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정신이 산만하고.. 잡생각이 많고 늘 불안하고..
그래서 엉뚱한 실수가 잦아요.
전화통화하면서 버스에 탔다가 미리 카드를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찍지 못하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이리저리 카드를 찾았어요.
기사 아저씨는 계속 저를 주시하고 저는 결국 못 찾아서
아저씨한테 죄송하다고 바로 내리겠다고 하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죠.
패닉상태에서 허둥지둥 앞문으로 내리려니.. 뒷문으로 내리라고 버럭!!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 아저씨는 파르르 떨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고..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주목했어요.
저는 찍 소리 못하고 온갖 면박 당하면서 뒷문으로 쫓겨나듯 내렸죠.
내리고 보니 카드랑 잔돈이 있더라구요ㅠㅠ 너무 당황했나 봐요.
그 밖에도 내려야 될 정류장에서 멍하니 있다가 멈췄던 버스가 떠날 때쯤
문 좀 열어달라고 소리 지른 적도 많고.. (대개는 아무 반응없이 그냥 떠나서 완전 무안한 상황)
또.. 잔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 하고 버스에 탄 적도 있고..
친절한 아저씨들 만나 공짜로 목적지까지 간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커피를 사러 갔는데.. 커피 만드시는 중간에 저는 계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또 커피 값을 이야기해서.. 아까 계산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가
또 아줌마가 발끈하는 바람에 찍소리 못하고 돈 내고 나온 일.. (아직도 계산을 두번했는지 한번했는지 몰겠음)
오늘은 화장품 가게에서 세일한다길래 매니큐어 여러개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가..
내가 진열대에서 본 액수보다 훨씬 비싼 액수를 불러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작은 소리로 말하니까..
아줌마가 짜증을 있는대로 내더라구요.
이런 잘잘한 실수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조심하면 될 일이죠. 근데 늘~ 조심하자, 조심하자.. 하는데
계속 실수를 해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나 봐요.
어쩔 때는 정말 모자란 사람 같아요. 나사 하나 풀린 것 같고.. 점점 어휘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이 글 쓰는 것도 힘드네요. 글써서 밥먹고 살고 있는데.. 우울증 심하게 앓고 이 모양이 됐어요.
아무튼. 저 위의 경우들에서.. 저를 대하는 버스 운전사나, 커피전문점 주인, 화장품 가게 직원들..
이 사람들도 ABC..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C로 가는 것 같아요.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흥분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알겠는데..
저한테.. 그 사람들을 더 화나게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너무 겁을 먹는다던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거나.. 버벅거리고 말 같지 않은 변명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저도 좀 노이로제가 걸린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나 만만한 친구들한테는 조금만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다 말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요즘에는 짜증이나 화를 내는 일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지 알아서
자제하고 있어요. 그런데.. 친한 사람들한테는 똑똑하게 별말 다하는 애가.. 처음 보는 사람들의 짜증앞에서..
바보처럼 주눅 들고 패닉상태에 빠지는 모습이 싫어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그 상황에서
'근데 왜 화를 내냐고, 좋게 말하면 나도 알아듣는다고' 말하면
상대방이 바로 미안하다 나도 심했다, 할 것 같지 않고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그러면 또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아서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이런 황당한 실수가 많아서 반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일이 많았어요.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억울했던 경험도 많고.
그럴 때 저를 천천히 납득시킨다거나.. 이게 어떻게 된 사태인지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제 인생에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곁에 그런 사람이 없었더라도.. 이리저리 부딪쳐가며 깨우친 거겠죠?
예전에 이런 경향에 대해 친구한테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제가 한 실수에 대해 더 크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런 큰 실수를 했으니 사람들이 화를 내도 당연하다는 식.. 저도 그런 식으로 납득하는 게 맞는 걸까요?
제 실수가 크니까.. 굴욕을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저는 그렇게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저 자신을 위해 한 마디도 못했다는 게 너무 싫은 건데...
혼란스러워요. 저한테도 자신이 없고.. 남들의 행동도 이해가 잘 안되고.. 옳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사춘기가 30대에도 오나 봐요.
이런 작은 일들에 사람이 무너지네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런저런 충고나 조언도 하면서.. 정작 저한테는 왜 이 모양인지.. 바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