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대 초반 무수리짓

친구란 이름으로 조회수 : 1,192
작성일 : 2012-04-23 17:23:49
제가 뭐. 별로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지금도 간혹 아주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이십대 초반에 친구 무수리짓 한거요.
대학 때였는데, 애교 많고 화를 낼 때는 좀 무섭게 내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걔는 여자인 친구가 없었어요. 다 친구는 남자뿐.
유일한 여자 친구가 저였는데요.
1학년 말부터인가 저한테 막 친해지자고 해서...
제가 힘들어서 3학년 때부터 연락을 안했죠. 그렇게 한 1년 연락 없이 지내다가
4학년 되면서부터 다시 연락해서 (저는 답을 안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친하게 지냈는데
대학 졸업하고 얼마 지나니까 연락이 뚝 끊겼어요. (아마 제가 필요 없어진 듯. 대학 때는 같이 다닐 친구가 필요하니까)

그러다가 걔 결혼할 때쯤 되니까 다시 연락 오더라고요... 싸이로. 씹었죠.

애교도 많고 잘해줄 땐 잘해주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러면 화를 내는데... 무섭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잘못했는지 조곤조곤 말하면서 설득하고 협박하는 스타일.
수업 같이 들어야 되고.
한번은 제가 딴 교양수업 신청했더니
왜 자기랑 같이 안듣냐. 정말 실망했다. 우린 같이 듣기로 약속하지 않았냐. 우리 사이가 그것밖에 안되냐. 친군데...
뭐 이런 식으로 화냈다가 설득했다가...
이건 일례구요.
남자 만나는데 저 데리고 가기. 뭐 이런 것도 했었어요.
단둘이 만나기엔 좀 부담스러운 상대인데 간볼 때 꼭 저 데리고 나가고.
남자들한테 인기가 참 많았는데,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일까 항상 저한테 말하고 헤어지고 나면
하소연에... 한번은 널 생각해서 편지 썼어 하고 줬는데 열어 보니 헤어진 남자 때문에 슬프다는 내용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서랍 정리하다가 발견했음)
그리고 제가 다른 친구랑 친해지려고 하면 엄청 질투하고. 제가 그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동아리 나가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왜 나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 앞에서 다른 친구랑 인사했더니 그 친구 사라지자마자 걔 이상하게 생겼다고 막 욕하고...

뭐 제 잘못이죠.
그땐 좀 어리버리하기도 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어떤 면역 같은 게 생기긴 했어요.
그런 사람들은 잘 피해다니고, 누구한테 호구짓 안하는 그런 면역???
뭐 나름 배움의 시간이라고 위안하기도 해보고 ㅋㅋㅋㅋ
다 제가 못난 탓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나요.
아. 난 참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

그때 생각으로는 걔가 좀 못됐긴 했지만 여리고 상처가 많구나... 내가 더 배려해줘야 되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후...
그런 기미가 있는 공주님 여왕님들은 정말 귀신같이 피해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제 인생에 배움을 준 고마운-_-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서로 안맞아서 그랬나보다 쿨하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삼십 년 넘긴 제 인생에서 제가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후회하는 일이에요.
나는 참 어리석었구나, 하고요.


IP : 211.196.xxx.17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효
    '12.4.23 5:29 PM (211.207.xxx.145)

    애교가 많은 사람들 중에 타인을 징검다리로 많이 쓰는 사람 있어요. 꼭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타인을 정서적으로 착취하는 왜곡된 나르시시스트라고 심리학책에도 나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7248 박원순, 오세훈의 '세빛둥둥섬' 사형선고 5 샬랄라 2012/07/12 2,350
127247 집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요 3 nn 2012/07/12 2,530
127246 정선 5일장에서 뭘 사면 좋을까요? 2 곤드레 2012/07/12 1,755
127245 잠자고 있는 십원짜리 어떻게 하시나요 5 김씨 2012/07/12 1,633
127244 여름휴가 시즌.. 기다려지는 건 휴가보다도~~ㅎㅎ 1 미르미루 2012/07/12 1,494
127243 욕실에 사용한 수건 두시나요.. 22 .. 2012/07/12 6,026
127242 냉장고 용량 무조건 큰걸 사시나요? ^**^ 2012/07/12 2,276
127241 양악수술하신분 계세요? 1 꿀벌이 2012/07/12 2,643
127240 정신적 독립...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4 엄마 2012/07/12 2,486
127239 초등 5학년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5 추천해주세요.. 2012/07/12 1,515
127238 학원비 할인되는 카드 추천부탁드립니다. 8 2012/07/12 2,423
127237 발레고민 11 발레 2012/07/12 3,062
127236 드럼세탁기 중고 사려고하는데 조언좀~~ 9 드럼세탁기 2012/07/12 1,875
127235 “박근혜에 5·16 묻는 건 세종에 이성계 묻는 것” 8 세우실 2012/07/12 1,816
127234 쉬즈찜머가는길가르쳐주세요 상우맘 2012/07/12 1,320
127233 공황장애 걸리신 시어머니.. 2 도움 2012/07/12 3,369
127232 보석함 필요하시는 분들 보세용~^^ 낭만천재 2012/07/12 1,781
127231 전설의 마스카라 --피어리스 피어니 마스카라 어때요? ㅁㄴㅇ 2012/07/12 1,766
127230 토렌토 질문좀 할게요 5 사용법 2012/07/12 1,370
127229 웅진 스토리빔 쓰시는 집 있나요? 4 옛날이야기 2012/07/12 1,922
127228 아파트 전세..강북과 일산중에 어디가 더 나을까요? 9 어디가? 2012/07/12 2,491
127227 초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5 음식 2012/07/12 3,717
127226 세부 여행에서 임페리얼과 샹그릴라... 13 요술공주 2012/07/12 3,060
127225 알러지 도와주세요 1 경험담 2012/07/12 1,775
127224 가구 중에 소파는 원래 오래 못 사용하나요? 5 비빔국수 2012/07/12 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