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가요.
조용히 속삭이는건 아무 문제없어요.
그런데 바로 옆에, 혹은 앞자리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정도의 높이로 올려서 말하면..
그러니까 대부분 평상시의 목소리톤으로 말할 때요.
목이 메인 듯? 막힌 듯? 그렇게 말이 끊길 때가 있어요. 아니, 끊겨요.
이런 증세를 보인건 초등 6학년 무렵이었는데.
처음엔 아주 가끔 그랬으니까 대수롭잖게 생각했다가 점점 살금살금 그 빈도가 높아지더니
서른 다섯 된 지금은 거의 모든 문장, 아주 짧은 문장이 아니면 대부분 그렇게 목소리가 막혀서 안나와요.
보통은 흠흠 헛기침 하듯 넘어가고 다시 말을 잇지만 저와 오래 말을 나누다보면 모든 사람들이
제 목소리가 이상하다는걸 느껴요. 한 두번 만나고 말 사람들이라면 그런가보다 할테지만
식구들이나 자주 만나는 친구들은 제 목소리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걸 알아요.
이게 호흡의 문제인가 싶어서 숨을 들이쉬고도 말해보고, 내쉬면서도 말해 봤어요.
폐활량에 문제가 있는가 싶어서 우연찮은 기회에 확인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좀 약하긴 하지만 문제는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그냥 살아왔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일 해 왔지만 거의 1대 1 수업이거나 극소수정예 수업이었기에
가까이 아이들 앉혀놓고 수업하면 문제없이 잘 해 왔어요.
그런데 이제 큰애가 네살인데.. 큰애가 제 말투... 그러니까 본의아니게 말이 끝까지 나오지 못하고 끊기는..
그 말투를 따라서 하네요. 애기라서 재미로 그러거나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엄마인 저와 대부분 대화를 나누고 저를 통해 배우는 말이 많으니 거울처럼 따라하는거에요.
최근엔 제 증상이 정말 최악이었어요.
제 아이 이름을 부르는데도 누구야~ 하며 단번에 곧게 나오지 않고
누구야/아/ 이렇게.. 글로는 표현 못하겠지만 .. 그렇게 이상하게요.
노래를 불러줄 때도 목소리가 막혀서 쥐어짜듯이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해요.
그 동안 제 증상이 이상해서 종종 신경쓰이긴 했더라도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말을 배우는 제 아이가 그걸 따라서 하니.. 어느 순간엔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와서 죽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건 무슨 병일까요? 무슨 과에 가서 알아봐야 하는건가요?
차라리 정말 기이한 증세라서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티비 프로라도 나가게 되면
대형 종합병원 가서 여러 전문가들 진찰을 받기라도 할텐데
평범한 소시민이.. 기껏해야 동네에 내과 이비인후과가 다인데 세세히 알아보기는 힘드니까요..
백방으로 알아봐서 제 증세를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이게 무슨 병이 있어서 그러는건지, 세상에 나처럼 이러는 사람이 또 있기는 하는건지
그거라도 알게 되면 정말 속 시원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