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거북이예요. 등껍질이 단단하구요.
이 집 저 집 입양, 재분양을 반복하다가 제가 키우기 시작한지는 4년째 접어들었는데
그래선지 아무도 이 녀석의 정확한 출생년도를 아는 사람은 없네요.
제가 사는 곳이 지금 늦가을로 접어드는지라 날이 추워져서 상자 속에 모셔놓고
가끔 뜰에 풀어 줍니다. 운동삼아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닙니다.
주 먹이는 상추, 오이, 당근, 우렁이, 갈은 소고기 등인데 제가 귀찮은지라 주로 오이로 연명함.
거북이를 키우다보니 우리가 흔히 배우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북이는 일단 집을 제 몸에 지고 다닙니다.
토끼는 집이 따로 있지요. 그러니 당연히 토끼가 빨리 달릴 수 밖에요.
그리고 창조세계의 오묘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북이는 별다른 자기 보호 수단이 없는데 등껍질에 숨어 버리면 끝이거든요.
우리 강쥐가 어렸을 적에 거북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면 쑥 집어 넣고
다리를 물려고 하면 쓱 집어 넣고 반대쪽 다리로 가면 쓱 집어 넣으니
약이 올라서 캉캉 짖어 대더라고요. 저한테 마치 팔다리를 꺼내달라는 듯이.
또 등껍질 색이 흙색이어서 외부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에 좋아요.
가끔 마당에 풀어 놓은 거북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야단인데
한참을 찾아보면 땅이랑 똑같은 색깔의 돌맹이로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이 녀석의 등껍질을 뒤집어 배쪽 껍질을 보면 검은 색 타르타르가 붙어 있어요.
철수세미로 문질러도 솔로 박박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요.
이 거북이의 과거 삶의 상처이자 흔적이지요.
이 거북이의 첫째 주인은 트럭운전수이자 목수였어요.
그날도 손님에게 주문받은 가구를 배달하러 지방도로를 더운 여름날 지나는데
땡볕에 녹은 검은 아스팔트에 뭔가가 버둥거리고 있는거예요.
첫주인이 트럭에서 내려서 살펴보니 거북이 하나가 길을 건너려다 녹은 아스팔트에
배딱지가 붙어서 허우적 거리는 거였어요. 이 목수님 불쌍히 여기고 거북이를 구출 집에
데려놓았으나 이후 당뇨병 합병증세로 신장투석 등을 하느라 포기하고 다시 어린애가 많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그 집에 이사온 학교 선생님이 키웠어요. 학교선생님은 자연, 과학 시간에
이 거북이를 상자에 넣어서 학교에 데려가면 꼬마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해요. 문제는 학교 등에 가면
이리 저리 걸어다니다가 찾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이런 저런 사연 속에 현재 우리 집에 와 있는데 거북이 평균 수명이 200살에서 500살이 된다는데
만약 우리부부가 이 세상을 떠나면 거북이는 누가 키우게 될지 자손 대대로 키우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때까지 무탈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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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거북이 키우시는 분 계세요?
패랭이꽃 조회수 : 1,452
작성일 : 2012-04-28 11:32:01
IP : 190.48.xxx.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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