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애들은 둘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큰애 작은애 둘 다 딸이라 시댁에서 은근히 아들 압박 주시지만
남편 입막음 시키면서 저희는 둘로 만족해욧!!!!!!!!!!!! 하고 겉으로도 속으로도 생각했죠.
제가 애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살뜰히 잘 살피는 엄마도 아니라서
순간순간 애들한테 미안할 때도 많고 특히 26개월에 동생 본 큰애 마음 읽어주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찌나 제 마음이 지옥같은 순간이 많았는지요. 남편도 밤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고 친정도 멀어서
오롯이 두 아이 모두 지난 일년간 제 손으로 키워냈어요.
산후 우울증이 덥쳤던 산후 조리기간, 무더웠던 지난 여름, 사춘기 들어선 큰애와의 신경전.
두어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젖을 물리고 분유를 먹이던 그 숱한 밤들,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밤 중에 배고파 깨서 울던 날도 있었구요.
남편 출근하고 애들하고 있는데 너무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괜히 큰애 붙들고 짜증내다 울기도 했죠.
그래서 내 인생에 더 이상 임신 출산 육아는 없어. 둘 이면 충분해. 이걸로 끝이야 했었죠.
다들 동생 태어나기 전에 큰애 어린이집 보내라고 했지만
겨우 두돌 넘은 애 떼어놓기 미안하고 마음이 안놓여서 세돌까지 꾸역꾸역 하루하루 보내고
올 봄에 어린이집 보내니 반일반이라 점심 먹으면 금세 돌아오지만 오전에 여유도 있고
이제 막 걸음마 하는 둘째 재롱 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이젠 큰애랑 둘째랑 어울려 노는 시간도 제법 길어져서
오늘 오전에는 안방 옷장 서랍 둘이 막 열어제끼고 노는데
위험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렵혀질 것도 아니니 실컷 놀아라 하고 놔두니까
한참을 제가 안보이는데도 저를 찾지도 않고 노는거에요.
에휴 지금 치우나 이따 치우나 한번에 치우지 뭐.. 하면서 저는 거실에 나와 앉아
오랜만에 엉덩이 길게 붙이고 커피 한잔 마셨어요.
저희 집이 전망이 좋아요. 11층인데 앞에 가린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저 멀리 고속도로까지 다 보이고 그 사이에 있는 공원에 나무들이 울창해 진 것도 잘 보여요.
그 정경 보면서 멍하니 앉아 커피 마시다 보니 이게 얼마만의 멍한 순간인가 싶으면서..
아.. 정말 말 그대로 둘째 일년만 키우면 한결 나아진다더니 진짜 그렇구나.. 싶으면서..
음.. 셋째도 낳으면 일년만 눈 딱 감고 키우면 셋이 어울려 잘 놀겠네.. 싶으면서..
이왕 일 다 접고 쉬는거 셋째 가질까.......................................? 하는 생각이 ;;;;;
아무래도 제가 미쳤나 봅니다.....................................................................;;;;;
ㅎㅎㅎ
둘째 낳고 힘든 엄마들,
정말이에요. 작은애가 돌쟁이 정도 되니 이런 순간도 옵니다요.
둘째 망설이는 엄마들,
낳을까 말까 하는 집은 결국엔 꼭 둘째 생기더라구요.
이왕 가질거 하루라도 젊었을 때 가지셔서 어서 자유를 맞보시기를..
으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