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힘든 밤입니다...
임신하고부터 자주 드나들던 이곳에 지극히 개인적인 글 올리려 마음 먹습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그런데 허허벌판에 선 것 같아 얼굴도 모르는 언니들께서 제 글을 읽어주시고 어떤 말씀이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격 탓에 이런 글을 쓰면 지우고만 싶고 두 번 다시 안 보는데, 이번에는 지우지 않고 가끔씩 들여다 볼 겁니다.
언니들. 저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에겐 결코 많은 돈이 아니겠지만 저희에겐 전재산이었던 돈을 털어 시작했던 남편의 사업이 2년도 안 되어 기로에 섰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뛰어들어 이렇게 됐습니다.
홍보도 부족했고, 이 악물고 부지런히 하지도 못했습니다.
접는 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무리 치기로 시작한 일이라고 하나 그러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이만큼 준비하고 마련하고 꾸려온 것도 기적 같아요.
남편이 정말 꼼꼼하게 일하고 재능도 있습니다.
저만 좀 받쳐주면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아직은 미련이 있어요.
세상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이제 조금 알 거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아이 낳고 나서 제 어린시절을 자꾸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세살짜리 딸이 있어요.
남편 너무나 좋은 아빠입니다. 단점 없는 사람 없는데, 아이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눈 녹듯 사라져요.
다행이고 다행이에요. 저는 부모님의 사랑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런 사람이 어디 저 뿐일까요... 많고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제 타고난 기질과 맞물려서 결과가 아주 나빠진 케이스예요.
초등 저학년 때 억지로 발표할 일이 생기면 목소리를 덜덜 떨며 울먹이곤 했어요.
그 마음 상태 그대로 나이만 먹은 거 같아요. 상처받은 어린 아이의 영혼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더 나쁜 길로 가지 않고 이만큼 살아온 것, 건전한 사람 만나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것... 감사합니다.
다시 살고 싶고, 지금이라도 제가 처음 부여받은 영혼 그대로 살고 싶은데
게으름피우고 뒷걸음질치고 자기비하하며 살아온 시간의 관성일까요... 쉽지가 않네요.
그런데 마음 먹으면 할 수도 있는 거지요? 저 바닥을 치고 싶습니다.
아무 소용 없어도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배우지 못해서, 부모님께 기대는 것도 불편해서,
제가 기대도 될 만큼 부모님이 절 사랑하시는지조차 못 미더워서 대학 공부도 다 못했습니다.
그 전에 고등학교도 그만 뒀었어요. 존재감 없는 아이로 지내다가 제 나름대로 반항하며 존재를 찾고 싶었던 거 같아요.
초, 중, 고등 초반까지도 공부는 아주 잘했답니다.
어렸을 때 전교 1등 여러 번 했다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지 않는데, 저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언니들께 어필하고 싶은가 봐요.
그래서 저 죽기 전엔 이 땅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 (의무교육) 실시되는 것이 꿈이에요. 저 같이 자존감 없는 아이들도 꿈만 있으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언니들은 현명하게 잘 하시겠지만, 혹시라도 딸아이에게 신경 덜 쓰고 계시는 엄마들이 계시다면 저 같이 안 되게 알뜰살뜰 보살피며 잘 길러주세요... 어린 시절엔 무조건적인 사랑, 실수에 대한 용납을 주세요.
저 열 살 무렵에 학원비 잃어버려서 엄마에게 마구 맞았던 기억이 나요. 너무 맞아서 우연히 집에 들른 막내외삼촌이... 그땐 고정 수입도 없었던 막내외삼촌이 돈을 다 놓고 가셨었어요.
그래서 돈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틀어졌달까요... 돈 조금이라도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없으면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해져요.
저희 엄마도 얼마나 힘드셨으면, 아이 때린다고 잃어버린 돈 되돌아오지 않는데도 그러셨을까요.
아버지가 좋은 직장 다니면서도 생활비를 안 주셔서 궂은 일 많이 하며 사셨거든요.
저는 그때 엄마에게 매 맞던 아이 상태로 멈추었던가 봐요.
타지에서 살다가 아이 낳으면서 친정 근처로 내려왔는데 이유가 뭐였나면요, 아이 매개로 부모님과 친해지고 싶더라구요...
부모님에게도 속엣말 못하고 연기하듯 사는 제가 너무 안타까워서요.
글이 진짜 맥락없네요. 죄송합니다.
저 이제 이십대 후반이에요. 아직 모든 것이 가능한 나이라고 믿고 싶어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이십대 후반이라는 나이, 제 마음 상태엔 걸맞지 않게 너무 많은 나이를 다 위안삼으려 하네요.
오래된 우울증이 있는 거 같습니다.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이 길어요.
직장생활도 몇년 했지만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몰라서 하루하루 지옥이었어요.
여전히 표현하는 거 어렵고, 그냥 잠만 자고 싶고, 도망치고 싶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잠못 이루고 빨래 널고 컴 앞에 앉았습니다.
어떤 말이든 해주세요. 너 그런 수준의 각오로는 쉽지 않을 거다... 차라리 사업은 접어... 공부는 네가 벌어서 왜 못 했니... 쓴소리도 좋아요.
올해 초부터 진정성 있는 작은 교회를 만나게 되어 예배 드리고 성경 묵상도 하고, 기도 드리곤 했는데 아직 습이 되진 않은 거 같아요...
19개월 딸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남편 일을 본격적으로 도와야할지, 제가 적은 수입이나마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할지...
남편은 아이가 아직 말을 배우지 못했고, 그런 상태에서 정서적인 단절을 주기 싫다며 어린이집은 반대하네요...
남편을 당분간 일용직 노동이라도 뛰게 해야 할까요...
사업은 어떻게든 유지를 하고 싶은데 그외 부수적인 것들은 여전히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냥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다 부럽습니다... 이상하게 그랬습니다.
아직 모유수유하고 의견 분분하지만 밤중수유도 끊지 않았거든요... 자다 깬 딸아이 다시 재우며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겠지만, 내가 아는 부분만은 상처주지 않고 최대한 아이가 지니고 나온 고유한 영혼을 지켜주자... 다시 마음 먹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