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중요한 일을 얼굴도 모르는 이 게시판 여러분에게 부탁한다는거 너무 미친 소리 같지만..
답답한 마음에...그래요.
좀 읽어보시고 어쩌면 좋을지 조언을 좀 부탁드릴께요
제가요..계속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어요
대학 졸업후로 거의 십년간요. 그러다가 7개월전에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되서 부서가 아예 없어지게 되서
짤렸어요. 근데 절 짜르면서 나름 일년치 연봉을 줬답니다.
일년치에다가 그간의 퇴직금에다가 6개월치 실업급여에다가..거의 1억을 받았습니다.
몇년간 모으기도 힘든 액수였지요..저에겐...
근데요...
그 돈요..다 전세대출금 갚는데 들어갔어요.
정말 천만원 빼고 다요...그나마 그 천만원도 일년 새 5천이 오른 전세금에 보태느라 이젠 수중에 있지도 않구요..
대출을 4천이나 또 받아야 했어요..전세가 올라서..
워낙 없이 시작해서..서울서 4천 대출끼고 2억 5천 전세 살아요.
저랑 남편은 정말 서울에 사는 평범한 서민층이에요...(여기 기준으로는 하층민일지도...)
양가 부모님들 자식들에게 손안벌리시고 사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서로 삼천씩 합해서 6천으로 집얻어서 결혼 생활 시작했답니다.
결혼과 동시에 애낳아서 키우고..그 애기가 이제 네살이 되었어요.
회사 짤리고 한동안은 멍했지만..아이가 있었기에 그 멍하던 시기는 오래 가지 않았어요.
그간 회사 다니느라 남의 손에 맡겨서 살뜰히 보살피지 못했던 마음의 죄책감이랄까..
열심히 하루 세끼 좋은 반찬 해먹이고 문화 센터 등록해서 다니고...느긋하게 아홉시까지 자고...그렇게 아침에 눈뜨면 아이랑 침대에서 뒹굴면서 깔깔거리고...바쁠게 없는거에요...(직장생활할때는 아침이 젤로 긴장되서 짜증만 냈었죠...)
진짜 너무 좋은거에요..나중에는 짤려서 너무 잘됐다 싶게....
근데...
결국은..돈이 문제가 되는거 있죠.
실업급여가 한 두달 남아갈 때쯤...너무 너무 걱정이 되는거에요.
실업급여 끝나면 진짜 남편 월급으로만 살아가야 하는데..너무 자신이 없었어요. 남편 혼자 벌면 한달에 삼백만원도 힘든데.....과연 잘 살 수 있을까..싶고.
그리고..그렇게 산다해도 저축도, 집사는것도 웬지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꿈같이 느껴져서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취직준비를 했고..다행히..몇번 면접 안보고 예전 회사만큼 대우해주는 외국계에 또 들어왔어요...이제 두달 되어가요.
근데..자...여기서 저의 고민이..
너무너무 괴로워요.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뭐 그러는거..그게 힘든게 아니라..
6개월간 저도 아이도 너무 서로에게 정들었나봐요.
저도 아침에 애를 친정엄마께 맡기고 돌아서는 순간부터 하루 종일...우울해요...
아침마다 애가 울고 짜증내고 하거든요..
밤에는 처량한 목소리로 엄마 내일 회사가? 이러고 내일 엄마 가지..대답하면, 나는 엄마가 회사 가는게 너무나도 슬퍼..이래요.
그러면 저는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거 같아요...
애 맡기고 일하시는 엄마들 다 그러시겠죠..
저는 그거 몰랐어요
임신하고 애낳고 삼개월만에 바로 일하러 나와서는..걍 다 그렇게 사는가부다...애는 잘 지내겠지,,그러고 살았어요
우리애가 세돌까지요. 애도 몰랐던거죠..엄마는 늘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오니까요. 갓난 아기때부터 그랬으니까요.
저는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었을 뿐인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짤려서 집에 있는데..애가 내가 알던 그 애가 아닌거에요
뒤늦게 우리는..서로에게 애착이 생겼고...그 시간동안 물론 24시간 풀타임 육아에 짜증도 많이 났지만...
나의 아이를 정말 많이 알게 되었고..그게 충격적이었어요.
엄마인데...애를 몰랐던 거에요...그래서 참 많이도 울었어요..
아이가 너무 가엾어서요....
좌당간..
그래서 새로운 회사에 가고 나서..매일같이 고민해요.
관둘까...버틸까....관둘까..버틸까...
미칠거 같아요.
내가 애도 더이상 안낳을꺼면서 하나밖에 없는 애의 어린 시절을 이리 대충 넘겨도 될까..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걸까..당장은 그래도 몇년 버티면 경제적으로 훨씬 나아질텐데..
나중에 결국 초등학교 가고 중학교 가면 돈 잘 버는 부모가 최고라던데...
지금의 결핍을 나중에 메꿔도 되는건데 내가 오버인가....
그리고 애엄마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나름 힘들게 경쟁 뚫고 다시 들어갔는데 이렇게 관둬버리면
너무 찐따같은 거 같아서..아쉽기도 하구요...나름 좋은 회사거든요..
결국...
돈이요...그게 젤 문제인거 같아요.
제가 좀 참으면...그래도 일년에 많게는 삼천가까이 모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정말 빵꾸 안내면 장하다 싶을 가계부가 되겠죠.
그래서 나중에 집이라도 사야지..하면 일하는게 맞는데, 아이를 보면.....너무나도 혼란스러워져요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제가..여자치고는 적지는 않은 연봉이라고들 하더라구요..주변분들이..
나이 서른 셋에 5천정도 되거든요...사실 남편보다 조금 많기도 해요.
이거...포기하고 애랑 같이 지내는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좀 참고 돈을 모으는게 맞을까요...
아이도 힘들겠지만....
저도 6개월간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뒤늦게 알게되서 떨어져 지내는게 너무 힘든거 같아요...
에이고....아침에 돌아서서 출근하러 가는 길이 죽으러 가는 것 모냥 어찌나 서글프던지요...
제가 지나치게 감상적인걸까요...
근데 정말..저는 미칠거 같아요. 그만 둘 것이냐, 버틸 것이냐로요..
조언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