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봄 밤의 팥빙수

소금소금 조회수 : 575
작성일 : 2012-04-10 13:53:05

임신 6개월에 들어가는 산모입니다

결혼 3년차지만 아직 한번도 싸워본적은 없어요

 

남편은 진심진심 좋은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당신은 "결혼형 인간"이라고 칭할 정도입니다 정말 잘해요

맞벌이이긴 하지만

집안일 열심히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집에서 빨래만 한번 돌려놔도 

오늘 일 많이 했네~몸도 힘든데~하고 수고를 치하해주는 사람이지요

 

저는 입덧도 거의 없던 편이고

임신기간 동안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티비서 나오는 임신했을 때 오밤중에 나 저거 먹고 싶어 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저도 어젯밤 10시가 넘은시간 갑자기 팥빙수가 먹고 싶은겁니다

"자갸 나 팥빙수가 먹고 싶다."

남편은 아무생각없이 아이패드만 합니다.

"자갸 나 갑자기 팥빙수가 먹고 싶다고요"

남편은 "지금 팥빙수가? 없을걸?"" 하면서 계속 아이패드만 보네요

 

근데 갑자기 울컥합니다!

사실 임신했을 때 뭐 먹고싶단 말 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

난 당연히 남편이 집 앞 마트정도는 나가볼 줄 알았습니다

뭐 없음 할수없고요

 

내 맘속에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몇시간을 헤매면서도 아내를 위해 먹고싶은 음식을

득템했을때 기뻐하는 드라마 남주인공의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었나봅니다

 

갑자기 서럽더라고요 (으잉? 이깟일로? 임산부라 마음이 변덕스럽나?)

고함을 꽥 질렀어오

"아 내 말 듣고 있냐고요! 내가 언제 먹고싶은거 사달란 적 있었냐고!"

 

남편은 갑작스런 큰소리에

어이없고 기분나쁜 표정으로 아이패드를 툭 던지더니

 옷을 챙겨입고 불쾌한 듯한 몸짓으로 팥빙수사러 나가더이다

 

아 근데 10시 반에 나간 이 남자가 1시간이 넘도록 안오네요

집앞에 이마트는 고작 3분거린데요!

없으면 그냥 오라고 전화를 해봤져 3번이나. 3번다 쌩까십니다

 

갑자기 알아버렸습니다

아..이게 우리 첫번째 부부싸움이구나.....

소리지른게 그렇게 기분나빴나....설겆이하고 쉬고 있는데 내가 너무 귀찮게 한건가

그렇다고 전화도 쌩까고 안들어오는건 무슨 행탠가.

아니 임신한아내가 뭐 먹고 싶다 할수도 있는거지 내가 그리 잘못했나

요딴 생각들을 하고 있는 사이에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더군요

 

원래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남편인데

새벽 한시까지 소식이 없으니 이젠 걱정이 되더군요

새벽1시는커녕 늦게 들어온게 밥 9시를 넘긴적이 없는 사람이에여

차안에서라도 자고 있는지 찾아봐야겠다하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남편이 들어오대요

 

"이거라도 먹을래 팥빙수 없더라"

하며 손에 내민것은 팥빙수가 아니라 과일빙수였어요

 

눈물이 나더군요.진짜 걱정이 되던 참이었거든요

"걱정했잖아!!!전화는 왜 안받는데!!!!!!!"

밖이 시끄러워 몰랐다네요.

 

막 울면서 빙수캡을 따고 있으니까 그거 먹지말랍니다

유통기간이 작는 7월까지인걸 사왔더군요. 못먹는걸 왜 돈주고 사왔냐니까

"그거라도 안사오면 니가 뭐라 할까봐" 랍니다.......

아니......나 그런걸로 뭐라하는 인간 아닌데....순식간에 철딱서니 없는 여푠네가 됐네요

 

질질울면서 잠자리에 드는 저를 남편이 안아주는데

얼굴과 손이 찹찹합니다.

쌀쌀한 봄 밤에 2시간 반을 헤메고 다녔을 남편을 생각하니

고맙고 속상해서 (그리고 변덕스런 임신 호르몬으로 인해)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남편! 고맙고 사랑하요!

덕분에 앞으로는 먹고싶은게 있대도 말 못하게 생겼네요

 

IP : 112.157.xxx.23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4.10 2:57 PM (115.94.xxx.11)

    일등 신랑감인듯. ㅜㅜ

    저도 임신중이에요. 주말부부하고 있어서 남편한테 뭐 사달라고 자주 못하지만
    저번에 팥빙수 사달라고 했더니 마트에 안판다고 빈손으로 온거 있죠.
    근데 다음날 직장 동료(여자)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팥빙수 사주는거 보고
    자기도 느끼는 게 있었는지 주말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사오더라고요. ㅎㅎㅎ

    임신하고 나니깐 왤케 차갑고 달달한게 땡기는지 모르겠어용.
    이쁜 아기 순산하시길 바래요.

  • 2. ...
    '12.4.10 3:53 PM (116.43.xxx.100)

    아니 왜 그렁걸로 괜한 싸움을 하시나요???고작 팥빙수가 뭐라고..

    평소 남편분도 자상하신데....이런일로 남편분이 더 맘상했을거 같네요..ㅡㅡ;;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7005 5.18남겨진 이들의 아픔.. 1 아줌마 밥먹.. 2012/04/13 844
97004 skt 데이터무제한 노트북에 연결해도 요금 안 나오나요? 3 궁금 2012/04/13 1,046
97003 분당에 여자 의사 있는 피부과 추천바랍니다 2 에구 2012/04/13 3,528
97002 피아노레슨 수업시간요 5 .... 2012/04/13 1,169
97001 롱* 가방 싸게 파는곳 어딨을까요? 3 싼곳 2012/04/13 1,802
97000 바이올린 레슨받거나 하시는 분 답변 좀^^ 4 스즈키2권 .. 2012/04/13 3,210
96999 다문화상담 하는거 교육 받으려고 했는데 또 떨어졌네요 1 정말 짜증나.. 2012/04/13 772
96998 "제수 정도는 덮쳐줘야 새누리 아이가" 4 김형태 2012/04/13 1,190
96997 노량진 학원가 컵밥 지금도 먹을수 있나요? 컵밥 2012/04/13 903
96996 손에 마비가 왔어요 7 손에 2012/04/13 6,891
96995 영화보기 힘들다~대형멀티플렉스들, 심하네요.... 2 골고루좀보자.. 2012/04/13 1,086
96994 캐나다에서 메이플시럽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있나요? 3 엄마 2012/04/13 2,028
96993 감기에 걸렸는데요.. 2 감기독해 2012/04/13 624
96992 고양이 노랑둥이가 대부분 순한게 맞나요~ 6 애묘인들 2012/04/13 1,974
96991 투표소54곳 참관인 없이 투표함 호송 8 강남을 2012/04/13 1,583
96990 장현성이라는 배우.... 29 아내의 자격.. 2012/04/13 7,920
96989 근데 82만 이렇게 알바바퀴들이 난리인가요? 아님 다른 사이트도.. 12 -- 2012/04/13 1,161
96988 오늘 첨 피자를 구웠어요 14 피자 2012/04/13 1,586
96987 야권연대 패배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4 ... 2012/04/13 901
96986 김밥재료랑 무쌈재료 하루전날 썰어놔도 될까요? (급질) 5 ... 2012/04/13 2,380
96985 부산에서 3선한 조경태의원님보면서,,대구 이재용전장관 생각났어요.. 6 sss 2012/04/13 1,485
96984 통영맛집추천요 급^^ 12 아이짜 2012/04/13 2,481
96983 여자친구의 문신... 17 starse.. 2012/04/13 5,489
96982 영어문장 해석부탁드려요 2 .. 2012/04/13 807
96981 거.. 정말 징그럽게 물고늘어지네! 노력이 가상타!! 10 12월에 두.. 2012/04/13 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