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침대에 들어가서 이제 눈을 감으면 안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저는 결막염, 편도선염, 비염, 치질, 편두통 거기다 생리가 겹친 몸상태가 안 좋은 때고
회사도 나가야 하고 애도 10개월이고 몸이 열개라도 힘든 상황이기는 해요.
애 봐주시는 아주머니 있긴 있는데 너무 느리셔서, 저희가 백업을 진짜 많이 해야 해요.
그렇다고 사람을 두명 쓸 형편은 못되고요.
근데 어제 밤에는 너무너무너무 우울했어요.
친정에 남동생이 있는데 취직준비가 잘 안되는거 같아요. 온갖 대기업 다 면접까지는 가는데 최종에서 몇번이나 미끄러졌어요. 그래서 걔를 챙겨주고 싶은데
어떻게 챙겨줘야 할지 그것도 모르겠고 친정 부모님이라도 있으면 애가 밥은 잘 먹는지 기분은 괜찮은지 물어볼텐데 마침 여행가셨네요-_-
문자 보내도 어 난 괜찮아. 하고 말고...
어제는 남편이 너 몸 안좋아도 집에 있으면 더 처진다고 브런치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애를 챙겨서 브런치를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먹고,
기침이 심해졌는데 애기 여름 포대기를 사야했거든요.
백화점에서는 보니까 8만원 9만원 하더라고요.
비싸다고, 우리 남대문 갈까? 해서
힐튼에 주차하고 남편이 아기띠하고 저는 기저귀가방 낑낑 들고 걸어내려오는데 생각해보니 일요일인거에요. 문을 닫았겠죠.
너무 덥고, 기침은 계속 심하고, 생리도 하고 있고 짜증이 나서 남편한테 디립다 짜증을 냈어요.
주차비 아끼려고 이게 뭐냐.
결국 남편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애는 잠들었다 일어나서 이유식 먹여야 해서 스타벅스를 갔어요.
좀 시원하니 낫더라고요. 단 커피 마시니까 좀 낫고요.
그럼 서울역 롯데마트 가자고 하고 힐튼에 가서 분수도 보고 마트 가서 포대기 보니까 3만5천원 짜리 있어서 사고.
그쯤 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낑낑 집에 와서 저는 거의 쓰러졌어요.
남편은 하루종일 힘들었을텐데 (새벽 5시 반에 애가 깨서 그때부터 놀아줬음)
저희 아주머니가 7시에 오고, 집안 정리하고 하는데 계속 아기랑 놀아주더라고요.
목욕도 시키고 이유식도 데워서 먹이고 ㅠㅠ 힘들텐데 샤워도 못하고ㅠㅠㅠ
미안했어요.
저희는 그리고 저녁을 못 먹었어요.
아주머니가 식사를 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남편이 수박이나 잘라달라고 자긴 됐다고 했고
저는 걍 나중에 누룽지 끓여먹든지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냥... 왜 이렇게 사나. 포대기 얼마나 차이난다고 하루종일 고생하고, 주차비 때문에 그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애는 애대로 고생시키고 저녁도 못 먹고. 애가 좀 클때까지는 이러고 살겠지.
저는 기침이 심해서 계속 침대에서 차 마시면서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나는 하루종일 짜증만 내고, 남편도 동생도 아기도 못 챙기고, 그런데도 몸은 죽을거 같고
정신없어서 친구들도 아무도 못 만나고
차라리 내가 없는게 좋지 않을까?
애한테도 해주는거 아무것도 없는거 같고
그렇다고 뭐 엄청 커리어가 쌓이거나 돈을 벌거나 하는것도 아닌거 같고
매일이 허덕거리는 건데
똑바로 되는건 아무것도 없구나.
지금도 마음이 엄청 심란해요.
동생한테 전화해서 오늘 집에 가서 같이 밥먹을까 했더니 누나 그냥 병원갔다가 집에서 쉬라고...
다행이죠. 왜냐면 집으로 가야지 저희 애가 그래도 하루 2시간이라도 애정을 주는 사람이랑 놀지 안 그러면 그냥 안 다치게만 봐주는 아주머니랑 별 말 없이 하루종일 있는건데.
아침엔 남편이 회사 일로 좀 부탁을 했는데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못 봐줬어요.
고맙다고 고맙다고는 하는데 예전의 저였으면 엄청 발벗고 나서서 자세히 다 알아봐줬을텐데 의욕이 없네요.
그리고 오랜만에 내일 같이 점심 먹자는 선배언니가 있는데 저한테 자꾸 태아보험 들으라고...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