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3년차에요.
제 남편 착하고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이에요.
사람 인성으로 보면 나무랄데가 없지만, 같이 사는게 침 재미없고 답답하네요.
남편은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랑 지인이 정말 단 한사람도 없어요.
자기말로는 전화는 가끔 한다는데(믿을수 없어요.그것도 일과 관련해서 아주 가끔일거에요.), 집에서 다른 사람이랑 통화하는 거 본적 없어요.
나가는 모임은 연말에 동창회 딱 한번, 이것도 안나갈 사람인데, 인생의 행복은 인간관계라고 노래부르는 저땜에 나가요.
운동은 자전거 타는 거 말곤 할줄 아는 운동도 없고, 하지도 않아요.
자전거도 애 데리고 나가서 타라고 성화를 대니까 주말에 가끔씩 타고요, 이번 겨울내내 거의 안탔어요.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이야기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까 말수도 적지만 말재주도 없어요.
관심사가 다양하지 못하니 화제거리도 많지 않고, 소소한 일상얘기를 잘 못하구요.
제일 안맞는점이 대화가 원활하게 재밌게 되지를 않아요.
이야기 하다보면 김빠진 맥주처럼 주고 받는 재미가 없으니 대충 마무리하게 되요.
자기 직업 선택은 정말 정말 잘해서 사람 별로 상대 안해도 되는 전문직이라, 직장생활은 별문제없이 잘해나가는데요.
집에 오면 티비 조금 보고, 방에 들어가 계속 자기 전공책이나 보다 자버려요.
이런 성격의 사람과 같이 사는게 남들이 보기엔 가정적이고 전문직이니 좋겠다 하지만, 진짜 마음수양해야 되네요.
몇달에 한번씩 그 존재가 싫어서 폭팔하는데, 사람이 나쁜게 아니니 뭐라 하고 나면 내가 더 이해하고 참아야 하나라는 죄책감때문에 우울해요.
남편은 타인과 정서적 친밀감을 맺는게 많이 서투르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과 트러블도 일으키지 않지만, 남을 챙기거나 안부를 궁금해 하는것도 없어요.
그건 애들에게도, 자기 부모 형제에게도 마찬가지구요.
남들이 보기엔 칼퇴근에, 애들 라이드 해주고, 재활용 버려주니 자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서적으론 아닌거에요.
정말 상담이라도 받게 하거나, 아님 제가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