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혼자 조조할인으로 건축학개론을 보고 왔어요.
어느분 말이 거기 나오는 집이랑 전람회 노래만 기억난다고....ㅋㅋㅋ
저도 영화본 후로 계속 전람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네요.
저는 95학번인데 두 주인공의 감정에 너무 공감이 갔어요.
대학교 1학년때 첫눈에 좋아진 건 아닌데 어쩌다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것도 아주 평범하게... 같이 버스를 타러 간다던가.. 같은 방향인데 따로 가기도 뭐하고... 우연히 강의가 똑같이 비는 시간 동아리 방에서 만나서 할일 없어 둘이 학교에서 상영해 주는 영화를 같이 보러간다던가... 산책을 한다던가...
겨울쯤 되었을때 그애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왜냐면 걔가 언제부턴가 술마시는 자리에서 제 술잔 갯수에 관심을 가지면서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다 못마시게 하고 의례껏 강의가 똑같이 비는 시간이면 동아리 방에 와서 앉아있어 오갈데 없는 저랑 꼭 마주친다던가....그랬거든요. 사실 저도 몇살 많은 멋진 선배가 좋긴 했는데 그건 그냥 잘생긴 연예인 좋아하는 정도의 깊이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그 친구가 군대를 갔어요. 저는 점점 이뻐지는 중이었구요.. 대학교 2학년... ㅋㅋㅋ
휴가 나온 그 친구가 삐삐를 쳐서 술한잔 하자는 소리를 듣고 어느 술집으로 들어서는데 동아리의 다른 여자동기와 같이 웃고 어깨동무 한 걸 보고 그냥 발길을 돌려 나와서 그 뒤로 다시 얼굴을 보지 않았어요.....
그 남자애는 정말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저외에 다른 여자아이랑 웃고 스킨쉽을 하는데 배신감을 느꼈던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사실 군대 가기전에 좋아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는데 답을 안해줬어요. 하지만 군대가서 편지를 많이 써주었고 가끔 편지지에 그림도 그려서 보내주곤 했어요. 그래서 전 걔가 내가 맘에 안들진 않구나 정도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애가 첫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몇년전 너무 궁금해서 싸이를 찾아봤는데 그때까지 싱글이고 모델같이 이쁜 여자친구 사진이 있더라구요... 저는 완전 아줌만데... 가끔 그애한테 그때 내가 고백했을때 왜 대답이 없었는지 묻고 싶어요. 오랫동안 대답을 기다렸는데... 두번 물어보지 못했어요...
아마도 맘에 안든거겠지요...
남편이 사실 그애랑 좀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외모나 성격이나.. 우리 남편은 저한테 이메일로 자기가 나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는데 제가 답을 주지 않자 전화를 해서 내가 이미 허락한 것 처럼 굴더군요. 제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처럼... 그래서 그냥 거절하는 것도 귀찮아서 사귀었는데 결혼까지 했네요..
우리 남편 너무 재미없어요. 말이 너무 없고 저한테 많이 의존하는 스타일이라.. 가끔 어디가서 도발적인 만남을 갖고 싶게 하는데 너무 착해서 차마 제가 배신을 못했어요.. 늘 일탈을 꿈꾸지 실현하지 못하는 범생이라고 할까요.. ㅋㅋㅋ
그러다 올해 결혼 10년찬데.. 건축학 개론을 본 후 그애가 생각나요....ㅋㅋㅋ
아~ 정말 20살이 이리 오래전 일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