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드리헵번과 위베르 드 지방시의 아름다운 인연

구름 조회수 : 2,145
작성일 : 2012-05-03 17:03:51
영화배우와 패션 디자이너 이야기를 하니, 오드리 헵번과 위베르 드 지방시의 인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방시는 헵번의 두 번째 헐리우드 영화 "사브리나"에서부터 헵번의 의상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당시 파리에 막 자신의 부티크를 개점했던 지방시는 마침 전 세계를 휩쓸던 영화 "로마의 휴일" 열풍에도 불구하고 헵번을 처음 만날 때까지도 아직 그 영화를 보기 전이었답니다.

다음은 Newsweek지에 실렸던 지방시의 회고입니다. (따옴표 부분)

"나는 그 무렵 헐리우드로부터 헵번 양의 새로운 영화를 위한 의상의 디자인을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나는 헵번 양이라면 당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헐리우드 스타의 한 사람인 캐서린 헵번일 거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 헵번 양이 캐서린 헵번이 아니라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인) 오드리 헵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드디어 약속된 날, 문제의 헵번 양이 나의 부티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큰 눈을 한 독특한 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거절할 마음을 먹고 '마드모아젤, 죄송합니다만 갑자기 바빠져서 당신의 의상을 맡기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고 '문제 없어요. 새로운 의상을 디자인하실 필요 없이 이 부티크에 있는 기존의 의상으로 충분해요. 당신의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드는걸요'라고 말하며 주욱 걸려 있는 옷들 쪽으로 걸어가서 몇 벌을 골랐다."

- 이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지방시는 곧 "로마의 휴일"을 보러 갔고, 전 세계의 영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캐서린 헵번이 아닌 오드리 헵번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헵번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작인 "사브리나"에서 타이즈처럼 통이 좁은 속칭 '맘보바지'를 위시한 지방시의 의상으로 특유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이후 헵번과 지방시는 여러 작품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여배우와 디자이너가 아닌, 사생활의 고민까지 서로 털어놓고 의논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드리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되기를 열망했다. 멜(첫 남편 멜 페러)과 결혼한 뒤 두 차례나 유산한 경험은 그녀에게 큰 슬픔과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마침내 첫 아들 숀이 태어났을 때, 오드리는 '아기야말로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며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기뻐했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헵번은 "사브리나"를 촬영할 당시 공연 상대자인 윌리엄 홀덴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홀덴은 단순한 연애로 그치지 않고 헵번에게 청혼했습니다. 그러나 헵번은 홀덴이 생리적 결함으로 인해 (성불구는 아니지만) 불임의 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 끝에 '난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라며 그의 청혼을 거절했답니다. 그녀의 거절은 홀덴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는 후문입니다.

"오드리가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로서의 활동에 전념한 것도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구호활동을 위한 아프리카 방문에서 돌아올 때마다 오드리는 나에게 말했다 : 정말로 끔찍한 일이에요. 갓난아기를 포함한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무엇이든 해야만 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오드리를 만난 것은 그녀가 타계하기 불과 며칠 전, 제네바 근교에 있는 그녀의 자택에서였다. 그것은 너무나 고통스런 만남이었다. 이미 임종을 기다리는 오드리는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벌써 며칠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무언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괴로운 침묵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이윽고 오드리는 그녀의 말년의 동반자인 애인 로베르트 볼데르스(네덜란드의 영화 제작자)에게 '2층의 내 방에 가서 그것을 가져다 줘요'라고 부탁했다. 로베르트는 2층에 올라가더니 곧 세 벌의 코트를 들고 내려왔다. 나는 그것이 내가 전에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코트임을 알아보았다.

오드리는 그 세 벌 가운데 푸른색 코트를 집어들더니, 품에 안고는 고개를 숙여 오랫동안 코트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것을 내 손에 쥐어주며 속삭였다 : 위베르, 이 코트를 가져가세요. 그리고 이걸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

제네바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 코트에 얼굴을 파묻고 비행기가 파리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울고 있었다
IP : 59.1.xxx.23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글
    '12.5.3 5:24 PM (124.187.xxx.239)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 2. 너무나 아름다운
    '12.5.3 5:39 PM (175.118.xxx.76)

    그녀 오드리
    저의 워너비 이기도 한대 지방시의 의상도 정말 한몫 하셨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6091 아기낳은지 두달지났는데 운동해도되나요 2 출산후운동 2012/06/11 802
116090 SES 슈의 막장 드라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아리 2012/06/11 2,831
116089 50대 후반에 베이비시터 1 아기 돌보미.. 2012/06/11 1,602
116088 실비 맘모톰 수술후 입원이 낫나요? 3 샤샤 2012/06/11 1,921
116087 내곡동 사저 무혐의 '백방준 검사' 누군가 보니 4 참맛 2012/06/11 1,680
116086 비듬있는 머리에 러쉬 고체 샴푸 괜찮을까요? 써보신분? 7 블루 2012/06/11 4,980
116085 상해, 홍콩, 마카오 여행기간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3 질문 2012/06/11 1,372
116084 몇일새 토마토가 많이 싸졌네요. 3 여러분들.... 2012/06/11 2,375
116083 4살 딸아이 기침하다 밤새우네요. 방법 없을까요? 13 답답해요. 2012/06/11 7,043
116082 중딩 아들넘이.... 1 ㅠ.ㅠ 2012/06/11 1,543
116081 인현왕후의 남자 대박~ 1 왕자셋맘 2012/06/11 1,670
116080 재미없고 성실하고 착한남자 vs. 다정다감한데 여자가 잘 따르는.. 5 고민 2012/06/11 5,220
116079 엘에이 기어, 엘레쎄 브랜드 아세요? 4 80년대운동.. 2012/06/11 2,148
116078 브라탑 괜찮은 브랜드.. 3 브라탑 2012/06/11 1,923
116077 빌라청소 2 청소 2012/06/11 1,606
116076 자유게시판 익명 보장 받는 것 아닌가요? 4 82 2012/06/11 1,562
116075 살은 안 빠질까요? 5 걷기운동 2012/06/11 1,928
116074 포뇨의 남주인공 애가 불쌍하네요 7 포뇨 2012/06/11 1,640
116073 제사후 남은 전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요? 13 .. 2012/06/11 1,632
116072 6살 아들 이럴때, 어떻게 혼내야하나요?ㅠㅠ 6 .. 2012/06/11 1,195
116071 한우 현지에서는 폭락이라는데 판매점 가격은 그대로일까요? 3 궁금 2012/06/11 944
116070 의리와 신뢰가 다른거 맞지요? 궁금 2012/06/11 678
116069 준비해야할 것 2 미국에서 결.. 2012/06/11 541
116068 '추적자'를 보면 한국 사회의 현실이 보인다 샬랄라 2012/06/11 988
116067 지휘자 카라얀과 부인.. 5 카라얀 2012/06/11 3,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