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발적 희생 빛난 금모으기운동

스윗길 조회수 : 1,742
작성일 : 2012-04-09 20:24:54

 

지난달 7일 전 세계 81개국에 지점이 있는 다국적 금융 기업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영국 더 타임스에 기고했다. 당시 이 글은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고문이 한국의 외환위기 때 펼쳐졌던 금모으기운동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요점은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한국인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킹은 “한국인들은 결혼반지, 금메달, 트로피 같은 금붙이를 자발적으로 내 놓는 등 금모으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면서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인상적일 정도로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금모으기운동을 본받자는 외신의 목소리는 각국에 외환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연합보는 그리스 재정위기 특집을 다루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환위기 당시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앞장선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국민이 이런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이 주목하는 금모으기운동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을 나라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누계 약350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운동의 전신은 1907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목적에서 진행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당시 남성은 금연/절주 운동을 벌였고 여성은 가락지와 비녀까지 내며 모금 운동을 했다. 이처럼 국가외환을 극복하고자 국민이 주체가 돼 벌였던 모금운동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금모으기운동이 자주 외신에 언급되는 것은 단지 국민이 나서서 금을 모았다는 표면적인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인들은 그 이면에 어려 있는 ‘자발성’고 ‘희생정신’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편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판이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위’로부터의 희생을 강요받았다. 무사도를 내세우며 쇼군을 위해, 천황을 위해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는 일이 영웅시 됐고, 그 같은 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진 사회다. ‘국가’는 있지만 ‘나’는 없는, ‘자발’보다 ‘요구’의 성격이 짙은 게 그들의 희생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카미가제’를 권유하는 사회, 그것이 일본이 수백 년간 길러온 희생정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채보상운동에 깃든 정신은 깊은 울림을 낳는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은 나라를 위해 자발적인 희생을 해왔다. 그 비근한 예가 ‘의병’이다. 의병은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급할 때 국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창과 활을 들었다. 이 지점에선 개개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빛을 발한다. 각자의 정체성이 없이는 자발성도 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발성’과 ‘희생정신’의 심층을 이뤘던 의병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 금모으기운동으로 재현된 것이다.

 

공익과 가치의 바다는 말라버리고 사익과 물질의 잡초만 무성한 시대에, 우리의 금모으기운동은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정점’이요, 신자유주의의 질곡이 빚어낸 상흔을 치유하는 처방전인 셈이다.

 

출처: 글마루 4월호

IP : 114.129.xxx.2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매
    '12.4.9 8:35 PM (27.100.xxx.107)

    지배층의 잘못을 국민의 희생으로 덮는 일, 이제 안 할랍니다. 왜,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심판하는 일이
    국민의 의무자 권리죠

  • 2. 맞아요.
    '12.4.9 10:12 PM (180.66.xxx.63)

    희생은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이 모두 떠맡고

    과실은 "검은머리외국인+매판자본"이 모두 받아먹는 멋진 나라....ㅠㅠ 22222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5580 존경합니다 1 희망이 보입.. 2012/04/11 682
95579 급해요. 초2 슬생 39쪽 숙제인데 교과서를 놓구왔네요. .. 3 베고니아 2012/04/11 879
95578 언론에서 벌써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나섰어요.. 긴장합시다 2012/04/11 887
95577 인천서구강화을, 부끄럽습니다 1 mika 2012/04/11 703
95576 어쨌든 박근혜체제로 계속 가겠네요. 4 전쟁이야 2012/04/11 908
95575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예측이 맞았네요..... ........ 2012/04/11 1,072
95574 지금 분위기 괜찮은거죠? 3 분위기 2012/04/11 1,013
95573 경상도 젊은이들 정말 답없다. 3 지역감정이 .. 2012/04/11 1,299
95572 하여간 김용민이나 김용민 팬들이나 쩝 6 참맛 2012/04/11 1,585
95571 김부겸 장하다 44% 10 ^^ 2012/04/11 1,896
95570 82 워낙 김용민 난리를 치더니만 조금... 8 고소한느낌 2012/04/11 1,653
95569 강남을구 바닥 테이프에 도장 안찍힌 투표함 3개 발견 10 무크 2012/04/11 1,576
95568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건지.. 1 2012/04/11 593
95567 우리지역구가 경합이라니 희망이 보입니다 마니또 2012/04/11 670
95566 서울시장선거때 실제결과는 새누리 더 나왔었지요. 3 출구조사 2012/04/11 1,354
95565 외국인데 개표방송 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9 오디 2012/04/11 870
95564 우리동네 천정배 후보님 될꺼같아 넘 좋아요 10 아자! 2012/04/11 1,248
95563 김용민 5.4% 차이 입니다. 19 &^^ 2012/04/11 3,081
95562 출구조사란 이런 거라네요 7 참맛 2012/04/11 2,981
95561 오늘 대학생들 휴강하지 않았나요? 7 ... 2012/04/11 926
95560 투표율이 새로 고침할때마다 오르더니.. 4 아아 2012/04/11 1,060
95559 출구 조사는 5 시까지죠? 4 그냥 2012/04/11 765
95558 김용민님 괜찬아요 4 joy 2012/04/11 1,325
95557 경상도에는 젊은 사람 없나요? 21 분홍하마 2012/04/11 1,713
95556 출구조사는 5시까지니까... 희망 2012/04/11 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