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는 싸가지 없는 딸이다.

나의 고백 조회수 : 3,672
작성일 : 2012-05-09 00:59:20

늘 그랬었다.
작은 부당함에도 바락바락 대들고,
아침에 집을 나서면, 집에 관한 일은 홀라당 잊었다.
당연히, 전화니 안부니 짤이 없고.
멀리, 머얼리, 엄마나 아빠집에서 떠나고 싶어서,시집을 이역만리로 갔다.
이주노동자, 이중언어장애..대박..

그래도, 엄마는 내가 편하다고 했다.
우유부단한 자신 대신, 칼처럼 잘라버리는 내가 좋다고 했다.
넣지 말라는 신문을 몇달씩 넣고 신문대금을 받으러 온다던가,
일을 개떡같이 해놓고, 돈을 청구한다던가..하면
순덕엄니처럼 온순하게 생기고, 사투리 쓰는 엄마대신,
어려도, 깍쟁이 서울말씨에 패티킴 닮은 내가 싸워 이겼다.

부부싸움이 도가 지나쳐,
살림살이를 부수던 아빠가 엄마를 때리기 시작할때,
나는 가까운 파출소를 걸어가 순경을 데리고 왔다.
안 온다는 걸, 십대의 패티킴이 억지로 끌고 왔었다.

며칠전, 소식이 궁금해 전화하신 엄마한테 인사말을 전했다.
어버이 날이 다가오는데, 잘 지냈었냐고.
니가 웬일이냐고 엄마가 묻길래,
그냥 할말 없어 한번 한 말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엄마가 전화를 다시 했다.
아들놈이랑 며느리랑 일언반구도 없이,
조카만 시켜 저녁에 전화해서, 담에 할머니랑 놀러가자고 하더라고.
자신 닮아 우유부단한 아들은 화목하지 못한 아내 눈치만 살피고,
엄마한테는 엄청 쌀쌀맞게 대한다고..
미안해서 그러는 거 같아, 속 상한다고.

아...혹여, 오해마시라.
순덕이 엄니는 시집살이 모 그딴 거 없는 사람이다.
이건 며느리측에서도 인정한거다.

구절구절 나름 속 상해서 이말저말 딸한테 일러바칠라고 전화한 거 같은데,
싸가지 딸은 한마디로 잘랐다.
나 바쁘다고.

그러다, 패티킴의 힐링캠프에서 그녀가 말한 하와이의 석양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 패티킴 사랑한다.
노래때문에, 딸이랑 비슷한 외모때문에.

나이 드는 거.
하와이 석양처럼 아름다울수도 있잖나.
엄마,
내년 겨울휴가에는 내가 과부땡빚이라도 낼테니, 좀 알아보슈.
엄마랑 아빠는 한국서 출발하고,
우리는 여기서 출발해 만나.

갑작스런 도발에 엄마는 속풀이를 홀라당 잊어버리고, 딸에게 말려들고.

석양을 보고,
아름답다고만 생각될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곁에 있을때라며,
웬수같건, 뭐 같건, 그래도,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억울한 생각, 부당한 기억, 없는건 아닌데,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드는건.
더하고 빼고 해도,
나한테 잘해준게 눈꼽만큼이라도 많아서겠지.

자식은 기르는데 20년만 고생하는데,
우리는 왜 부모를 20년 플러스 무한정으로 보살펴야 하냐..며 툴툴거리며 전화 끊었지만, 
단순, 우유부단, 순둥이 바보같은 우리 엄마는
하와이 여행패키지 상품을 돋보기 쓰고 찾아보느라,
아들내외때문에 속상한건 몇시간정도 잊겠지.

IP : 68.227.xxx.9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ipol
    '12.5.9 1:01 AM (216.40.xxx.117)

    이러니 요즘은 다들 딸선호하나 보네요..

  • 2. ..
    '12.5.9 1:19 AM (183.97.xxx.186)

    에구..제맘 같네요..
    울엄마 오래만 사시기를..

  • 3. ---
    '12.5.9 1:25 AM (178.83.xxx.120)

    헐... 글을 어쩌면 이리도 잘 쓰시나요.
    감탄 x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 4. 저 님땜에 울잖아요 ㅠㅠ
    '12.5.9 2:17 AM (219.241.xxx.63)

    싸가지없는 딸로는 1등 먹는데..오늘 또 한건 했나봐요 ㅠㅠ
    엄마 미안해..

  • 5. 솔직한찌질이
    '12.5.9 2:37 AM (203.243.xxx.18)

    너~~~~~~~무나도 좋은 글이라서 좀 퍼갑니다.

  • 6. 어머
    '12.5.9 3:50 AM (119.70.xxx.201)

    글 너무 잘쓰시네요

  • 7. ...
    '12.5.9 6:15 AM (112.156.xxx.44)

    정멀 글 잘 쓰시네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

    그러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글..

  • 8. ..
    '12.5.9 6:16 AM (175.112.xxx.72)

    내용이 찡~ 하면서 참 잘쓰신다 하면서 이런게 딸마음이지. 하면서 ......

  • 9. 솔직히
    '12.5.9 7:58 AM (203.142.xxx.231)

    저랑 비슷한 딸이네요. 저도 엄마랑 저녁 잘먹고 기분좋게 있다가 밤 11시 넘어서 한바탕했네요. 남편이 해외출장중이라 와계시는데..
    저도 님처럼 칼처럼 자르거든요.
    근데. 참 원래 딸 좋다는게 같이 수다떨어주고 같이 동감해주고. 이거 아닌가요?
    그런의미로 참 싸가지없는 딸입니다. 저도..

  • 10. 요즘
    '12.5.9 9:28 AM (125.130.xxx.27)

    속 썩이는 자식때ㅐㅁ에 우울한데
    이것도 살아서 곁이 있는 가족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누가 그러더군요 살아서 기뻐하고 살아서 화내고 살아서 슬퍼하라고..
    님 글때문에 기운 얻습니다.

  • 11. .....
    '12.5.9 10:42 AM (155.230.xxx.55)

    짠해요. 이글 지우시지 마세요.....

  • 12. ㅠㅠ
    '12.5.9 10:59 AM (150.183.xxx.253)

    석양을 보고,
    아름답다고만 생각될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곁에 있을때라며,
    웬수같건, 뭐 같건, 그래도,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

    님...이부분 마음이 짠하내요
    진짜 부모님께 전화한번 더 드려야겠어요;;

  • 13. 렌지
    '12.5.9 6:05 PM (1.216.xxx.139)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보려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7000 김용철 변호사 욕하는 사람들 보면 답이 없게 보임 24 ㅇㅇ 2012/08/28 2,496
146999 응답하라 1997 5 염치없지만... 2012/08/28 3,373
146998 오늘 뉴스보던 중 교회 첨탑 날라가 주차 차량 덮치는 장면을 보.. 3 잠시익명 2012/08/28 2,232
146997 사진찍으려고 사람 치워버리는 대통령 후보.....[펌] 15 ㅡㅡ 2012/08/28 4,101
146996 하정우가 누군지 몰라요 11 전요 2012/08/28 2,639
146995 황정음^^ 15 귀여워 2012/08/28 4,162
146994 자랑합니다..^^ 1 문제일 2012/08/28 1,423
146993 정말 뒤끝 작렬이네요. 6 에효~ 2012/08/28 3,186
146992 명품에 관심이 없는데,,, 2012/08/28 1,231
146991 옵티머스 뷰가 단돈 오만원! 14 옵티머스 뷰.. 2012/08/28 3,751
146990 새로 치아 했어도 통증이 있는건 왜 4 그런거죠? 2012/08/28 1,809
146989 매우 피곤하네요 2 오늘은 2012/08/28 1,740
146988 박근혜 반값등록금 대책 .swf 3 닭그네 2012/08/28 1,494
146987 서울 노원인데 창문 다 열었어요 10 dd 2012/08/28 3,293
146986 하정우는.. 49 코알라용 2012/08/28 15,469
146985 뒤끝작렬 지금 바람에 유리창이 깨지진 않겠지요? 8 더워 2012/08/28 4,310
146984 내일 복숭아랑 아오리사과 주문하면 별로일까요? 2 과일 2012/08/28 1,747
146983 송파인데 강쥐도 쫄았어요. 6 돌풍 2012/08/28 2,892
146982 ㅅ뉴스보니 실제 피해 사례가 엄청크네요 곳곳에 장난아니.. Bb 2012/08/28 1,877
146981 하루에 15시간 이상 에어콘 돌린 집입니다.. 6 ... 2012/08/28 5,940
146980 아파트 지붕 떨어지는 걸 4 .. 2012/08/28 4,581
146979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나봐요 바람 2012/08/28 1,794
146978 파우치백? 조그만 2012/08/28 1,463
146977 서울인데 다시 창문 덜컹덜컹 장난아니네요.. 6 ddd 2012/08/28 3,482
146976 너구리나 오소리는 무얼먹고 살까요? 3 ᆢᆢ 2012/08/28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