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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 어린 아이를 만났습니다

.. 조회수 : 6,312
작성일 : 2012-04-19 20:29:17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퇴근길에..

집에가다가 출출하기도 하고 집에가서 차려먹기도 귀찮고 해서 떡볶이를
간단하게 먹고가잔 심산에 가게에 잠깐 들렸죠.

가게로가 오뎅을 하나 집어서 먹고 있는데 뒤쪽에 어느 조그만 남자 아이가 서성이더군요. 저를 비롯 남들 떡볶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처럼 계속 서성거리고 있고..
아이는 날씨는 추워지는데 반팔 흰색 티셔츠에 긴바지... 조금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고있어서..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그런가싶어 오뎅을 한개 다 먹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꼬마야. 아저씨가 떡볶이를 먹으려는데 너무 많은거 같아 그런데 같이 먹을까?"
아이는 주춤주춤 하더니 제 얼굴만 뚫어지게 처다보고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다왔는지.. 얼굴엔 먼지가 가득 묻어있고 누가봐도 제대로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아니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저씨 이상한 사람 아니야. 요기 가게에서 떡볶이만 같이 먹자~"

그랬더니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밖에서 오뎅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아이 때문에 가게안으로 들어가 떡볶이를 2인분 시키고 만두 2천원어치 넣고 시켜서 먹으려고 했습니다.

근데 선뜻 먹질 않더라구요.

"왜, 맛 없어?" 했더니 ..

작은 목소리로 "동생..."

처음으로 말문을 열더군요. 그래서 "그럼 동생이랑 같이 먹자"며 찾으러갔습니다. 동생은 떡볶이집 뒤에 있는 주차장에서 흙장난하면서 놀고 있더군요.

여자동생이였습니다. 뒤로 양갈래 머리를 하고 두꺼비집인지 뭔지 흙하고 돌맹이를 가지고 놀고 있더군요.
"은영아. 떡볶이 먹자" 라고 아이가 외쳤습니다. 그 아이는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면서 달려오더군요. 가게로 다시 돌아와 순대까지 넣고 셋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 이름은 영진 7살, 동생이름은 은영 5살 이더군요. 배가 많이 고팠는지 맵고 뜨거운 떡볶이를 잘도 먹더라구요.
천천히 먹으라고.. 모자르면 더 시키면 된다고 타이르면서 천천히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홍제동으로 이사온지는 1년 조금 지났다고..

"부모님은 어디가셨나봐?"
라고 물었습니다.

"돌아가셨어요."
말이 콱 막혔습니다.

그전까진 산본지역에서 살았었는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두분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렇게 넷이 살고 있다고..
저 나이때에 죽는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애써 밝게 웃으려는 아이를 보면서 더욱 가슴이 아파오는건 왜일까요......

사는 곳인 뒤에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더군요.
예전 동사무소 아르바이트 할때 심부름차 그 주택에 가본게 기억이 납니다.
귀신 나올꺼 같이 전등은 복도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빛도 안비치는 어두컴컴한 곳이였던걸로 기억해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
하물며 이렇게 밝고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떠나신 부모님들은 저 먼 하늘에서 얼마나 원통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시고 계실까...... 눈물이 콱 나오려고 하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리어카 끌고 나가셨다고...... 종이 수거하러 가셨다고 했습니다.

불쌍하더군요. 아직 부모님 곁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신나게 뛰어 놀 나이에..
저녁 한끼를 해결하지못해 밖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아이들...
술 한번에 몇만원씩 쓰며 스트레스를 풀던 제가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단돈 만원이라도 이 아이 가족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을텐데...

그렇게 아이와 함께 떡볶이를 먹고 지하철 밑에 마트로 내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드실 오렌지 쥬스까지 사서 아이에게 안겨줬습니다. 한사코 괜찮다며 우기던 아이를 끌다시피 데리고 내려갔다는......
"너희들이 정말 착하고 귀여워서 아저씨가 주는거야.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듣고"

라고 말하지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기 시작하더군요.
어린 여 동생은 상황파악이 안되다가 오빠가 울기시작하니 따라서 울고..
아이들을 맨션 집앞에

그리고 제 명함을 건내면서 뒷면에 수신자부담으로 전화거는 방법을 알려줬 습니다. 이렇게 전화걸면 아저씨랑 공짜로 통화할 수 있다고 거짓말 하면서 말이죠. 언제나 먹고 싶은거 있으면 연락달라고 말이죠. 아저씨도 너희들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어린 마음의 상처가 큰 아이들이 저에게 전화를 선뜻 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쌀 20kg짜리 한 포대를 사서 아이집으로 배달해주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돈이 지출된 듯 싶지만, 절대 후회는 되지 않더군요.

퍼온글입니다
---
IP : 175.223.xxx.40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뮤즈82
    '12.4.19 8:39 PM (211.36.xxx.242)

    맘이 아프네요.누군지 몰라도 저렇게 도와주신분 복 받으실겁니다.

  • 2. 스뎅
    '12.4.19 8:44 PM (112.144.xxx.68)

    ....ㅠㅠ

  • 3. 마음비우기2
    '12.4.19 8:44 PM (59.5.xxx.54)

    정말 고마우신... 저도 본받으렵니다~

  • 4. 수십년 지난 일이지만
    '12.4.19 8:50 PM (112.153.xxx.36)

    울 큰오빠가 생각나네요.
    서울역에서 울고있던 어린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죠.
    지방 어느 지역인지 아인 다 기억하고 있는데... ㅠㅠ
    그날 밤 오빠 방에서 이불쓰고 얼굴 파뭍고 서럽게 울더라고요 울음 소리 안내려고 이불 뒤집어 쓰고.ㅠㅠ
    저 그 때 10대였어요.
    오빠가 그 애데리고 그 아이 사는 지방 경찰서에 갔는데 그 아이 서울역에 버리고 간거였어요. 그 아이 맡은 큰 아빠가... 그 아이 부모는 사고로 갔는지 없더라고요. 흑흑 저 지금 40대인데 그거 생각하며 지금도 울어요,ㅠㅠ

  • 5.
    '12.4.19 8:57 PM (182.213.xxx.86)

    말은 안나오고 탄식만.
    원글도 댓글도 어찌 그리 휴.
    참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을 그 아이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되어서 가슴이 부서집니다.
    가슴 그득하게 먼가가 차오르는데 쉽게 입이 안열리네요.

  • 6. 제대로 된 나라면
    '12.4.19 9:00 PM (110.175.xxx.199)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게 할 게 아니라
    저런걸 세금 거둬서 나라가 해야죠.
    누구라도 고아가 될 수 있는 건데....

    한국은 언제
    제대로 된 나라가 될까... 생각해 보지만,
    영원히 안될겁니다, 아마.

  • 7. ㅠ.ㅠ
    '12.4.19 9:08 PM (59.17.xxx.164)

    그래도 참 좋은 많네요...

  • 8. 세상이
    '12.4.19 9:08 PM (119.198.xxx.104)

    아직 따뜻한 곳이군요...저도 작지만 베풀며 살아야겠어요...

  • 9. 냐아옹
    '12.4.19 9:18 PM (118.223.xxx.249) - 삭제된댓글

    울컥하네요 . 도와주신분 정말 복받으실듯...ㅜ ㅜ

  • 10. 강아지궁디
    '12.4.19 9:46 PM (118.222.xxx.141)

    점 셋님.. 복 억만금 받으셔요..
    어머님이 복 지어놓으셨네요...

  • 11. ..
    '12.4.19 9:59 PM (122.47.xxx.4) - 삭제된댓글

    오늘은 슬픈 글들이 너무 많아요ㅠㅠㅠ

  • 12. 물고기
    '12.4.19 10:13 PM (220.93.xxx.191)

    저도 그아이들에게 뭐좀 사주고싶네요
    감동먹었어요ㅠㅅㅠ

  • 13. ...
    '12.4.19 11:12 PM (211.211.xxx.4)

    마음 아프고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 14. 홍제동
    '12.4.20 12:14 AM (221.139.xxx.138)

    저 신혼 생활 시작하던 곳인데... 맨션이라면 유진상가 부근일까?
    갑자기 옛 추억이 떠오르네요.
    저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도 그 아이들은 그 맨션에서 살고 있겠죠?
    눈물 찡 하다가 마지막에 퍼왔다는 글에서 살짝 주춤했어요.
    부모잃은 어린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 15.
    '12.4.20 3:49 AM (222.117.xxx.39)

    누구신지 모르지만 감동적이네요.

    요즘 허구헌날 아동 대상 범죄자들 얘기만 보다가, 이런 남성분 글을 보니 더욱 짠한 느낌입니다.

    저라면 그런 아이가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지... 반성해 봅니다.

  • 16. 세상이 험하다 보니
    '12.4.20 10:34 AM (24.126.xxx.239)

    이렇게 훈훈한 글을 보고 한편으론 걱정이 드네요.
    낯선 사람이 베푸는 호의에 긍정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하는 어른들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을까봐요. 부디 잘 자라길 바랍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 17. 마들렌
    '12.4.20 7:23 PM (58.239.xxx.82)

    ㅜㅜ 감동입니다

  • 18. 쇼핑좋아
    '12.4.20 7:31 PM (58.151.xxx.171)

    아~~~왜 자꾸 오늘은 슬픈글들만........

    방금 10년전 글 읽고 이제야 정신 차렸는데

    이글 읽고 또 슬프네요 ㅠ.ㅠ

  • 19. 베가
    '12.4.20 8:14 PM (121.173.xxx.7)

    저한테도 갈켜 주세요 도와주고 싶네요............................

  • 20. 겨울
    '12.4.20 8:49 PM (222.105.xxx.238)

    오늘 진짜 슬픈 글 많네요...
    막 눈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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