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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말 별 사람 다 있네요....

우와 조회수 : 2,109
작성일 : 2012-05-13 21:43:34

오늘 부모님이랑 등산을 다녀왔어요.

산에서 내려오는데 벤치 옆에 하얀 백구가 한마리 앉아있더라고요.

덩치는 큰데 되게 순해가지고, 좀 게으른 눈을 하고 느긋~허니

그냥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고 있었어요. 웃기기도 하고 귀여워가지고

산에서 먹다 남은 족발 살을 좀 줬더니 배도 안 고픈지 처언천히 느긋하게 먹더군요.

 

목에 끈은 메어있는데 근처에 주인인 거 같은 사람도 안 보이고

해서 뭐 근처 절에서 사는 갠가? 매점 갠가? 엄마랑 얘기하면서 개 한번씩 쓰다듬고 그러고 있었어요.

개가 정말 순하다 못해 점잖더라고요. 처음 보는 사람이 만지는데도 그냥 가만~히.

 

근데 역시 하산하는 듯하던 아저씨들 두세 분 무리가 저희가 그러고 있는 걸 보더니

그 중 한분이 다가오셔서 "어? 뭐예요? 들개예요?" 그러는거예요.

그래서 잘 모르겠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순간적으로 다가오더니 개 목덜미를 쥐려 하면서

"그럼 끌고 가야겠다" 그러는거예요.

 

그래서 저희 엄마랑 제가 깜짝 놀라서

어머 아저씨, 무슨 개를 끌고 가요, 됐어요, 저리 가시라고

이 개 근처 절에서 키우는 개예요. 그랬더니

우물쭈물 하면서 "아니 들개라고 하니까.." 그러면서

무슨 주인없는개=잡아먹는거=당연히 자기의 권리라는 듯이 막 계속 끌고 가려는거예요.

저희가 너무 놀라서 됐다고 아저씨 무슨 소리 하시냐고 막 기겁을 해서

결국 그 일행중 한명이 야 됐다고 그냥 가자고 말려서 가던 길 가셨지만..

 

물론 개가 커서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야 물 수도 있고 도망갈 수도 있고 하겠지만

원체 느긋~허니 순한 개고 또 아저씨가 워낙에 덩치도 좋고 좀 뭐랄까 얼굴에 혈기가 벌개가지고

여차하면 몽둥이 들고 개 때려죽이고도 남을 거 같은, 그런 인상이었거든요.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엄마랑 저랑..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백여명 가까이 드글드글한

대낮의 국립공원 한 가운데에서 그냥 벤치가에 앉아있는 개를 잡아먹겠다고 끌고 가려고 하나요.

저로 말할 거 같으면 평상시 솔직히 보신탕에 큰 거부감도 없고,

제가 일부러 찾아 다니면서 먹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가난한 슬픈 역사에서

불가피하게 가까이에 있는 개가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용이 되기 시작한 거,

그래서 자랑스러운 문화는 아니지만 남들이 욕할 수 있는 무슨 광적인 식도락 풍습도 아니란 생각에

남 먹는 거 욕하는 사람들은 안 좋아하거든요. 외국과 비교되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그건 정말 아니었어요.

등산 오는 사람들 중에 걸걸한 중년 아저씨들이 많아서 그런지

전에도 한번 엄마랑 산에 가는데 정말 바로 옆에서 한 아저씨가

개 잡는 방법, 개의 맛(?)에 대해서 한 2,30분을 주구장창 떠들어가지고

듣다 못해 엄마가 그 아저씨보고 '죄송한데 개 잡고 이런 얘긴 정말 듣고 싶지 않다'고 양해 구했었거든요.

막 정신적으로 고문당하는 기분 있죠.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이 머리에 상으로 떠오르잖아요.

개를 생각만해도 침이 고인다는 둥, 그 일행부터도 개고기 안 먹는다는데

"개 안 잡수세요? 안 잡솨봤어요??" 해가면서 내내 개 먹는 얘기.

 

어휴. 아무튼 그 개 채가려던 아저씨는 돌아갔는데도 기분이 너무 안 좋고 불안해서

개보고 너 저리 가, 여기 있지 말고 저리 가, 막 쫓았는데도

개가 그냥 별 개의치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다리쪽에 흉도 있고 전체적으로 지저분한게

그리 쉽게 살아온(?) 녀석도 아닌 거 같은데 너무 무방비상태인 거 아닌지.

짐승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대요. 너무 순한 것도 안 좋겠어요.

 

 

 

IP : 122.37.xxx.11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잘하셨어요.
    '12.5.13 9:54 PM (175.28.xxx.105)

    진짜 우리나라 개식용 문화 혐오스러워요.
    참 이상한 야만적인 면들 많이 보여주는 중국조차도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한 지
    1년이 넘었는 데
    우리나라만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광우병소 걱정할 것도 없는 게
    우리나라 식용 개들이
    얼마나 더럽고 잔인하게 키워지는 지
    오히려 이게 더 심각한고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도 보신한다고 먹는 사람들 꽤나 있잖아요.
    선거때 표 생각해서
    세계에서 손자락질 당하면서도
    개 식용금지법 발의조차 못하는 정치인들도 한심합니다.

  • 2. 비쥬
    '12.5.13 10:15 PM (121.165.xxx.118)

    헉 . 원시인들인가요? 길가던 개를 끌어다 잡어먹다니

  • 3. 역겹다ㅡ.ㅡ
    '12.5.13 10:18 PM (115.140.xxx.84)

    탐욕스럽고 게걸스러운 식탐 ㅡ.ㅡ

  • 4. 아 열받아
    '12.5.13 11:02 PM (182.213.xxx.86)

    그런 막돼먹은 인간들은
    같은 막돼먹은 인간들에게
    몽둥이로 처맞고 끌려다녀봐야돼요.

    동물이나 어린아이들 학대하는 새끼들은
    진짜 참수형에 처하고싶음..

  • 5. 저런
    '12.5.13 11:42 PM (211.245.xxx.72)

    느긋한 백구라니 진진돌이 만화주인공이 생각나네요.
    잘 살것이라 믿어봅니다!!
    그 막돼먹은 작자는 반드시 응당하는 벌을 받길 바라고요

  • 6. ..
    '12.5.14 4:40 AM (124.51.xxx.157)

    좋은일하셨네요 ^^
    저런 인간들은 중심부를 물려봐야 아~! 그때 여자둘이서 개델꼬가지말라할때 그때
    정신차릴껄 하고 후회할껍니다 제대로 물려봐야 개무서움을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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