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선일보때문에 남편과 싸웠어요" 건투를 빈다 중에서..

어준님의 글 조회수 : 1,038
작성일 : 2012-04-11 20:01:06

아래 어떤 영남분의 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 함 업어와 봤습니다. ^^

 

Q. 울아빠가 보는 〈조선일보〉 땜에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어요

 
1년차 주부입니다. 부모님 고향은 경상북도, 전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 신랑 고향은 전라북도, 20대에 상경했고 저희 아빠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근데 뭐가 문제냐. 결혼 전엔 제가 이런 갈등을 겪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얼마 전 아빠 생신 때문에 시골에 내려갔을 때예요. 가족끼리 저녁 먹고 아빠가 신문을 펴 들었는데 신랑 왈 “아버님… <조선일보> 보시네요?” 하는 겁니다. 아빠는 “응, 여기는 골짜기라 신문 구독도 겨우 한다”며 웃으셨는데요. 서울로 돌아온 신랑은 쓰레기 신문 보지 마시라고 당장 전화하라며 닦달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경상도 정권의 해악과 <조선일보>를 엮어 공격을 하는데, 저도 신랑과 정치적 견해는 같이하지만 적어도 지역감정은 이제 완전히 해묵은 감정이라는 제 반론과 그렇지 않다는 신랑의 주장이 합의점을 못 찾네요. 아직 신혼인데 이 문제로 툭하면 언성을 높입니다. 저도 아빠의 보수적인 면을 못마땅하게 여겨왔고 <조선일보>도 싫지만 이제 늙어 가시는 아빠에게 옳고 그른 걸 따지고 싶지도 않고, 남편이 경상도 거론할 때마다 죄 지은 기분까지 들어 짜증 지대로입니다. 이 문제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 . 호. 이런 상담이. 우선 이것부터 밝혀두자. 본인 경상남도 진해 생으로 부산서 학교 다니다 중3에 상경했다. 이걸 밝혀야 한다는 사실부터 씨바라고 봐야지.

1. 1997년 대선 직전이었다. 외조부 생신에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였다. 때가 때인지라 어느 순간부터 대선이 안줏거리에 올랐다. 아이엠에프의 책임과 역사적 당위 따위를 들먹이며 디제이여야 한다는 내 주장에 “점마가 미친나…”를 필두로 성토가 쏟아진다. 어차피 논리로 당해낼 일 아닌 줄 알면서도 기를 써 본다. 그러나 “대중이는 치매라 안카나, 가는 빨갱이 아이가, 통반장도 싹쓸이한다카이, 깽깨이들 지랄하는 꼴 우째 보노”로 이어지는 벌써 20년째 고정 레퍼토리들. 30분쯤 그렇게 다구리를 당하고 있는데, 오래전 후두암으로 성대를 제거한 외조부가 갑자기 손을 젓는다. 자존심이 강해 식도 발성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가 싫다며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한 달도 침묵하는 양반인데 할 말이 있단다. 조용해졌다. 아니면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고마치 해묵었으모 됐다… 부끄러운기라… 이제 마 대중이가 해라케라….”

정작 자신들은 한 번도 누려본 적도 없는 허구의 기득권을 부여잡고 지역에 기생하는 정치배들이 제공한 핑계와 거짓을 주워섬기며 앙상한 선민의식으로 버티던 한 무리의 경상도 서민들 입을 다물게 한 건, 그렇게 논리가 아니라 70대 노인네의 염치였다. 아, 가슴이 아팠다. 그 한마디에 담긴 경상도의 자조가. 정치꾼들이 그들 가슴에 심어놓은,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원죄 의식이. 자리는 거기서 끝이 났고 그래도 그들 중 디제이에게 표를 준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게다. 모친이 난생처음 기권한 게 그나마 그 말이 그해 대선에 끼친 직접 영향의 전부였다.


2. 애초 정치는 적을 필요로 한다. 적이 없으면 만들어 내기라도 해야 한다. 히틀러가 그랬다. 유대인이 없으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신도 몇 명도 아니고 수천만 독일인들을 집단최면 상태로 이끌었던 히틀러는 미치긴 했어도 바보는 아니었다. 히틀러 수사학의 핵심은 명확하게 적과 나를 갈라내는 이분법. 그 위력은 상식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내부의 모든 불만과 불안을 그 적에게 돌리게 하는 데 있다.

이 땅의 히틀러들이 자신의 정권욕을 위해 조작해 낸 유대인은 전라도. 그 사악한 상징조작에 경상도는 대구의 지역내 총생산이 전국 꼴찌가 된 게 이미 17년 전이건만, 그렇게 노태우와 김영삼 시절에 비롯된 몰락을 디제이와 노무현 탓으로 돌린다. 더구나 97년의 방어적 지역주의는 이제 잃어버린 10년이란 주술에 의지해 마땅한 내 것 되찾겠단 패권의식으로 변태해 있다. 그렇다. 당신 남편이 옳다. 사라진 게 아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경상도는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전라도가 자신들에게 총을 겨눈 자들과 그 후신을 결코 지지할 수는 없다는 정서의 본연을, 그러면서도 디제이 이후로 그런 몰표가 결코 원시적 지역색이나 복수의 권력욕이 아님을 입증해 보이려는 그들의 자존심을, 그래서 지역을 넘어 경상도의 아들 노무현에게 표를 주고 또다시 지역을 넘어 디제이의 유산 민주당마저 제치고 열린우리당에 표를 줬던 그 정치의식의 본질을.


3. 당신과 남편의 갈등은 그렇게 구조적이고 역사적이다. 둘이 착하다고 해결될 일 아니라고. 그러나 장인을 개안시키려는 남편의 시도도 무망하다. 그건 그것대로 부모 세대의 존재양식이었기 때문에. 부모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방식 자체를 부정하란 것으로 여겨지기에, 실패한다. 설득 대신 <한겨레> 구독해 우편으로 보내드리시라. 거기까지가, 예의다. 그리고 그 문제로 당신들끼리 싸우지 마시라. 슬프다. 대신 당신들 다음 세대에게는 이 유산,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걸로 매듭지으시라. 나쁜 것의 가장 나쁜 점은 그게 유전된다는 거니까.

덧붙임 : 〈조선일보〉, 편파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기에, 나쁘다.





 

IP : 124.5.xxx.6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2.4.11 8:05 PM (59.26.xxx.94)

    사랑해 김어준!
    언제라도 기다릴게 엉엉엉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4487 하지원이 이쁜가요? 8 하지원 2012/04/11 2,357
94486 진짜 할말없게 만드는 충북인들 20 충북인들 반.. 2012/04/11 2,654
94485 박그네는 어쩌다 대선 후보가 된거죠?? 7 궁금 2012/04/11 1,108
94484 강남 을 투표함 무려 16개 이상 16 무크 2012/04/11 2,839
94483 투표함 의혹!!! 4 참맛 2012/04/11 1,003
94482 민간인 사찰도 자행하는데 투표함이라고 그냥 놔둘까요 1 꼼수 2012/04/11 569
94481 안상수는요? 2 보온병 2012/04/11 860
94480 각투표장마다 선거매뉴얼책자가 있습니다. 2 .. 2012/04/11 741
94479 홍준표 &amp;quot;30년 공직생활 마감&a.. 5 광팔아 2012/04/11 1,337
94478 압구정도 미봉인 개표함, 경남 창원은 개표취재 거부 2 참맛 2012/04/11 1,563
94477 국민연금 여쭤볼께요 4 궁금 2012/04/11 1,029
94476 중앙선관위에 강남을 투표함 문제로 전화했습니다. 4 중앙선관위 2012/04/11 2,311
94475 강남을 문제있는 투표함 15개 선관위 개봉한다고 난리치고 있어요.. 5 부정선거 맞.. 2012/04/11 2,120
94474 송영선은 어찌된건가여 4 .. 2012/04/11 1,231
94473 부산 동래개표소에서 미봉인 개표함 4개 발생 12 참맛 2012/04/11 1,953
94472 만쉐~~ 송호창님 되시겠네요~| 7 과천시민 2012/04/11 1,311
94471 강남 을, 봉인 안 된 투표함 발견..`선거 무효되나?` 13 세우실 2012/04/11 2,449
94470 송영선 떨어졌네요!! ㅎㅎㅎ 18 수필가 2012/04/11 2,994
94469 스브스 노짱 사진도 나오고~ 노란색도 나오고~ 3 참맛 2012/04/11 1,393
94468 이건 또 무슨 부정선거래요? ㅇㅇㅇㅇ 2012/04/11 1,112
94467 닭강정+맥주 먹으며 sbs 개표 혼자 보는중;; 2 꺄옷 2012/04/11 1,105
94466 스브스 중계 재밌네요. 7 스브스 멋져.. 2012/04/11 1,672
94465 강남을 개표소 현재 상황!! 4 부정선거 2012/04/11 1,501
94464 이런 당은 빨리 없어지면 좋겠어요. 3 선거 2012/04/11 689
94463 속보 - 인도네시아서 8.6 강진 발생(3보) 3 참맛 2012/04/1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