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팔을 다쳤습니다.
팔꿈치 뼈가 골절이 돼서.. 성장판도 상했고,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죠.
아이가 많이 아파했고.. 힘들어했고.. 그래서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자전거 타러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더더욱요.
당시 남편은 제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놓고는요.
119 부르려는 저를 무시하고 아이 안고 뛰었고,
택시 타고 듣도 보도 못한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가까운 병원)
거기서 뼈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아이 뼈를 맞추는 처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아서.. 제가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가자고 주장했고,
다시 응급실에 접수하고, 엑스레이 찍고.. 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의사가 골절이라고,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그 병원에서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7살 때였어요.
2년 전 선천적인 문제로 수술도 받고 했던 아이라,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의사 선생님만 보면 "그만해~!"라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힘들어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수술 받고, 퇴원했고,
아이는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들 골절 한두 번은 예사라고들 하는 것처럼, 그렇게 넘어가려고... 노력했고요.
그런데 남편이 오늘 다시 그 일을 얘기하네요.
당시 친정 식구들과 놀러 간 상황이었고,
전 오랜만에 본 친정 언니와 수다를 떨고 있었고(친정 언니가 외국에 살아서 가끔 귀국해요),
남편은 친정 식구들과의 나들이가 싫어서(말은 하지 않지만 표정에서 티가 나죠)
혼자 잔디 그늘에 누워 낮잠 자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7살 아이.. 아직 자전거에 익숙치 않아 보조바퀴 있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태워주던 상황이었고요.
평소에는..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라,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 그 옆을 같이 따라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형도 같이 있었고 해서.. 방심을 했어요.
솔직히 보조바퀴 딸린 자전거 타다 넘어져봤자, 찰과상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하필 따라다니지 않은 날 사고가 났고, 찰과상이 아닌 골절이었고, 성장판을 다쳐서 성인이 된 다음 재수술을 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갔고...
그러니 남편도 속이 상하겠지요.
그래서 틱틱거려도, 제 눈을 마주보지 않아도,
아이가 아빠를 찾아도 저 멀리서 팔짱만 낄 뿐 아이를 안아주지 않아도 참았습니다.
다 제 잘못 같아서요.
언니랑 수다 떠느라, 제 아이 못 챙긴 것 같아서요.
그러고 또 1년 만에 언니가 귀국을 했거든요.
워낙 언니랑 각별한 사이인지라... 주말에 언니랑 같이 놀았습니다. 아이들 데리고요.
남편도 무난하게 어울려주었고, 크게 문제될 게 없었어요.
그런데 모레 언니가 출국을 해서, 내일 저녁 친정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은 쉬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니...
제가 아이들 태권도 학원만 빠지고 친정 집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저보고 혼자 가래요.
아이들 자기가 다 챙길 거고, 학원 끝나면 친정으로 데리고 가겠대요.
나쁘지 않은 제안일 수 있죠.
아이들 봐주겠다, 학원 보내고 픽업해서 처가집으로 가겠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언니가 모레 출국하는데..
언니가 저희 아이들을 끔찍히 예뻐했고
형아들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조카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하겠다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러자 남편이 제게 한 마디 합니다.
"당신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면, 애들이 다쳐."
.......그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남편에게 뭐라 받아치지는 못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도 엄마인데, 아이가 다친 데 대한 죄책감이 없겠습니까?
샤워할 때마다.. 아이 친구들이 제 아이 팔 상처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다시 확인시켜줘야 했을까요?
친정식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 아닙니다.
친정 부모님은.. 평소에도 저보고 아이들이나 잘 챙기라면서.. 용돈을 드려도 안 받아요.
당신들 줄 돈 있으면 저금이나 하라면서요.
시댁 식구들과는 많이 어울립니다.
1박 2일 여행도 잦고, 휴가 때마다 함께 하죠.
3박 4일도, 5박 6일도요.
남편이 시댁 식구들과 어울려 놀 때, 제가 남편처럼 어디 들어가 누워있거나 낮잠을 잘까요?
일도 하고 아이도 봅니다.
요리와 설거지에서 벗어나면 아이들만 따라다니고요.
시조카들까지 제가 다 볼 때도 많습니다.
시동생과 동서는.. 좀 무심한 스타일이라.. 그냥 술 마시다 뻗을 일이 많거든요.
시댁 식구들과 바닷가에 갔을 때에도,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그늘막에서 맥주 마시고 놀고,
저 혼자 아이들 4명 챙기다가 아이가 물에 빠져서... 제가 구한 적도 있습니다.
..제 남편이 친정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놀았으니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서운하네요.
제가 서운해하는 게,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게... 비정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