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오빠랑 플랫한다고 나갔다가 오빠 군대간다고 한국가면서 저희집에서 플랫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플랫은 지가 밥을 직접해먹는거라 자기 생활비 절약은 되겠지만 저는 부엌을 나눠 쓰는 일이기도 하구.. 무엇보다도 저는 제법 근사하게 밥해서 남편이랑 먹는데 아이가 혼자 라면 끓여먹고 그러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저 직장갈때만 (파트타임으로 일해요..) 너가 혼자 해먹고 아줌마 요리할때는 같이 먹자 했어요..
생활비도 워낙 빡빡하게 쓰는지라.. 그렇게 해서 식비로 아끼는 돈 있으면 친구들 놀때 고민하지 말고 나가서 같이 영화도 보고 그러라고 했어요..
지 오빠도 착했고 얘도 워낙 착하고 붙임성도 있어서 작년에 플랫한다고 나가살때도 학교에서 상받거나 하는 일있으면 꼭 저희부부 초대하곤 했고 저희도 자주일때는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와서 밥먹고 가고 그랬어요...
근데 오늘 저녁은 밥을 거실에서 먹게되서 테이블을 옮겨다 놨는데.. 밥 다먹고 그걸 고대로 부엌에다 가져다만 놓고 치우질 않았더라구요..
상위에 그대로 그릇들이랑 음식 찌꺼기랑 그대로 있는데..생각해보니 누구하나 설겆이 한번 도와준적도 없었고... 가족 전체한테 다 화가 나서 당분간 밥 하지 않을테니 니들이 알아서 해먹으라고 했어요.. 화를 많이 낸 편은 아니구 일분 안되게 얘기했어요.. 밥먹은 테이블정도는 치우는게 매너인데 평소에 누구하나 도와준적도 없는데 그것도 안하니 속상하다 밥안한다 했어요.
다 치우고 거실에 혼자 앉아서 티비보는데 아이가 나와서 아줌마 죄송해요 사과드릴께요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내가 화가 많이 난게 아니라 화를 더 내고 싶지 않아서 밥 안한다고 한거다 아줌마 밥하는것 당분간만 좀 쉬면 또 가족들에게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했더니 알았다고 하는데... 정말 상황 다 이해하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들은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웃으면서 내일 밥 어떻게 해먹을래? 했더니 씩 웃으면서 수퍼가서 재료사와야지요 하구요..
저는 덕분에 남편이랑 당분간 외식도 많이 하면서 즐길꺼구요..
요즘 애들 버릇없다 막나간다 하는 뉴스도 많고 특히 유학생 아이들은 부모랑 살지 않아서 더 엇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뒤끝없이 사과하고 어른 사정, 마음 다 이해하는 착한 아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 고삼때 생각해보면 사실 이 아이가 더 나은것도 같아요.. 꼬이지 않고 말하면 알아듣고.. 남남으로 만났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도 있네요..
그런애랑 남남으로 만나서 벌써 7년을 같이 알고 지내는 저도 운이 좋은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