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육지거북이 키우시는 분 계세요?

패랭이꽃 조회수 : 1,343
작성일 : 2012-04-28 11:32:01
육지거북이예요. 등껍질이 단단하구요.
이 집 저 집 입양, 재분양을 반복하다가 제가 키우기 시작한지는 4년째 접어들었는데
그래선지 아무도 이 녀석의 정확한 출생년도를 아는 사람은 없네요.
제가 사는 곳이 지금 늦가을로 접어드는지라 날이 추워져서 상자 속에 모셔놓고
가끔 뜰에 풀어 줍니다. 운동삼아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닙니다.

 주 먹이는 상추, 오이, 당근, 우렁이, 갈은 소고기 등인데 제가 귀찮은지라 주로 오이로 연명함.
거북이를 키우다보니 우리가 흔히 배우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북이는 일단 집을 제 몸에 지고 다닙니다.
토끼는 집이 따로 있지요. 그러니 당연히 토끼가 빨리 달릴 수 밖에요.
그리고 창조세계의 오묘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북이는 별다른 자기 보호 수단이 없는데 등껍질에 숨어 버리면 끝이거든요.
우리 강쥐가 어렸을 적에 거북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면 쑥 집어 넣고
다리를 물려고 하면 쓱 집어 넣고 반대쪽 다리로 가면 쓱 집어 넣으니
약이 올라서 캉캉 짖어 대더라고요. 저한테 마치 팔다리를 꺼내달라는 듯이.
또 등껍질 색이 흙색이어서 외부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에 좋아요.
가끔 마당에 풀어 놓은 거북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야단인데
한참을 찾아보면 땅이랑 똑같은 색깔의 돌맹이로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이 녀석의 등껍질을 뒤집어 배쪽 껍질을 보면 검은 색 타르타르가 붙어 있어요.
철수세미로 문질러도 솔로 박박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요.
이 거북이의 과거 삶의 상처이자 흔적이지요.
이 거북이의 첫째 주인은 트럭운전수이자 목수였어요.
그날도 손님에게 주문받은 가구를 배달하러 지방도로를 더운 여름날 지나는데
땡볕에 녹은 검은  아스팔트에 뭔가가 버둥거리고 있는거예요.
첫주인이 트럭에서 내려서 살펴보니 거북이 하나가 길을 건너려다 녹은 아스팔트에
배딱지가 붙어서 허우적 거리는 거였어요. 이 목수님 불쌍히 여기고 거북이를 구출 집에
데려놓았으나 이후 당뇨병 합병증세로 신장투석 등을 하느라 포기하고 다시 어린애가 많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그 집에 이사온 학교 선생님이 키웠어요. 학교선생님은 자연, 과학 시간에
이 거북이를 상자에 넣어서 학교에 데려가면 꼬마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해요. 문제는 학교 등에 가면
이리 저리 걸어다니다가 찾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이런 저런 사연 속에 현재 우리 집에 와 있는데 거북이 평균 수명이 200살에서 500살이 된다는데
만약 우리부부가 이 세상을 떠나면 거북이는 누가 키우게 될지 자손 대대로 키우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때까지 무탈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IP : 190.48.xxx.7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4482 숙주로 찌개 해보신분?? 맛있을려나요?ㅠㅠ 11 얼큰한게.... 2012/05/07 4,263
    104481 나이드니 연애도 시들해요 16 독신고수 2012/05/07 3,935
    104480 기억력 감퇴에 좋을만한..? 1 궁금 2012/05/07 885
    104479 남편지갑속 여직원편지2 21 하루살이 2012/05/07 13,241
    104478 고추장 옮겨담고 있는데 궁금한게 있어요 2 ... 2012/05/07 1,084
    104477 쓰시는분 봐주세요 1 삼성워블세탁.. 2012/05/07 566
    104476 봉숙이 듣고 갑시다 1 봉봉 2012/05/07 910
    104475 야상조끼 한여름에는 못입겠죠? 3 .... 2012/05/07 1,090
    104474 그럼.. 저는 무슨 병일까요? 3 답답해서.... 2012/05/07 1,707
    104473 성신여고 나오신 분~ 24 ... 2012/05/07 3,123
    104472 방금 라즈베리 스콘 만들어 순식간에 흡입했어요. 7 식탐 2012/05/07 1,728
    104471 냉장고 화재로 인한 보상 관련 2 파랑 2012/05/07 1,693
    104470 이런게 행복인가봅니다. 6 추억만이 2012/05/07 2,531
    104469 미국간호사나 미국간호대학에 관심있는분들은 이 책자 꼭 사보세요... 4 justin.. 2012/05/07 4,083
    104468 둥이맘님의 추어탕 23 사랑이 2012/05/07 3,680
    104467 누가 집청소를 반짝반짝 광이나게해준다면~~~~ 19 아흑 2012/05/07 4,270
    104466 119연락해야할까요? 하루종일 불안합니다. 9 ... 2012/05/07 4,658
    104465 포인트 체크해서 결제하는거요. 2 어디서 2012/05/07 577
    104464 손가락에 통증이...조언 바랍니다. 2 벌써이러냐 2012/05/07 3,664
    104463 초등학교 영어보조교사 되려면... 2 궁금해요.... 2012/05/07 2,168
    104462 '여의도 희망캠프' 함께해요~ 1 도리돌돌 2012/05/07 639
    104461 외국(미국,독일)은 자동차도 서로 빌려주나요? 5 -- 2012/05/07 1,378
    104460 강북에서 머리 잘 자르는 미용실 좀 추천해주세요!! .... 2012/05/07 1,119
    104459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주말에 미리찾아뵈었는데 내일 또 전화로 인사.. 12 초보 2012/05/07 2,765
    104458 중2 아들 영어 성적 8 고민 2012/05/07 2,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