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을 공대를 나왔어요.
여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제가 좀 한인기 했더랍니다.ㅎㅎ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당시에는 공부와 그룹과제가 많아서 정말 힘들고,
과목도 어려워 맨날 도서관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그랬었거든요.
종종 도서관에서 남학생들에게 쪽지 받곤 했지만, 워낙에 해야할일이 많다보니,
다 귀찮고, 누굴 만날 시간도 없고, 우리과 선배,후배,과 친구들중에도 대쉬(?)하는 사람이
많아서 다른과는 아예 관심도 없었어요.
졸업하고 취업때문에 바빴던 겨울.. 집으로 몇통의 편지가 왔었거든요.
편지를 보낸사람은 학교 다른과 선배였는데 도서관에서 저를 보고는 첫눈에 반해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려다가 안되었고, 제 뒤를 밟아 집까지 따라왔던적도 있었고,
우리과 강의실에서도 저를 훔쳐보곤 했다 하더라구요.
제가 지나는 동선따라 쫓아 다녔지만,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수 없고 용기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졸업후에도 계속 마음을 떨칠수 없어서 어찌어찌 제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아주 좋은곳에 취직이 되서 연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냈더라구요.
본인 주소를 그 연수받는 주소지로 보냈고, 구구절절 1년동안 저에 대한 첫느낌부터 현재상태까지요..
읽으면서 누굴까 궁금했지만, 당시에 너무 바빠서 그냥 또 넘겼는데, 그뒤로 몇통의 편지가 더왔지만,
어떤건 뜯어 보지도 못하고, 한참 후에 읽어보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취직해서 또 너무 바쁜 사회생활하고....
제가 어릴때 부터 친구들에게 편지를 많이 받았는데, 그걸 아직까지 모두 박스형태로 모아 가지고 있어요.
결혼후에도 계속 소중하게 가지고 있답니다.
오늘 짐정리를 하다가 문득 편지상자가 눈에 띄길래 초등,중학교,고등.대학, 사회시절친구,연예할때 모두 기억을
되살리며 읽어보았네요.
그러다가 제가 뜯지 않은 편지가 있더라구요. 그세월 동안 제가 읽지도 않고 보관만 한 편지가 몇통이 있는거예요.
그중에 한통이 바로 저 위 학교선배편지였어요.
그당시에는 인연이 아니였던지 저는 답장은 커녕 자세히 읽지도 않았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그마음이 전해지면서
뭔가 가슴한구석이 아련한 겁니다.
무려 1년을 벙어리 냉가슴으로 앓다가 용기내여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한통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구요.
읽어보지도 않고 넣어둔 편지도 있으니 참 미안하더라구요. 누군가의 마음을 몰라봤던것이요.
그래서 꺼내 읽어보니,,,정말 세상에 ~ 세상에 영화에서 나올법한 일이 일어났지 뭡니까.
제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중가중간 커피마시러 나갈때 잠깐씩 보면서 저사람 되게 멋지다. 저런 사람이랑 연예한번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 그런 사람 있잖아요. 제 친구들도 저사람 멋지다고.. 우리끼리 맨날 숨어서 훔쳐보고 그랬던 사람..
바로 그사람이지 뭡니까.. 그사람이 그편지에 본인 사진과 이름, 나이 이런정보를 같이 넣었더라구요.
그걸 글쎄 20년 가까이 된 지금에서야 꺼내 본겁니다. 아 ~~ 정령 이건 영화야 하면서 제가 몇시간을 앉아 있었네요.
만약에 그 사람인걸 알았다면 저 아마도 편지답장하고 한번쯤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깝다. ㅠㅠ 아마 우리엄마가 제 편지를 그냥 박스에 넣어두신거 같았어요. 하두 많으니 그냥 넣어두면 알아서 읽겠지
하셨나봐요. 인연이 아니였기 때문일거야 했지만, 아~ 아깝다 말이라도 한번 걸어주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