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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헵번과 위베르 드 지방시의 아름다운 인연

구름 조회수 : 2,147
작성일 : 2012-05-03 17:03:51
영화배우와 패션 디자이너 이야기를 하니, 오드리 헵번과 위베르 드 지방시의 인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방시는 헵번의 두 번째 헐리우드 영화 "사브리나"에서부터 헵번의 의상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당시 파리에 막 자신의 부티크를 개점했던 지방시는 마침 전 세계를 휩쓸던 영화 "로마의 휴일" 열풍에도 불구하고 헵번을 처음 만날 때까지도 아직 그 영화를 보기 전이었답니다.

다음은 Newsweek지에 실렸던 지방시의 회고입니다. (따옴표 부분)

"나는 그 무렵 헐리우드로부터 헵번 양의 새로운 영화를 위한 의상의 디자인을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나는 헵번 양이라면 당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헐리우드 스타의 한 사람인 캐서린 헵번일 거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 헵번 양이 캐서린 헵번이 아니라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인) 오드리 헵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드디어 약속된 날, 문제의 헵번 양이 나의 부티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큰 눈을 한 독특한 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거절할 마음을 먹고 '마드모아젤, 죄송합니다만 갑자기 바빠져서 당신의 의상을 맡기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고 '문제 없어요. 새로운 의상을 디자인하실 필요 없이 이 부티크에 있는 기존의 의상으로 충분해요. 당신의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드는걸요'라고 말하며 주욱 걸려 있는 옷들 쪽으로 걸어가서 몇 벌을 골랐다."

- 이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지방시는 곧 "로마의 휴일"을 보러 갔고, 전 세계의 영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캐서린 헵번이 아닌 오드리 헵번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헵번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작인 "사브리나"에서 타이즈처럼 통이 좁은 속칭 '맘보바지'를 위시한 지방시의 의상으로 특유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이후 헵번과 지방시는 여러 작품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여배우와 디자이너가 아닌, 사생활의 고민까지 서로 털어놓고 의논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드리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되기를 열망했다. 멜(첫 남편 멜 페러)과 결혼한 뒤 두 차례나 유산한 경험은 그녀에게 큰 슬픔과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마침내 첫 아들 숀이 태어났을 때, 오드리는 '아기야말로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며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기뻐했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헵번은 "사브리나"를 촬영할 당시 공연 상대자인 윌리엄 홀덴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홀덴은 단순한 연애로 그치지 않고 헵번에게 청혼했습니다. 그러나 헵번은 홀덴이 생리적 결함으로 인해 (성불구는 아니지만) 불임의 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 끝에 '난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라며 그의 청혼을 거절했답니다. 그녀의 거절은 홀덴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는 후문입니다.

"오드리가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로서의 활동에 전념한 것도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구호활동을 위한 아프리카 방문에서 돌아올 때마다 오드리는 나에게 말했다 : 정말로 끔찍한 일이에요. 갓난아기를 포함한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무엇이든 해야만 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오드리를 만난 것은 그녀가 타계하기 불과 며칠 전, 제네바 근교에 있는 그녀의 자택에서였다. 그것은 너무나 고통스런 만남이었다. 이미 임종을 기다리는 오드리는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벌써 며칠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무언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괴로운 침묵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이윽고 오드리는 그녀의 말년의 동반자인 애인 로베르트 볼데르스(네덜란드의 영화 제작자)에게 '2층의 내 방에 가서 그것을 가져다 줘요'라고 부탁했다. 로베르트는 2층에 올라가더니 곧 세 벌의 코트를 들고 내려왔다. 나는 그것이 내가 전에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코트임을 알아보았다.

오드리는 그 세 벌 가운데 푸른색 코트를 집어들더니, 품에 안고는 고개를 숙여 오랫동안 코트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것을 내 손에 쥐어주며 속삭였다 : 위베르, 이 코트를 가져가세요. 그리고 이걸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

제네바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 코트에 얼굴을 파묻고 비행기가 파리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울고 있었다
IP : 59.1.xxx.23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글
    '12.5.3 5:24 PM (124.187.xxx.239)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 2. 너무나 아름다운
    '12.5.3 5:39 PM (175.118.xxx.76)

    그녀 오드리
    저의 워너비 이기도 한대 지방시의 의상도 정말 한몫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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