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 얘기인데요
언니네 집에 둘째가 또 쿠싱(부신피질기능항진증)인거 같아요.
이 병을 아는 분은 아시고 모르는 분은 모르실테지만 완치 불가능한 병이네요.
언니의 첫째 요크셔, 저의 첫째 포메 둘다 쿠싱으로 각각 신장암과 방광암으로 세상 떠났어요. ㅠㅠ
언니랑 저랑은 그때 서울대병원에서 만나 같은 동네 이웃이라 친해진거에요.
저 언니네도 지금 같이 사는 몽이들 다 유기견이에요. 슈나 포함 믹스견 4마리.
어쩌다 요크셔, 말티, 닥스훈트 같은 품종있고 사람들 눈에 들만한 애들은 구조하면 다 치료하고 미용하고 집에서 며칠 보호하며 좋은 주인 찾아줘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발바리들은 언니가 키우네요
아저씨가 구조한 큰 백구 누렁이도 다 좋은 집 찾아줬고요.
어쩜 저 부부에겐 그렇게 유기견들이 눈에 띄는지....
여튼 둘째, 시추와 발바리의 믹스인거 같은 듬직하고 착한 견실이가 쿠싱의 증상이 보여요.
꼬리털이 몽땅 빠지고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항상 배고파하고 건드리면 싫어하고 힘들어하고요.
근육이 없어지고 배도 엄청 부풀어 오르며 털이 빠진 부분은 까맣게 착색도 되지요.
언니나 저나 어쩔수 없이 쿠싱엔 거의 준전문가 수준이 되었죠.
저 병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하고 일정한 기간을 두고 병원에 가서 채혈하고 초음파하고..
등등 보호자나 아픈 환견이나 둘 다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요.
차라리 어디가 딱 부러지게 아파 수술시켜 낫는 병 같으면 당장 병원 쫓아가죠. 당연히.
그치만 호르몬 문제이니, 거기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니.... ㅠㅠ
저도 알고 언니도 알죠.
견실이는 언니가 구조한지 벌써 햇수로 7년차인 아주 소심한 애랍니다.
오로지 언니만 아는 순둥이죠.
언니네 아저씨가 불러서 꼬리 흔들며 다가간지 이제 1년 남짓일 정도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요.
떠돌이 시절에 남자들한테 엄청 많이 해꼬지 당했었나 보다 짐작만 하지요.
몇년을 봐온 저한테도 아직 안와요. 오로지 제 손에 간식이 들려있을때만 왔다가 후다닥 간답니다.
견실이는 처음에 구조해서 중성화(잠복고환으로 수술부위 2곳), 아랫니 윗니 발치 수술 각각 1번씩.
수술 경험도 몇차례 있어요. 그때마다 애 잡는 줄 알았대요.
병원 가면 애가 너무 정신줄을 놔버리니... 남자 의사 때문에 그러는지...
작년 9월에 생일(구조일) 기념으로 종합검진 했는데 애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그땐 저도 옆에 있었는데 어찌나 힘들어 하는지,그냥 청진하고 엑스레이 찍고 채혈하는데도
소변 흘리고 침 질질 흘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언니 어깨위로 머리위로 올라가려고만 하고...
여튼 언니는 아는 병이니 병원에 가서 치료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치료한답시고 병원 다니다가 더 스트레스 받아서 견실이가 지레 죽을거 같대요. ㅠㅠ
근데 전 생각이 다른 것이..... 나중에 언니가 후회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언니네 경제 사정을 속속들이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걸로 알아요.
돈 때문에 병원 가지 않을 사람은 아니란 얘기죠.
같이 사는 막내 슈나는 몸집도 엄청 큰데다 목청 또한 커서 언니가 어쩔 수 없이 성대 수술을 시켰을 정도로
병원을 기피하는 사람도 아니죠.
<<수술에 거부감 드는 분도 계시겠지만 유기견을 짖는다고 다시 밖으로 내몰순 없고, 그렇다고 이사를
할수도 없었대요.
견실이와 세째 초롱이는 배변을 바깥에서 하는 습관이 있어서 하루 서너번 나가야 하는데 복돌이가 그렇게
짖어대니 이웃의 민원으로 결국 성대수술을 했대요. ㅠㅠ
오히려 복돌인 더 좋을 수도... 실컷 짖어도 엉덩이 맴매 안당하니 더 좋을 수도...>>
제가 뭐라 해줄수 있을까요.
아는 병이라, 견실이가 힘들어하니, 어차피 완치가 안되는 병이니.....
갈때까지 먹고 싶어하는 거나 실컷 먹이겠대요.
많은 양을 주는 건 아니고 그냥 널 사랑한다... 그걸 알아줘~~의 의미로 먹고 싶어하는 거나 실컷 먹이겠다는데
왤케 눈물이 쏟아지던지...
그냥 언니 생각대로 하는 것이 맞을까요?
전 모르겠어요.
견실이 보는 사람들은 꼬리털 빠진거 보고 피부병이냐고 물어본대요.
언니는 저랑 달라서 몽이들 델고 다니면서도 사람들이랑 굉장히 잘 지내요.
스스럼없이 막 친해지는 스타일.
(전 혹 어르신들한테 왜 더럽게 개 끌고 다니느냐란 소리 한번 들으면 며칠 집안에서 면벽. )
그런 언니가 저 피부병 얘기 한번 듣고는 너무나 상처를 받아서 힘들어해요.
이미 같은 병으로 첫째를 보낸 경험이 있으니 병간호는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있다는데
제가 병원 데려가세요. 이 말을 못하겠는 거에요.
어차피 보호자의 주관에 따라야겠죠?
저도 집에 있는 녀석 둘 다 10살이 넘었어요.
둘 다 유기견이고 덩치 큰 녀석은 신장에 결석도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요.
언제 어떻게 견실이처럼, 우리 또롱이처럼 큰병이 생길지 모르지만 전 병원에 데려갈거예요.
희망이 없어도 약을 먹으며 사는 날을 조금이라도 연장시켜 주고 싶어요.
견실이도 어쩌면 병원은 싫지만 며칠이라도 더 언니랑 살고 싶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