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2주째 원치않는 다이어트로 헬쓱해진 제 얼굴을 보며 생각합니다.
2주전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공개한 이후 일련의 황당한 사태로
도무지 식욕이 생기지 않네요.
그저 밤마다 단소주로 허기를 달래며 멘붕에 떨고 있는 뇌세포를 위무할 뿐 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시민도 그럴지언정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셨던
이정희씨는 얼마나 괴로우실까?
님의 침묵도 사실 님이 진정 원하시는 바가 아니리라 믿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대개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고 자기 내면의 성에 자기를 차단하는 병이 자폐증이라고 합니다.
자폐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스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서 자아를 외부로부터 단절시키는 뇌의 자기방어 기제라더군요.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닌 기억상실도 그런 뇌의 방어기제의 일종이구요. 대게 유소년이나 심약한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가 쉽다고 합니다.
그런 자폐증 중에서도 제일 치유하기 어려운 케이스는 타인에 의한 공격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으로 발생한 현실을 도피하려는 경우라고 하더군요.
이정희씨 정말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십니까?
지난 2주를 돌아보면 -생각하기 싫겠지만
-얼마나 당혹스럽고 원통하시겠습니까?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지난 4년간 얼마나 열정적으로 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고통 받고 억울한 약자들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작년 한 해 동안에 또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위해 얼마나 분골쇄신해왔는데. 그리고 이번에도 억울하게 부정선거의 누명을 쓴 억울한 동지의 명예훼복을 위해 맞서 싸워왔는데 갑자기 국민들이 돌변해서 님에 대해 이렇게 온갖 비난과 저주를 퍼붓다니요.
당신은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와 소수파를 대변하는 것이 정의라 믿고 이제는 소수파로 전락한 당권파 그 중에서도 모든 진보진영의 공적(?)이 되어버린 이석기란 약자를 위해 변호사로서의 당연한 변론을 했을 뿐인데 왜들 갑자기 돌변해서 돌을 던지나?
지난번 비상 소집된 중앙운영위원회도 대리투표, 중복투표의 사례가 나열되었지만 어쨌든 조작보고서를 근거로 운영위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표결을 강행하려던 것을 당을 사랑하는 참관인과 함께 막으려했던 것 뿐 인데 왜들 이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시죠? 하도 사회를 못한다고 하기에 늬들 맘대로 하라고 대표사퇴하고 사회봉 까지 미련 없이 넘기고 퇴장했으면 되었지 그 후에 지들이 회의 엉망으로 진행해서 그 난리가 났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짜고 친 고스톱 파토라느니 각본에 따른 사퇴였다느니. 정말 미친 거 아냐? 이 인간들! 왜 나를 가지고 지랄들이야.
혹 나를 무 흠결의 완벽한 성인으로 신봉해온 거 아냐?
나도 인간인데 좀 실수도 할 수 있지? 내가 이명박이야 이순자야.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다고 이 난리야?
이런 원통한 생각들을 하고 계시겠죠?
그러니 고 노무현 대통령의 그 심경이 어떤지 알 거 같다고 말씀하신 거겠죠.
"노통님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셨을까요?
믿었던 사람들이 욕하고 조롱할 때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을까요?
하지만 저는 노통님 처럼 자기를 버리는 나약한 사람은 아니에요. 한동안 스스로 침묵의 형벌을 달게 받고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예요. 그래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제가 무엇보다 귀히 여기는 명예를 회복할거예요."
이렇게 님은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하리라 믿습니다.
님이 지난 2주 동안 보여준 인터뷰와 회의석상에서 공개된 님의 발언과 표정에서
그리고 진상보고서 규탄대회에서 보여주신 그 단호한 무죄추정의 선포에서 추론한 님의 생각이라고 제가 소설을 써봤습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칙에 따르면 지금도 님의 이런 소신엔 큰 변화가 없을 줄 압니다.
저는 이하에서 당신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제 스스로의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인데요. 당신의 그 이해할 수 없는 당권파와 이석기씨에 대한 밀착방어 행위에 대한 저의 억지 해석입니다.
옛 추미애 의원에 대한 데자뷰가 그 단서였죠. 추의원은 당신만큼이나 대단한 국민적 기대주였습니다.
조선일보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기백과 노무현을 지켜냄 소신 누가 봐도 차세대 여성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었죠.
그런데 열린 우리당 창당 후 총선 때 이분이 앞장서서 노무현을 비난하며 탄핵에 앞장섰죠. 조선일보를 펼쳐들고 말이죠.
그때 추미애는 강자인 대통령에 맞서 약자로 전락하고 온갖 비난을 다 받던 민주당에 모성애적 동정심을 강렬히 느끼는 구나.
이성과 역사에 대한 냉철한 판단보단 그저 세상을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으로 보고 약한 아이를 보호하려드는 구나.
그렇게 이해하니 그 분에 대한 미움이 가시더군요. 아 이분은 정치가 아니라 자선사업이나 고아원 원장을 하시면 딱 이겠구나. 지금도 전 추미애 의원을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정희씨도 그렇게 밖에는 이해가 안 됩니다.
강약의 기준도 틀렸지만 정치가란 모름지기 옳고 그름의 냉철한 역사적 기준으로 정의의 잣대로 판단해야 하는데 당신도 또한 아이 엄마의 심정으로
당권파를 비호하는 걸로 이해합니다.
그 아이가 아무리 큰 못된 짓을 해도 아무도 내 아이는 못 건드려!
이렇게 그 심정을 이해하려합니다. 그래서 이정희씨에게도 정치의 길보단 자선사업이나 고아원을 운영하시는 게 훨씬 당신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리라 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당신의 인식에 대해서 입니다.
결론적으로 당신은 돌아가신 그분에 대해서 아무런 공감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억울해서 돌아가셨다고 진짜로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완전히 잘 못 봤습니다.
어쩌구 차명계좌 때문에 부끄러워 돌아가셨다는 어느 미친개가 있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그분의 유서가 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슬퍼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이 핵심적 세 문구를 음미해보십쇼.
여기 어디에 억울함이 있으며 분노가 있습니까?
그저 처해진 처참한 상황 속에서 자신과 동지들과 그리고 국가 전체의 미래를 보고 담담히 자기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저 마음에서 무언가 머리를 때리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노무현대통령은 더 이상의 회피로 자기를 방어하지 않고 당당히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신 겁니다.
어떤 자기변명이나 꼼수나 이익추구도 없이 말이죠.
하기사 문제인변호사 아니 지금은 의원이신가요?
그 분도 유서의 의미를 깨닫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죠.
그런데 한번 이정희씨와 당신이 변호하는 당권파들
특히 이석기씨의 태도를 한번 비교해보시죠
무슨 마른 풀 부터, 특별한 당원의 위임이라느니, 총체적 부정은 아니라느니, 부정입증이 없으면 무죄라느니, 마녀사냥으로 사퇴는 없다느니, 국민의 뜻은 진상규명이 먼저라느니, 폭력을 유도했다느니(마치 탄핵을 유도했다는 유명한 변명처럼),사퇴요구는 폭력적이라는 둥,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과 거짓말 뻔뻔함으로 지금 진보진영 전체를 공멸에 처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가 정말 이 부분은 이해가 안 될 뿐더러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이정희씨. 괴로우신 심정에 너무 가혹한 비난이라구요?
우리 국민들은 당신과 댁들 땜에 미쳐 돌아갈 지경입니다.
오죽하면 강기갑 대표가 무릎을 꿇고라도 사퇴를 삼고초려 하겠답니까?
그 분은 이런 우리 국민의 심정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마녀사냥은 댁들이 선량한 국민에게 하고 계신 겁니다.
끝으로 마지막 부탁입니다.
사실 오늘의 결론입니다.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 이름을 거론조차 마세요. 댁들의 그 세치 혀에서 그 분의 이름을 운위하는 것 그 자체가 그분에 대한 모욕이자 그분을 기억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
노무현님은 모든 걸 버리므로 우리 진보진영의 길을 여셨습니다.
댁들은 모든 걸 지키려다 모두를 죽음의 길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스스로에 내린 ‘침묵의 형벌’이 ‘도피적 자폐증’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