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발적 희생 빛난 금모으기운동

스윗길 조회수 : 1,847
작성일 : 2012-04-09 20:24:54

 

지난달 7일 전 세계 81개국에 지점이 있는 다국적 금융 기업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영국 더 타임스에 기고했다. 당시 이 글은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고문이 한국의 외환위기 때 펼쳐졌던 금모으기운동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요점은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한국인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킹은 “한국인들은 결혼반지, 금메달, 트로피 같은 금붙이를 자발적으로 내 놓는 등 금모으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면서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인상적일 정도로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금모으기운동을 본받자는 외신의 목소리는 각국에 외환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연합보는 그리스 재정위기 특집을 다루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환위기 당시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앞장선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국민이 이런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이 주목하는 금모으기운동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을 나라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누계 약350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운동의 전신은 1907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목적에서 진행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당시 남성은 금연/절주 운동을 벌였고 여성은 가락지와 비녀까지 내며 모금 운동을 했다. 이처럼 국가외환을 극복하고자 국민이 주체가 돼 벌였던 모금운동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금모으기운동이 자주 외신에 언급되는 것은 단지 국민이 나서서 금을 모았다는 표면적인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인들은 그 이면에 어려 있는 ‘자발성’고 ‘희생정신’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편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판이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위’로부터의 희생을 강요받았다. 무사도를 내세우며 쇼군을 위해, 천황을 위해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는 일이 영웅시 됐고, 그 같은 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진 사회다. ‘국가’는 있지만 ‘나’는 없는, ‘자발’보다 ‘요구’의 성격이 짙은 게 그들의 희생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카미가제’를 권유하는 사회, 그것이 일본이 수백 년간 길러온 희생정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채보상운동에 깃든 정신은 깊은 울림을 낳는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은 나라를 위해 자발적인 희생을 해왔다. 그 비근한 예가 ‘의병’이다. 의병은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급할 때 국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창과 활을 들었다. 이 지점에선 개개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빛을 발한다. 각자의 정체성이 없이는 자발성도 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발성’과 ‘희생정신’의 심층을 이뤘던 의병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 금모으기운동으로 재현된 것이다.

 

공익과 가치의 바다는 말라버리고 사익과 물질의 잡초만 무성한 시대에, 우리의 금모으기운동은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정점’이요, 신자유주의의 질곡이 빚어낸 상흔을 치유하는 처방전인 셈이다.

 

출처: 글마루 4월호

IP : 114.129.xxx.2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매
    '12.4.9 8:35 PM (27.100.xxx.107)

    지배층의 잘못을 국민의 희생으로 덮는 일, 이제 안 할랍니다. 왜,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심판하는 일이
    국민의 의무자 권리죠

  • 2. 맞아요.
    '12.4.9 10:12 PM (180.66.xxx.63)

    희생은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이 모두 떠맡고

    과실은 "검은머리외국인+매판자본"이 모두 받아먹는 멋진 나라....ㅠㅠ 22222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5432 미국 코스트코 회원증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사용가능할까요? 3 하늘 2012/07/03 2,146
125431 토이푸들을 키우고있는데요~~ 2 왜그럴까 2012/07/03 1,942
125430 요즘 어린애들 울렁거리고 토하는 식으로 아픈 경우 많은가요? 울렁 2012/07/03 658
125429 마 100% 여름 홑이불 샀어요. 5 .. 2012/07/03 1,745
125428 긴 생리통이 걷기로 해결됐어요. 1 ^^ 2012/07/03 2,159
125427 외국인 지문 날인 폐지하여 외국인 범죄 증가를 유발한 강금실 전.. 15 단미그린비 2012/07/03 3,211
125426 초등 저학년이 보기 좋은 영한. 영영 사전 추천해주세요. 2 영어사전 2012/07/03 2,283
125425 이 순간...감사합니다 2 하늘 2012/07/03 1,112
125424 자기보다 나이 어린 선배 어때요?? 11 2012/07/03 5,118
125423 MBC 뉴스 한일 정보협정 4월 가서명‥비공개 추진 의혹 5 sooge 2012/07/03 1,131
125422 삼겹살 덩어리는 첨인데.. 3 비계 2012/07/03 1,195
125421 예수형상 미스터리, 감자싹 예수, 나방 예수, 개x구멍 예수, .. 4 호박덩쿨 2012/07/03 1,404
125420 질문있어요 곤드레 2012/07/03 483
125419 공황장애? 6 혹시? 2012/07/03 1,892
125418 초등 수학 경시대회 문제 다운 받을 수 있는곳... 1 땡글이 2012/07/03 1,531
125417 최여진 스타일 입어보고싶다~ㅎㅎ 1 으니룽 2012/07/03 1,229
125416 다이어트용 닭가슴살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3 다이어트 2012/07/03 1,496
125415 오디효소는 꼭 황설탕으로 해야 하나요? 가을이니까 2012/07/03 576
125414 삼계탕 할때 영계 뱃속에 든 찹쌀이 잘 안 익는데요 7 .... 2012/07/03 3,258
125413 천사를 경험해 보신분 있으신가요? 19 ** 2012/07/03 5,737
125412 육십대 부부에게 이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노후생활 안심이 될까요 6 아농소 2012/07/03 4,288
125411 남자들은 핸폰,지갑,차열쇠들을 다니면서 어디에다 가지고 다니나요.. 2 웃음의 여왕.. 2012/07/03 1,405
125410 트란시노 먹어보신분 계세요? ,,, 2012/07/03 1,447
125409 원래 올챙이 국수 아무 맛 안 나는 건가요? 4 국수 2012/07/03 1,057
125408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근처로 이사가야 해요. 정보 좀 주세요 13 6세맘 2012/07/03 3,119