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보고 흔들리는 분들 계셔서 제 주변 예 몇 가지 들어드려요.
1.
제 이모님.
연애결혼이신데, 외할머니는 교회를 다니셨지만
혹시 사돈댁에서 사주 보실까봐 할머니가 먼저 가셔서 보셨어요.
이모가 이모부 초반에 잡아먹을 궁합이래요.
초반과부가 된다는 말이죠. 애도 없고.
그런데 서로 깊이 좋아하는 사이니 어쩌겠어요?
외할머니가 이모 생일을 바꿔서 알려줬습니다. 시댁에.
예를 들어 이모가 음력 5월 5일이면 양력 5월 5일이라구요.
안사돈 되시는 분이 그거 가지고 사주 궁합보러 가니 그렇게 찰떡궁합이라네요.
그래서 결혼했습니다.
아이가 셋이고, 지금 이모부 연세가 70이 넘으셨어요.
네... 초반과부는 개뿔.
2.
제 친구. 점 되게 좋아하는 인간인데,
잘 본다는 집 가서 점 보니 28살에 정말 조건 킹카인 남자 만나 결혼한다더랍니다.
걔가 당시 26살 정도였는데, 당장 사귀던 남자 잘라버렸죠.
그 남자가 꽤 괜찮았는데, 그 남자와 비교도 안 되는 킹카 만난다니 바로 찬 겁니다.
지금 그 친구 나이가 40대가 넘었어요.
가끔 친구들끼리 모이면, 아직도 28살 되려면 멀었냐고 놀려요.
그때 차버린 남자는 그 이후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잘 살아요.
3.
위의 친구네 집 일인데, 큰오빠가 40대 중반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인쇄쪽 일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거기 공기가 그렇다 보니 폐암으로 가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아무튼, 40대 초반인 큰올케 언니가 아이 둘과 함께 혼자 남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해에 친구랑 어머니랑 점아줌마네 가서 점을 보니까
큰올케 언니가 40대 중반에 과부가 될 수가 들어서 멀쩡하던 오빠가 죽었다는 겁니다.
오빠가 언니랑 안 살았으면 살 수 있었는데, 언니 과부수가 오빠를 쳐서 죽였다는 거에요.
오빠 불쌍하다면서 술마시며 엉엉 우는 친구에게 제가 그랬죠.
점쟁이 말대로라면 내가 보기엔 너네 오빠가 7살을 못 넘기고 죽을 수였던 것 같다.
그런데 너네 언니가 40 과부수라서 그 덕에 너네 오빠가 40 후반까지 산 거다.
그리고 그 점쟁이 웃긴다. 왜 그럼 재작년에 그런 이야기 안 해줬냐?
이혼이라도 시켰으면 너네 오빠가 살아있을 거 아니냐?
죽은 다음에 '누구땜에 죽었다' 이런 소리는 누가 못하냐?
그랬더니 친구가 입을 다물대요.
4.
같이 일하던 사장님, 역시 점 굉장히 좋아하고
직원 하나 뽑을 때도 점집 가서 직원과 자기들 사주보고 뽑았어요.
한번은 어떤 여직원을 뽑는데 저희가 다 뜯어말렸었어요.
딱 면접 볼 때 스타일 보니 애 싸가지가 개 싸가지였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이 점을 보니 사장님과 너무너무 잘 맞는 사주에다
걔가 들어오면 회사가 불같이 일어난답니다......는 무슨 개뿔.
그 여자애가 들어와서
직원들끼리 이간질해서 싸움 붙이고 갈라놓고 나가게 하고 난리난리,
거래처와는 계속 트러블, 갑인 상대편과도 난리난리......... 결국 하던 프로젝트 아작나는 수준에
휴업하고 저희는 3개월 유급휴직하다가 그만뒀어요.
이 인간이 나중에 다른 직원들 충동질해서 노동부에 고소하는 바람에
사장님이 집 재산 정리해서 밀린 월급이랑 퇴직금 주려던 거
합의규정으로 바뀌어서 액수 줄여 받았죠.
(저는 가만히 있어서 나중에 사장님이 더 챙겨주셨어요)
이 사장님, 이사하실 때가 압권.
이삿날 받으니 화요일인 겁니다.
일요일이 좋은 날 없다고 해서 화요일날 이사하시는데,
그 날짜도 아주 좋은 날짜가 아니니
이사할 때 못을 박지 말래요. 그런데 그럴 수가 있나요?
그러니까 점쟁이 말이, 그 집 말고 옆집 가서 소금물을 끓여다가
못 박을 자리에 김을 쏘여주면 악귀가 나가서 괜찮다고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옆집 가서 소금물 끓여다가 못 박을 자리마다 축축하게 쐬고 못을 박았죠.
아시겠지만 도배 금방해서 눅눅한 데다가 소금물 김까지 쐬어놓으니 도배지가 누리끼리하게 썩었어요.
결국 나중에 가구 다 들어내고 다시 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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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죽을 날짜 정확하게 짚는 점쟁이 없구요.
아들 딸 낳는 거 100% 맞추는 점쟁이 없구요.
제가 이 나이에 점집 가서 가만히 있으면 다 남편고민, 자식고민인 줄 알더라구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결혼해서 28살에 학부형이었던 제 친구는
점집 갔더니 29살에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간다고 하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