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유기견보호소에 봉사 갔다가 눈도 못뜬 꼬물이 아기고양이가 구조되어 온걸 봤어요.
아마 길고양이어미한테 버려진걸 신고가 들어와서 구조된건가봐요.
박카스 박스 만한 작은 박스에 넣어져 있는데 다들 보고 불쌍해서 다들 걱정만 태산...ㅜㅜ
그러던 와중에 제가 저희집 개가 며칠전부터 젖이 나오던게 생각이 나서 의사샘한테 여쭤봤어요
임신도 안했는데 개가 왜 젖이 나오냐고
그랬더니 의사선생님이 호르몬때문에 그럴수 있다고 젖이 나오면 고양이 젖좀 주라고...
저는 아무생각없이 여쭤본건데..(제가 좀 맹해요..ㅡㅡ;;) 다른 봉사자분들도 잘 됐다며
아기고양이 젖먹이면 좋겠다고 해서 저희집에 가서 젖나오는 강아지..소은이를 데려와서 고양이를 보여줬어요.
물론...맨 처음에는 난리가 났죠..
고양이를 처음 본 소은이는 장난감인줄 알고 그냥 코로 밀치고..냄새만 맡고 핥아보고 장난칠려고 해서다들 안되겠다고..그냥 분유 먹여야겠다고 했는데 소은이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제가 강제로 눕혀서 다리 붙잡고 고양이한테 젖을 먹게 했어요. 좀 굴욕적인 수유자세긴 했고...
소은이는 완전 황당한 표정으로 있었지요..ㅎㅎ
고양이가 너무 어리고 몸이 차가운데다 젖을 못 빨아서저도 걱정했는데 한번 젖을 먹기 시작하니 어찌나 열심히 꾹꾹이를 하면서 먹던지.. 소은이가 젖이 많이 나오는것도 아니고..잘 돌볼지 몰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젖을 좀 짜서 고양이 몸에도 발라주고 소은이몸에 고양이를 좀 문질러주면서
불쌍한 아긴데..젖 먹여서 잘 돌봐주자고.. 몇시간을 제가 둘을 안고서 있었더니 반나절만에 소은이가
고양이한테 홀딱 빠져서 집에 와서 작은 방에 상자로 집 만들어서 고양이 넣어두니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고양이를 돌보던지... 첫 사오일은 쉬하러 하루에 두어번 정도만 나오고 고양이만 품고서 있었는데 요즘은 좀 여유가 생겼나
밥먹고 나면 잠시 쉬러 거실로 나오기도 하네요..
가슴 졸이며 무사히 하룻밤을 넘겼고..
(아기고양이 데려온 담날 아침에 일어나서 소은이랑 고양이를 넣어둔 방에 가보니 고양이가 방 한가운데 나와있어 가슴이 철렁했는데 소은이가 아침에 저 일어나길 기다릴때 고양이가 딸려 나왔었나봐요. 가서 보고 숨쉬는거 보고 얼마나 안도를 했던지...^^)
데려온 날 몸무게를 재어보니 100그람 남짓..생후 5일령 정도로 추정하던데
저희집에 온지 열흘여.. 오늘 .몸무게 200그람 돌파했어요.
결막염 때문에 주말에 의사샘께 연락해서 분유(추가영양공급)랑 안약도 받아와서 시간 맞춰 챙겨주느라 지난주는 좀 버겁긴 했지만..그래도 나날이 쑥쑥 크는 모습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기쁨에 겨워.. 82님들한테 자랑글 올려요..으쓱으쓱~
우리 소은이 넘넘 착하죠~!!
고양이 키우는 개 이야기는 동물농장에서만 봤었는데 살다보니 저희집에도 이런 일이 있네요.
저는 고양이는 한번도 안 키워봤는데.. 요즘 아기 고양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비축비축 걸어다니면서 소은이 품 파고 드는거...넘넘 이뻐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