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해성사같이 주절거려봅니다. 미안해 미안해

gmd 조회수 : 1,238
작성일 : 2012-04-17 11:50:15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6학년때였어요, 국민학교 그때는 그렇게 불렀죠, 저는 반장에 아주 예쁜 원피스를 좋아하여 입고 다니던 공주과 여자애였고 제 잘난 맛에 살던 애였어요,

그래도 맘이 여리긴 했었죠,

어느날  제 책상 서럽속에 등교 하여 책을 넣으려는데 왠 편지가 있는거예요,

맞춤법이 모두 틀린 ....누구야 너를 정말 좋아해 너는 너무 예뻐,  내가 너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맞춤법이 정말 거의 틀렸어요, 저는 단번에 그게 누가 쓴 편지인지 알아챘어요,

6학년에 맞춤법 틀린 애라곤 우리반에 그 남자애 하나뿐이었으니까요,

매일 선생님꼐 얻어 맞고 매일 혼나고 말 한마디 없는  365일 아주 똑같은 옷을 입고 냄새 나는 아이...

아마도 가정 환경이 어렵고 아마도 불행한 상황이었던 아이였을꺼예요,

아주 소심하고 아주 내성적이라 말한마디 없던 남자애였는데 그 애가 용기내어 쓴편지를 저는 읽으며 기분 정말 나빠하며

제 짝에게 보여주었고 제 짝이 선생님께 일렀고  선생님이 그 편지를 들고 저에게 나와서 읽어 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맞춤법 틀린게 많아서 일부러 더 못읽는 척 하며 맞춤법이 틀렸다고 강조하며 읽어댔지요,

그 남자애한테 일부러 보란듯이요, 너따위는 나를 좋아하지마. 기분나빠. 이런 투루요,

그때였어요,

그 남자애가 고개를 항상 숙이고 다녔던 그 남자애가 첨으로 저를 한번 힐끗 고개 들어 쳐다보더라구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애의 절망어린 눈빛을 보았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잊혀지지 않을만큼 아주

절망과 수치로 가득차있던 눈빛...

저는 그때 제가 참 잘 못했다고 느꼈고 부끄러웠어요, 그러나 그 남자애는 그 후 정말 없는 사람처럼 있다가

졸업후 다시는 보지 못했어요,

항상 그 애가 불현듯 한번씩 생각납니다. 정말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무슨 나쁜일이 생기거나 제가 힘든일이 닥칠때마다 그 애를 무시해서 내가 받은 벌일꺼란 생각이 듭니다.

 

그 6학년의 사건 이후 저는 타인에게 정말 조금도 나쁜 소리 못하고 너무 조심해버리는 캐릭터로 변했지만

지금 40대인 나이에도 가끔 상처 받을때마다 그 애에게 잘못한 죄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가 나땜에 정말 정말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치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괴롭힙니다.

미안해..미안해.....용서해주렴,,,기영아 미안해.

IP : 203.170.xxx.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만
    '12.4.17 12:00 PM (123.213.xxx.187)

    벗어나세요,,님의 여린 마음이 아직껏 그 일을 품고 살고 있었군요,
    그 때 그 이쁜 원피스 입은 소녀는 그때 벌써 그 아이에게 사과했네요,,,,긴 세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사과하면서 당신은 참 좋은 사람으로 살아온 거 같습니다..그만 벗어나세요^^
    언젠가,,,,,,우연히 마주치면 미안했었다고,,한마디 하시면 더 좋겠네요,아마도
    그 아이도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 듯 합니다..그냥 예감에.....ㅎㅎ

  • 2. ..
    '12.4.17 12:06 PM (182.218.xxx.252)

    원글님이야 어린 나이였으니 그럴수도 있다지만 편지를 친구들 앞에서 읽게 해 그 아이에게 망신을 준 선생님..참 못됐네요...그 아이의 눈빛이 상상이 가서 마음이 아프네요..

  • 3. 왠->웬
    '12.4.17 12:08 PM (211.207.xxx.110)

    원글님, 짝, 선생님 모두 가해자들
    이 중 선생이 제일 사악한 인간..
    대놓고 왕따돌림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악의 축!!! 이런 인간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함.
    곽노현님이 대단한 일 한 것임.

  • 4. 저도
    '12.4.17 12:39 PM (211.108.xxx.248)

    어릴때 가정환경이 불행하고 약했었고.. 반에서 젤 불쌍했었어요 그 남자애같은 처지가 바로 저라서
    원글님같은 애들이 저 많이 무시했었고.. 사람이 정말 싫엇죠
    근데 님 글보니 그 어리고 철없던 것들이 나이먹으면 죄책감느끼겠구나 그런생각도 드네요

  • 5. 원글님은
    '12.4.17 12:46 PM (116.38.xxx.42)

    어렸다치고
    선생이 너무너무 나빠요.

  • 6. 아련한 단편소설 같아요
    '12.4.17 1:15 PM (218.146.xxx.109)

    글을 참 잘쓰시네요 ^^
    어린 시절, 어려서 하는 실수로 많이 성장하셨네요..
    원글님이 다른분께 그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잘하셨듯이,
    그분도 다른 누군가에게 또 위로받으셨을꺼라 생각해요..
    그렇게 돌고 도는거라고 생각되네요
    이제 툭툭 터시고 이쁘고 마음아픈 추억으로 마음 한켠으로 쌓아두시기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2233 일산은 전업맘들이 많은것 같아요~~ 12 철없는새댁 2012/08/17 4,993
142232 밤10시 대치동 미즈메디병원 앞 교통상황이 어떤가요?? 10 hhh 2012/08/17 2,768
142231 8월 17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8/17 1,140
142230 pet-ct 찍어보신분들께~~~혹시 부작용이 있거나 준비할꺼 있.. 4 pet찍을려.. 2012/08/17 4,843
142229 남편의 말이 사실일까요? 아니면 바람일까요? 9 ㅠㅠ 2012/08/17 5,357
142228 누렇게 변한 열무물김치 버려야겠죠? 6 에휴 2012/08/17 2,284
142227 곽노현 교육감 만약 대법원 유죄나오면 2 궁금 2012/08/17 1,384
142226 사주중 신앙사주 가 뭘까요? 7 비밀 2012/08/17 2,629
142225 오래된 주택가 냄새요 ㅠㅠ 2 아른아른 2012/08/17 2,011
142224 8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2/08/17 1,216
142223 사주 잘보시는분좀 알려주세요.. (인패살)이 뭔가요? 6 cool 2012/08/17 4,044
142222 내인생의형용사 원글이예요 326 life i.. 2012/08/17 64,619
142221 여수 다녀오살분들 4 .. 2012/08/17 2,011
142220 내 집인데.. 6 엉엉 2012/08/17 2,791
142219 정신없는짓을 했어요.. 9 정신없는 아.. 2012/08/17 3,094
142218 (급) 어제 담근 열무김치 김치냉장고에 넣어야 하나요? 2 열무김치 2012/08/17 1,687
142217 9년만에 한국 들어가요,9월초 한국날씨 어때요??? 꼭 알려주세.. 8 한국날씨 2012/08/17 6,140
142216 집주인이 싫어한다고 12 저기요 2012/08/17 3,104
142215 중3남학생 테니스 어떨까요? 1 아들... 2012/08/17 1,978
142214 박근혜지지에는 학력도 뭣도 다 소용없나봅니다.. 6 .... 2012/08/17 2,062
142213 계약서 제대로 작성하기 3 안당하는 살.. 2012/08/17 1,459
142212 키톡 토마토 소스 @_@ 5 ... 2012/08/17 2,694
142211 도전 슈퍼모델 어느 채널에서 하나요? 1 원조 2012/08/17 1,312
142210 스마트폰 무료라고 해서 통신사 바꿨는데... 29 공짜폰사기 2012/08/17 6,530
142209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독립영화 볼 수 있을까요? 6 싱고니움 2012/08/17 2,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