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강남을 투표참관인 1명빼고 다 집에 가라했다”정동영 캠프 참관인 진술서 확보… 장철우 변호사 “호송중 선거부정 의심”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4·11 총선 서울 강남을 투표함의 대규모 미봉인 사건과 관련해 55개 투표소 가운데 1곳을 뺀 모든 투표소의 투표참관인들을 해당 선관위 직원이 돌려보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사건의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강남을 후보자 선거사무소와 장철우 법률지원단장은 13일 현재 55개 투표소 110명의 정후보측 파견 투표참관인 전원을 조사한 결과 1곳을 제외한 전 투표소에서 관위 직원들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고 하고 다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장철우 변호사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 사람을 뺀 전원이 ‘봉인한 후에 선관위원들이 돌아가도 좋습니다’라고 해서 다 돌아갔다고 진술했다”며 “결국 55개 중 54개 투표소의 투표함이 개표소까지 호송중에 적어도 정 후보측 참관인이 동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은 ‘경찰이 있으니 돌아가도 좋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인 안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강남을 개포1동 제5투표소 투표함. 정동영 후보자 파견 개표참관인 황유정 비서 제공.

 

투표함에 봉인을 하는 것은 투표소에서 개표소로 이동할 때 부정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강남을 투표소의 경우 호송중에 정후보측 참관인이 없었고, 정작 투표함의 경우 20개의 투표함에서 치명적인 봉인·봉쇄 누락상태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된 것. 이에 따라 정후보측이 확보한 20개 투표함의 사진과 동영상 자료, 투표참관인 110명에 대한 사실확인서 등을 통해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장 변호사는 “운송과정에서의 부정을 막기 위해 철저히 이중삼중 봉인하는 것인데, 참관인도 빠졌고, 40%에 이르는 투표함의 봉인상태가 훼손된 것”이라며 “한 두건 정도면 실수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갑구 투표함 10곳도 봉인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자 파견 개표참관인 황유정 비서 제공.

 

장 변호사는 “열쇠가 잠기지 않은 것과 투표구가 봉인되지 않은 것은 봉인의 목적과 취지에 비춰볼 때 허술하게 관리한 정도를 넘어 선거부정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낳는 정황”이라며 “이 때문에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물쇠가 열려 있는 강남을 투표소 투표함. 정동영후보자측 파견 개표참관인 황유정 비서 제공

 

강 변호사는 “운송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투표참관인들을 왜 돌아가라고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을 ‘투표함 부정행위 의혹사건’으로 본다. 기본조차 안된 투표관리인데, 선관위가 도저히 이렇게 봉인했을 리가 없다. 우선, 선거부정 여부부터 철저히 조사해보고 진상이 밝혀진 뒤에, 선관위에 책임을 묻고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물쇠가 열려 있는 강남을 투표소 투표함. 정동영후보자측 파견 개표참관인 황유정 비서 제공

 


또한 투표참관인들이 모두 매뉴얼대로 봉인을 했는데도 왜 훼손됐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강 변호사는 “투표참관인들은 봉인은 제대로 이뤄졌다고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이 투표관리매뉴얼을 소상히 파악하고 검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과정을 통해 훼손됐는지, 수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170조에 따르면, 투표참관인은 투표함의 개표소 이동시 동행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한 선거법은 봉인요령에 대해서도 △투입구의 봉인과 날인 △뚜껑을 덮은 뒤 자물쇠를 채운 뒤 봉인과 날인 △모서리 진 부분에 대한 봉인과 날인 등에 규정하고 있다.

정 후보측은 개표 당일 강남을 선거관리위원장에게 투표함의 철저한 보전을 요구한 바 있고, 13일 저녁까지 법원에 정식으로 증거보전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국래 강남을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은 13일 인터뷰에서 “참관인을 돌려보낸 것은 ‘동행’이 강제규정이 아니기도 하고, 12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기 힘들었을테고, 경찰도 있으니 강제로 동행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미봉인 투표함 문제의 경우 일회용 자물쇠가 꽉 집혀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프를 뜯다가 빠졌거나 밑바닥의 경우 날인도장만 안됐지 다 테이핑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표구 미봉인의 경우 조 계장은 “투입구는 테이프 붙이고 날인해야 하는데, 봉인·봉쇄를 못한채 뚜껑을 덮고 겉에만 봉인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만 투표부정이 개입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입구 미봉인 사례가 강남을 투표소가 4건, 강남갑 투표소가 5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 계장은 “일이 마무리되면 책임질 사람에 대한 조치는 있어야 하지만, 현재 뭐라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호송중 투표부정 가능성에 대해 조 계장은 “경찰이 호송했고, 오는 시간이 다 맞아떨어지는데 바꿔치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강남 을 투표함 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당에서 증거보전신청하고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은 국가의 기본문제로 반드시 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