번씩 지내던 집이라서
    떡이 많이 남았습죠;
    저는 남는건 다 시동생 시누이들 나눠주고 그래도 남으면 버립니다;;;;;
    어차피 지겨워서 잘 안먹게 되고 원글님 말씀대로 결국 맛없어지거나 상하니깐요
    맛있는떡 조금씩 사다 드리고 어머님 마음 위로해주시길...
    노인이시다 보니 뭔가 버리는게 아깝다 여기실거에요.. 어쩔수 없어요.
    암튼 친정 어머니와 한집산다는게 쉬운일은 아닐텐데
    애쓰시네요..

  • 2. 귀찮아도
    '12.5.22 4:46 PM (220.126.xxx.152)

    몰래 몰래 버립니다. 음식 버리는거 조금은 감수해야 할 거 같아요.

  • 3. ..
    '12.5.22 5:02 PM (110.70.xxx.238)

    예전 제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요. 저희 불쌍한 어머니 천국에서 행복하시겠지요

  • 4. 그냥
    '12.5.22 6:48 PM (14.52.xxx.59)

    몰래 버리세요
    어머님이 물어보시면 경비아저씨랑 나눠먹었다고 하시던가,,쪘는데 상해서 버렸다고 하시던가요
    괜히 기분나쁘게 말하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0488 말려주세요... 8 곰녀 2012/08/14 1,983
140487 추석연휴에 제주도 배타고 가면 어떨까요? 1 제주여행 2012/08/14 1,227
140486 길에서 어떤 여자가 카라멜색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10 뭘까 2012/08/14 4,705
140485 8월 14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08/14 1,026
140484 이번주 주말에 여수여행 !! ^^ 상콤호야 2012/08/14 1,106
140483 코스트코에 2 코스트코 2012/08/14 1,518
140482 녹조가 국민건강을 위협해도, MBC는 MB편 1 yjsdm 2012/08/14 984
140481 여행 답사기에 관한 책 추천해주세요 3 추천 2012/08/14 1,013
140480 오랜만에 올훼스의 창이라는 만화책을 다시 읽었는데요.. 4 올훼스의 창.. 2012/08/14 1,935
140479 질문?? 기름종이?? 2 .. 2012/08/14 1,153
140478 흰설탕하고 황설탕하고 어떤게 좋은건가요? 9 몰라요 2012/08/14 7,516
140477 4-50대 중년의 남자가 읽어보면 좋을 책 8 마누 2012/08/14 2,678
140476 나는 딴따라다 3 가을을 꿈꾸.. 2012/08/14 1,314
140475 갱년기에 좋다면서 1 50대 아짐.. 2012/08/14 1,938
140474 던 이란 광고 이젠 재밌네요.. 3 .. 2012/08/14 1,259
140473 박사과정 공부는 창의력도 중요하지 않나요? 8 콩나물 2012/08/14 2,664
140472 낯가림 심한 3살 남자아이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 2012/08/14 1,095
140471 8월 14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8/14 765
140470 많이 늦은걸까요? ㅠ 4 주택청약 2012/08/14 1,429
140469 뽐뿌 갤노트 이제 안나올까요? 4 갤럭시노트 2012/08/14 1,727
140468 환급되는 상해보험 정말 있나요? 12 또 멘붕올까.. 2012/08/14 1,800
140467 대학입학까지는 수학이, 이후에는 영어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1 ? 2012/08/14 1,748
140466 일년에 한,두번이라도 장판바닥을 세제로 닦아내시나요? 6 일일 청소말.. 2012/08/14 7,481
140465 드뷔이에같은 구리냄비 어떤가요? 1 ?? 2012/08/14 1,781
140464 도우미 아주머니 고민... 7 쿠우짱 2012/08/14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