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영화를 많이 봤는 데 '건축학개론'은 보고 싶지 않았서 그냥 넘어 갔었습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처럼 재미없는 영화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백화점에 가서 아이들 옷 몇벌 사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영화관에 갔더니 건축학개론 영화 시작 시간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에 보았습니다.
영화 재밌게 보았습니다.
특히 조정석과 수지의 발견이었습니다.
더 킹 투하츠에 나오는 은시경 역 조정석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100석이 채 안되는 작은 극장안에 나이든 부부, 어머니들이 주로 오셨는 데 내 뒤 의자쪽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재미있는 대사 나올때 마다 짚어주면서 웃으시기에 저절로 따라 웃게 되더군요.
절도가 몸에 밴 담백한 은시경이 유들 유들한 똥싼 청바지 같은 바지에 현란한 입담을 과시하는 재수생으로 나오는게 어찌나 우습던지요. 고삐리 싱숭이와 중삐리 생숭이...
밋밋할 수도 있는 영화를 잘 살려 주었구요. 이야기 끝날 즈음에 이 재수생이 사회인이 되어 한번 등장해 주길 기대했는 데 안 나와 주어서 조금 섭섭했습니다.
수지는 뚱하면서 톡톡 쏘아 붙이는 서연역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하더군요. 키 크고 체격이 좋은 것도 맘에 들고...
이십대 그 즈음,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감정에 서툴고 표현은 더 서툴고 가난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아련하죠. 그 때는 이제 마흔 몇살이 되어 그 시절을 돌이키며 아련해 할줄 상상도 못했었지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과연 이렇게 파도처럼 덮칠줄도 알지 못했고...
추억같은 영화를 잘 만들어 놓았더군요. 나도 누구의 첫사랑이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