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득 떠오르는 어릴 적 그때 그 날의 기억 하나....

소리 조회수 : 1,000
작성일 : 2012-04-18 02:19:36

어릴 때 어느 일요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살던 집이 단독주택이 많은 주택가라 휴일 오후에는 조용했어요.
더구나 저희 집은 대로변이나 큰길에 있지 않고 약간 오르막길
안쪽 골목에 한참 들어와 자리하고 있었죠.

그날은  다른 가족들은 모두 각자 일로 외출을 나가고
집에 어린 저랑 저희 어머니만 있었어요.

흐린 하늘 어둑어둑해질 저녁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잠시 오후에 자다가  일어나 졸린 눈으로 엄마 옆에 있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거에요.
그래서 어머니가  누구세요? 물으니 목소리가 잘 안들려서

현관문을 열고 문쪽을 향해 누구냐고 더 크게 물었어요.
마당이 그리 넓지 않은 작은 단독주택이었거든요.

그랬더니 밖에 한 아저씨 (비교적 젊은)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주머니.. 제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데
밥 좀 얻어먹을수 없을까요?"

이러더라고요.

정확한 단어는 기억 안나지만 , 분명 밥을 못먹었으니 밥 좀 달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말투가 이상하거나 술취한 사람 목소리 같지 않고
비교적 차분했습니다.
지금도 그 음성의 색깔이랄까 그런 게 또렷히 기억나요.

어머니는 (아무래도 집에 저랑 단둘이만 있으니)
문을 열어주지 않고 죄송합니다, 밥이 없어요... 라고 대충 말씀하고 그 남자를 보냈던걸로 기억해요.

그 남자는 돌아가며 다른 집 벨도 누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전 그때 상황이 참 무서우면서도, 그 남자의 말이 꽤 진지해서
저 이가 진짜 배고픈 사람이라면 얼마나 불쌍한가...싶어
미안하고 너무 안타까운거에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무서웠어요.

그때가 80년대 후반이었고, 다들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한
평범한 (2층 양옥이 대부분인) 주택가 동네라
마치, 전설의 고향 드라마 속 같은 대사를 현실서 직접 들으니 뭔가 무섭더라고요. 
가끔 잡상인은 있었지만 저런 사람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어요.
 
그때 자다가 일어나서인지 그 순간이 마치 꿈같아요.

아무튼 별일은 없었지만
그때 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꽤 오랫동안 가더라고요.
진짜 배고픈 이였다면... ;;  (죄송합니다. 그때 저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오랫동안 마치 영화 한장면 처럼 기억 속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그쵸.

 

IP : 115.138.xxx.2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렌지
    '12.4.18 9:12 AM (203.226.xxx.111)

    요즘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무서워서^^;

  • 2. ...
    '12.4.18 10:16 AM (75.177.xxx.145)

    69년생이고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제 기억엔 9살때쯤 집 대문은 늘 열려있었고,
    밥을 달라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어른들은 거지라고 불렀고 직장다니시던 저희 엄마는 집에계실때는 꼭 밥을 주셨어요. 돈이라도 주시던가. 어느날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저보다 세네살 많아보이는 남자아이가 밥을 달라고 왔는데,
    제가 "엄마 ! 거지오빠 왔어" 하고 엄말 불렀죠.
    거지이긴 하지만 나보다 나이많으니 거지오빠라고 불렀을 뿐인데 저를 놀리는게 세상 낙인듯했던
    우리 아빠는 몇.달을 손님 오실 때마다 거지오빠 얘길하면 절 놀렸죠
    제 머리속에도 그 마당이 사진처럼 찍혀있어요.
    무섭지 않고 거지 오빠얼굴은 생각안나지만 지금 저보다 더 젊었던 엄마,아빠 모습이
    따뜻하게 그립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4966 빨래에서 걸레냄새 ㅠㅠ 13 여울 2012/07/06 5,465
124965 술값85만원 1 마음에서 내.. 2012/07/06 1,638
124964 두부찌개 쉽네요~ 12 소박 2012/07/06 5,873
124963 ;너희가 벌어 결혼하라;는 어느 부모 13 Qndld 2012/07/06 7,863
124962 아침마다 ebs영어방송 듣고 있어요..^^ 1 늦바람 2012/07/06 2,813
124961 두개의 문을 보았어요. 9 ,,, 2012/07/06 1,888
124960 비때문에 출근을 어쩌죠? 3 빛나라별 2012/07/06 1,031
124959 핏플랍 신어보신 분들 7 핏플랍 2012/07/06 2,921
124958 강남.서초 토박이분들~ 맛집 정보 공유해요~ 저두 나름..?ㅎㅎ.. 8 서초동주민 2012/07/06 3,492
124957 조중동 기자면 막강하지여 14 화채 2012/07/06 2,384
124956 안경의 가격 4 47세 눈의.. 2012/07/06 1,700
124955 비누 만드는 팁 조언 2 수제 비누 .. 2012/07/06 1,238
124954 brew 하고 drip의 차이점이 뭔가요? 5 커피 2012/07/06 2,287
124953 관악구 서원동 도림천 범람 직전이라고 동사무소에서 대피방송 나오.. 4 사월이 2012/07/06 2,505
124952 국제택배때문에... ---- 2012/07/06 1,278
124951 대문에 호칭글 보고... 전 도련님 기저귀도 갈아봤군요. 1 나거티브 2012/07/06 1,523
124950 신혼집을 전세로 얻는데.. 대출은 어느정도까지 괜찮을까요? 4 신혼집 2012/07/06 1,839
124949 날씨가 너무 무섭네요. 3 아웅 2012/07/06 1,807
124948 요즘 가격 엄청 내렸다고 들었는데..계란값도 거품이네요ㅜ 4 나만의쉐프 2012/07/06 1,577
124947 이런 미친 엄마도 봤네요. 28 .... 2012/07/06 12,963
124946 에어콘 냉매제 1년만에 빠지나요? 2 에어콘 2012/07/06 2,519
124945 지금, 잠 못 이룬 분들을 위해 - 쳐진 달팽이 [방구석 날나리.. 1 삐끗 2012/07/06 1,102
124944 감자 맛있게 굽는법 알려주세요~~ 1 .. 2012/07/06 2,044
124943 정말 이혼을 바랍니다.- 친정부모 등골빼는 오빠네.. 8 2012/07/06 4,920
124942 돈이 좋긴 좋군요 ㅋㅋ 4 .. 2012/07/06 3,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