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케이블에서 클래식을 재방송해주더군요.
한참 재밌게 보다가
조승우와 손예진이 방학 때 서로 시골과 도시에 떨어져
편지 주고받는 장면에서 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나중에 조승우 월남으로 떠나고, 눈이 멀고,
자신의 상처를 숨기면서 손예진을 만나는 장면에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흘러나오는데
갑자기 그때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겁니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바탕 울고 난 뒤
도대체 내가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
가수 김광석과 감독인 곽재용이 자살했다는 생각도 잠깐 나고
두 주인공의 사연도 물론 슬펐지만
그보다는 배경으로 나오는 옛 풍경과 교복을 입은 학창시절 모습, 시골과 도시에서 떨어진 주인공들이
서로 그리워하며 편지 주고받는 모습 같은 어릴 적 모습들을 보며
'아 나도 저런 시절을 살았는데... 근데 이젠 늙어가는 일만 남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나를 울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인가 어떤 분이 경제상황도 좋고 남편도 잘해주고 양쪽 부모님도 힘들게 안 하시는데
왜 자기는 늘상 우울한지 모르겠다고, 그런 상태로 앞으로 몇십 년을 살아갈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하는 글을
읽었는데 오늘 아침 그 글이 한순간에 이해가 되었어요.
일단 한바탕 울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한데 이 우울감은 앞으로도 가끔씩
나를 힘들게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